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서 약진하는 ‘건설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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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삼성·현대·GS ‘빅4 CEO’ 독식

[대한민국 新 인맥]이명박 정부서 약진하는 ‘건설고대’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정계와 관계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의 약진이 눈부신 가운데 재계에서도 고려대 출신의 ‘영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업계에서 고려대 바람이 거세다. 이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고대·건설제국’이 형성된 것이다. 이 막강한 건설고대 인맥은 고대 특유의 연대감으로 정부가 엄청난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 건설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김중겸 사장 3년 만에 재도전 성공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현대건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2월 13일 김중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김선규 현대건설 영업본부장, 여동진 전 현대건설 해외사업본부장, 김종학 현대도시개발 사장 4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 결과 만장일치로 김중겸(59)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차기 사장으로 결정했다. 또 24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현대엔지니어링 김중겸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또 이승렬 관리본부장(58), 정옥균 경영지원본부장(57) 등 3인을 사내이사 후보자로, 김수연 그린화재해상보험 상임고문(전 범양상선 부사장)과 박영호 전 우리은행 카드사업본부장, 이종찬 전 외환은행 경남영업본부장, 손광춘 전 KB국민은행 HR그룹 부행장 4명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각각 결정했다. 현대건설은 다음 달 1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중겸 사장 후보자와 이사들을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김중겸 사장의 내정으로 고려대는 건설업계 빅4 CEO를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사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고려대 건축공학과(69학번)를 졸업하고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사업본부 상무, 주택영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쳤다.

이번에 김 사장이 현대건설의 차기 사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김 사장이 고대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과 주택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친 데다 이른바 ‘현대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맡아 실적을 크게 올리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채권은행단이 김 사장을 선임한 이유는 대통령과 대학동문이고 한 회사에서 근무한 인연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한 경인운하와 4대 강 살리기 등을 비롯한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을 앞두고 이 사업을 따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것도 부정할 수 없다.

김 사장은 3년 전인 2006년에도 사장직에 도전했지만 당시 현 이종수 사장과 경합을 벌이다 고배를 마신 바 있으며 재수하여 꿈을 이루었다. 2008년 현재 건설도급평가(시공능력평가기준) 3위인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62년의 근대 건설 역사를 같이한 ‘건설 종가’로서 상징성이 있는 국민기업이다. 또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1977~1988) 출신으로 12년간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 대통령의 ‘마음의 고향’이다.

현대건설은 한때 경영 위기를 맞았지만 최근 경영실적이 개선하여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최근 몇 년간 건설도급순위에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에 1등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건설업계 맏형 격의 이미지와 실력으로 최근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특히 경인운하와 4대 강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각종 대형 공공공사 발주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부의 건설 프로젝트의 최대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올해 건설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번 현대건설 사장 선출 과정에서도 건설업계 주변에서는 일찌감치 김 사장의 낙점을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을 졸업해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경영진추천위원회가 산업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3개 은행으로 구성돼 정부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구조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데다 TK 출신이고 이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무려 11년 동안 근무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지연, 학연, 회사 인연까지 현 정부 인사의 특징인 이 3박자가 모두 맞았기 때문이다.

비록 김중겸 사장과 함께 사장 후보로 올랐던 김종학 현대도시개발사장(연세대), 여동진 전 현대건설 해외 사업 본부장(서울대), 김선규 현대건설 영업본부장(명지대)이 명목상 4파전을 벌였지만 결과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한마디로 욱일승천하는 ‘고대 파워’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상대 부회장 ‘이례적’ 승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상위 10대 건설사에는 서울대와 한양대 출신이 많이 배출됐지만 이번처럼 1위에서 4위까지 빅4를 한 대학이 장악하는 것은 참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과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고대 출신이다 보니 업계도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김석준, 김중겸, 서중욱, 안인식, 이상대, 허명수, 최장현, 정종환, 정몽규, 이중근.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석준, 김중겸, 서중욱, 안인식, 이상대, 허명수, 최장현, 정종환, 정몽규, 이중근.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2008년 기준으로 건설도급순위(시공능력 평가기준)에서 건설업계 1위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2007년에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한 서종욱 사장 역시 TK(경북 문경)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67학번)를 졸업하고 1977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주택사업담당 이사, 관리지원실장, 국내 영업본부장을 거친 정통 대우맨 출신이다. 건설업계에서 ‘Mr.부지런’ ‘마당발’로 통하는 서 사장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주택사업 담당임원으로 주택개발사업과 분양마케팅을 이끌며 담당한 사업장마다 성공으로 이끌어 대우건설을 주택사업의 최강자로 발돋움시킨 인물이다.

시공능력평가 2위인 삼성물산(주) 건설부문의 총사령탑 역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67학번) 출신의 이상대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대대적인 삼성그룹 임원진 물갈이 인사에서도 ‘이례적’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를 위해 만든 인사위원회가 정한 사장단 인사 기준은 나이(61세), 재임기간, 경영 실적, 조직 개편 4가지. 그중 61세 이상은 퇴진한다는 것이 제1원칙으로, 사장단에서 별다른 반발 없이 수용함으로써 승진자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전원 퇴진했다. 하지만 고대 출신 인맥만 예외였다. 김징완 사장과 이상대 사장은 오히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고대 인맥으로 승진한 이상대 대표이사 부회장(63·고대 정외과 67학번)은 1973년 제일합섬으로 입사해 2000년 삼성물산 주택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후 2002년부터 건설부문과 주택부문이 통합된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2006년 2월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재용 전무의 경복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63·사학과)도 고려대를 나왔고 역시 TK(경북 현풍) 출신이다. 김 부회장은1998년 1월 대표이사에 발탁된 후 올해로 11년째 ‘대표이사’를 맡았다.

업계 4위인 GS건설의 허명수 대표이사 사장(전기공학과) 역시 고대 출신이다. 특히 GS건설은 허명수 사장은 물론이고 허창수 회장(경영학과)과 최근 대표이사 총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갑렬씨(경영학과) 역시 모두 고대를 나와 눈길을 끈다. 원래부터 고대 파워가 막강한 GS건설은 이번 정부의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에 가장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5위인 대림산업의 이용구(건축공학과) 회장이 연세대 출신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고 있으며 5위권 건설사 CEO에 서울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특히 이들 건설사는 GS건설 허명수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대통령 당선 후나 거의 당선이 확정된 후에 취임했다. 이것은 어떤 형태로든 정권의 최고위층과 인연을 맺으려는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대규모 사업 ‘수주 창구’ 기대

[대한민국 新 인맥]이명박 정부서 약진하는 ‘건설고대’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기업체까지 고대 인맥이 약진하는 것은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기보다 대운하와 4대 강 개발사업 등 정부가 벌이려는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기업이 스스로 고대 출신을 이권의 창구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업계가 경쟁하듯 고대 인맥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바로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사령탑이 고대 인맥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수장인 정종환 장관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며 최장현 제2차관도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장·차관과 대학 동문이라는 것은 수주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건설 고대의 약진으로 전통적으로 이 분야에서 강세를 띠던 한양대·서울대 출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권도엽 국토부 제1차관만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이다. 6위권 이하의 국내 10대 건설사(다이세이 건설 제외) 가운데 대림산업 김종인 사장, 포스코 건설 정준양 사장, SK건설 윤석경 부회장 등 3개사 최고경영자가 서울대 출신이며, 현대산업개발 김정중 사장은 한양대, 롯데건설 이창배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출신이다.

이외에도 건설업계에 고대 출신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회장(경영학과) 역시 고려대 출신이며, 김호일(경영학과)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 부회장, 이방주 현대산업개발 부회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안인식 극동건설 사장(기계공학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이중근 (주)부영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부회장,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 등이 고대 출신이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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