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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악’ 경제인 누가 ‘비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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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밀접한 관계 맺었던 정치권이 가장 ‘노골적’

‘구악 경제인’을 비호하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악 경제인’을 비호하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변화시키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잃어버린 10년 찾기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흐름에 편승해서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 부실경영으로 단죄됐던 몇몇 재벌 총수의 잃어버린 기업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정치적 기반으로 달라진 세력과 제휴, 재기를 암중모색하고 있다. 그 비호 세력은 대부분 정치권이지만 보수언론, 심지어 교회 세력까지 치밀하게 연계돼 있다. 물론 표면적 이유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를 보면 복잡한 복선을 깔고 있다.

구악경제인을 ‘비호’하는 세력으로는 정치권이 가장 노골적이다. 그것은 구악경제인이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워낙 정계에 폭넓은 인맥을 구축한 경우고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본인이 직접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신정아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전히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기 전 의원도 대학 되찾기 나서
상지대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학원 비리로 학교를 빼앗긴 김문기 전 의원도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는 정권이 바뀐 이후 자신의 대학을 되찾는 데 나섰으며 교육과학기술부도 구재단의 복귀에 우호적 시선을 보이고 있다.

그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사면 후 그와 가까운 정치인들과 한두 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대우그룹 내에서 김 전 회장의 양아들로 통해던 이재명 전 의원, 대우 상무 출신인 박정훈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 국토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용희씨의 아들로 정·관계에 발이 매우 넓다.

경기고 동문인 이헌재·이경식 전 부총리도 과거 김 전 회장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대부분 정치 현장에서 물러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상태여서 대우그룹의 재기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현재 국회 예결위원장인 이한구 의원도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출신의 대표적인 대우맨이다. 예결위원장은 정계는 물론이고 경제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되지만 이 의원이 노골적인 대우 살리기에 나선 증거는 없다.

최순영 전 회장이 92년 대선에서 100억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한나라당.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경찰이 버스 위에 올라 농민의 시위를 막는 그물을 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최순영 전 회장이 92년 대선에서 100억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한나라당.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경찰이 버스 위에 올라 농민의 시위를 막는 그물을 치고 있다. <서성일 기자>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은 과거 옷로비 사건처럼, 정치권과 교회 세력까지 동원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그는 최근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92년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 후보 측에 100억 원을 건넸다고 스스로 실토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들어 정치자금을 주지 않아 구속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관료의 경우 장관은 용돈조로 1억 원을 줬고 국장급도 물론 따로 챙겼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최 전 회장이 관리한 정·관계 인물도 상당수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2월 25일 대한생명 매각 비리 의혹 감사청구안을 발의했다. 그는 발의안에서 “IMF 이후 공적자금 투입을 야기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후 대한생명을 매각한 과정은 모럴 해저드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예금보험공사, 한화그룹,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06년 6월 한화와 맥쿼리생명이 맺은 이면 계약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예보와 한화 사이에 체결한 대한생명 주식매매 계약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과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은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종구 의원의 ‘집착’은 남달랐다. 그는 2004년 ‘대생 매각 원천 무효, 무자격자에 헐값에 넘겨’라는 국정감사 정책자료집도 펴낼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 의원에 대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과 같은 부패 경제인을 비호하는 배경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물론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종구 의원 ‘대생 매각 원천무효’ 주장
이종구 의원 측은 “이 사건에 대해 (최종현 전 신동아그룹 회장과) ‘관계’로 보지 말고 (대한생명 부실 매각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면서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데는 몇 가지 결격 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의원의 김종원 보좌관은 “이 의원이 ‘시간이 꽤 지났지만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일이 설득해서 서명을 받았다”며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억울한 사정 때문에 이 문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공적자금을 투입한 부실기업의 민간 이양 과정에서 부당한 가격으로 매각된 데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이 100억원의 정치자금을 지원한 신한국당은 지금 여당인 한나라당의 전신이다. 특히 이 의원은 신동아그룹 해제와 관련해 집요하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의 부친 고 이중재 의원은 YS의 측근으로 무엇보다 경제통으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이 의원이 재경부 국장 시절 한화의 대생 인수를 반대했고 이로 인해 나중에 부총리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승진 아닌 일종의 좌천’에 대한 분풀이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금감위 한 관계자는 “정작 승복할 수 없다면 자리를 걸고 소신을 폈어야 했다”면서 “뒤늦게 자신이 속한 조직에 돌을 던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임 중에 업무와 관련한 내용을 출판한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자유로우냐는 논외로 치더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던 조직과 자신이 관련된 일을 선거 홍보물로 이용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종구 의원의 ‘끈기’가 혹시 종교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 부부는 서울 강남에 있는 기쁜소식교회에 다니고 있고 부인 고씨는 권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순영 전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 역시 횃불선교회 권사다. 부인 고씨는 2005년 당시 이명박 시장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빈곤가정돕기 후원 패션쇼에 나서기도 했다.

집권 여당이 된 뒤 한나라당은 이 문제가 ‘문제제기를 위한 문제제기’, 혹은 비리 경영인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치는 점에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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