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타고 언론사·공기업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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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 MB특보

특보 출신 공공기관장들은 가는 곳마다 낙하산 논란을 불러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YTN 사옥 앞에서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YTN 노조원들. <김영민 기자>

특보 출신 공공기관장들은 가는 곳마다 낙하산 논란을 불러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YTN 사옥 앞에서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취임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YTN 노조원들. <김영민 기자>

지난 1년 현 정부 낙하산 인사 논란의 한복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사람이 있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공보 조직에서 활약했던 언론인 출신 ‘특보’다. 2월 25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대선 당시 공보조직 낙하산 투하’ 현황을 보면, 공보 조직 39명 가운데 29명이 ‘특보’ 낙하산을 타고 언론기관과 공기업, 정치권으로 진출했다(표 참조). 비율로 따지면 74%, 10명 중 7명이 정권 탄생에 기여한 공로로 한 자리씩 꿰찬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그룹은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국록 아리랑TV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구본홍 YTN 사장, 차용규 OBS 사장 등 소위 ‘특보 사장단’이다. 이들 특보 출신 사장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방송의 정부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는 해당 조직 구성원들의 반발에 아랑곳없이 특보 사장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여 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보 사장단은 전원이 이명박 캠프 방송 특보단 출신이다. 양휘부 한국방송공사 사장과 구본홍 YTN 사장은 각기 방송 특보단 단장과 상임특보를 지냈고, 이몽룡·정국록·차용규 사장은 일반 특보로 활동했다. 방송 특보들은 대선 당시 방송보도를 모니터링하고 텔레비전 토론회를 준비했다.

구본홍 YTN 사장 우여곡절 끝에 취임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은 1970년 대한일보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후 KBS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해설위원장, 창원방송총국장 등을 지냈다. 양 사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대통령 후보 특보를 맡았다. 이후 고려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을 치를 때부터 캠프에 합류, ‘텔레비전 토론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 대통령에게 토론 기술을 조언했다.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낙하산 인사의 대표 격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구본홍 YTN 사장은 MBC 보도본부장 출신으로 캠프 방송총괄본부장과 당선인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지냈다. 구 사장은 1991년 무렵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통일국민당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이 대통령이 고려대 후배인 구 사장에게 자문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대위에서 방송 모니터링과 방송 담당 공보 역할을 했다. 특히 MBC 보도본부장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에 비판적이었던 MBC와 선거 캠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노력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5월 29일 이사회를 거쳐 차기 사장 내정자로 지명됐으나 사원들의 ‘공정방송 수호’ 투쟁에 밀려 취임하지 못하다가 7월 17일 30초 만에 끝난 날치기 주총을 거쳐 취임했다. 구 사장은 취임 이후에도 사원들의 반발로 정상 출근을 하지 못하다가 선임 이후 146일이 지난 12월 9일에서야 사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사측은 노조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허원제·진성호 의원 국회 입성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 특보 출신 낙하산 1호인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KBS 부산방송총국장과 보도본부 해설위원으로 재직했고,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를 진행했다. 정국록 아리랑TV 사장은 1970년 MBC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런던·파리 특파원, 진주MBC 사장, EBS 이사를 지냈다. 2월 12일 사장으로 선임된 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사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차용규 OBS 사장은 부산방송 경영기획국장 등을 거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울산방송 사장을 지냈다.

곽경수, 구본홍, 김인규, 김종완, 김해진, 김효재, 박흥신(위 왼쪽부터). 서옥식, 신재민, 양휘부, 이동관, 이몽룡, 이성준, 임연철(가운데 왼쪽부터). 임은순, 정국록, 진성호, 차용규, 최규철, 함영준, 허원제(아래 왼쪽부터).

곽경수, 구본홍, 김인규, 김종완, 김해진, 김효재, 박흥신(위 왼쪽부터). 서옥식, 신재민, 양휘부, 이동관, 이몽룡, 이성준, 임연철(가운데 왼쪽부터). 임은순, 정국록, 진성호, 차용규, 최규철, 함영준, 허원제(아래 왼쪽부터).

양휘부·구본홍·이몽룡·정국록 사장은 경남고등학교와 고려대 선후배로 서로 연결되는 사이다. 1943년생인 양휘부 사장과 1948년생인 구본홍 사장은 출신 고등학교(경남고)와 출신 대학(고려대 정외과)이 모두 같다. 1949년생인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고대 신방과를 나왔고 1947년생인 정국록 아리랑TV 사장은 경남고 출신이다. 방송 특보단 출신인 허원제 전 SBS 이사는 부산진 갑 지역구 의원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했고, 김용한 전 CBS 본부장은 한국토지공사 감사, 곽경수 전 SBS 기자는 청와대 춘추관장 자리를 받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박흥신 청와대 언론1비서관, 김좌열 청와대 선임행정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캠프 공보단 출신이다. 공보단장을 맡았던 이동관 대변인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경향신문 부국장 출신인 박흥신 비서관과 함께 2007년 6월에 캠프에 합류했다. 언론과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캠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재산 공개 때 춘천농지 매입 의혹과 KBS 신임 사장 관련 호텔 회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박흥신 비서관은 대선 당시 공보상황팀장으로 신일고 선배인 이동관 공보단장을 도와 언론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논리를 준비했다. 특히 ‘BBK 사건’ 등 네거티브 공세와 관련한 공보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YTN 사장 낙하산 논란과 용산 참사 등 민감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강성 발언으로 여론의 입길에 올랐던 신재민 차관은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일했다. 공보단 메시지팀장을 맡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기간 중에는 아침마다 가회동 이명박 대통령 자택을 방문해 브리핑을 하는 등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허용범 대변인은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으로,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 캠프 공보단 메시지팀 부단장을 맡았으나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 공보특보를 맡았다. 경북일보 서울지사 부국장 출신인 김좌열 행정관은 공보단 지방팀장을 맡았다. 이명박 후보와는 기자 시절 친분을 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캠프 뉴미디어팀장을 지낸 진성호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 을에 출마해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을 누르고 당선했다. 진 의원은 현 정부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미디어행동’에서 정병국·나경원·고흥길·홍준표 의원 등과 함께 ‘언론 5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강성으로 꼽힌다. 그는 이명박 캠프에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일보에서 미디어 전문 기자로 활약하며 각종 토론회 등에 출연해 보수언론의 관점을 대변해왔다. 진 의원은 양휘부·구본홍·정국록 사장과는 경남고 선후배 관계다.

캠프 방송전략실에서는 방송전략실장을 맡았던 김인규 전 KBS 이사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TV토론팀장을 맡았던 이성완 전 KBS 주간은 아리랑TV 방송본부장 자리를 차지했다. 김인규 회장은 2007년 9월 캠프에 합류한 뒤 11차례 방송 연설 녹화 현장을 직접 챙기는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KBS 출신이 가장 많아
캠프 언론위원회 출신으로는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눈에 띈다. 뉴스통신진흥회는 국가 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 1대 주주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지낸 최규철 이사장은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정권 내 동아일보 인맥의 좌장 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전직 언론인들의 이 대통령 지지 모임인 ‘2007 세종로포럼’을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新 인맥]‘낙하산’ 타고 언론사·공기업 장악

캠프 언론위원회에서 일했던 임은순 신문유통원장은 경향신문 논설위원 시절인 2003년 1월 청계천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칼럼을 쓰는 등 대표적인 MB군단으로 알려져 있다. 임 원장도 최규철 이사장과 함께 세종로포럼 출신이다.

언론위원회에서는 이외에도 이성준(전 한국일보 편집인), 김효재(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종완(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현일(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함영준(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서옥식(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김영만(전 스포츠서울 사장), 김해진(전 경향신문 정치부장), 기세민(전 남도일보 정치부장), 임연철(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강남훈(전 국제신문 정치부장) 등이 공공기관과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겨 ‘언론인 출신 MB정부 낙하산 부대’에 합류했다.

한편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공보 조직에서 활약하다 ‘낙하산’을 탄 인사 29명을 출신 언론사별로 따지면, 조선일보(5), KBS(5), 동아일보(4), 경향신문(3), MBC(2) 순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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