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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은 ‘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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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이코패스 개념 남용돼선 안돼” 공통 지적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죄와 더불어 거론되는 ‘우리 곁의 사이코패스’ 식의 이야기는 허구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죄와 더불어 거론되는 ‘우리 곁의 사이코패스’ 식의 이야기는 허구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당신과 여동생이) 할머니의 장례식에 갔다. 그곳에서 검은색 머리의 검은 정장, 검은 구두를 신은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당신과 당신 여동생의 이상형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당신은 당신의 여동생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일반인의 답 동생과 그 남자가 이어질까봐 등.

사이코패스 동생을 죽이면 그 남자가 장례식에 또 올 테니,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서.”

최근 인터넷에 널리 유포되어 있는 ‘사이코패스 테스트’ 다. 섬칫하면서도 일면 그럴듯해 보인다. 이 테스트는 헤어 박사의 PCL-R 테스트와 함께 현재 일부 언론에도 공식적인 테스트인 양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이코패스와 거리가 먼 ‘괴담’에 불과하다.

“언론 보도, 진단이나 예측 남발”
“사이코패스의 답은 정해져 있지도 않고, 설령 어떤 사람이 사이코패스라고 하더라도 ‘아주 정상적인 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도시전설(urban legend)’을 다루는 스놉스닷컴에 따르면, 이메일 등을 통해서 이런 테스트가 유포된 것은 2001년께부터다. 한국은 유영철의 연쇄살인사건 직후인 2004년께부터 인터넷에서 주기적으로 이 테스트가 거론된다.

미국에서 연쇄살인을 다루는 기관은 FBI의 행동분석팀이다. 이 팀과 국립폭력범죄분석센터가 낸 ‘연쇄살인범죄 조사지침서’는 그 전문이 웹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지침서는 “연쇄살인범은 이럴 것이다”라는 다음 주장들이 미신이라고 서문에서 못박고 있다. ▲연쇄살인범은 모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독신 ▲항상 백인이다 ▲살해 동기는 섹스다 ▲주(州)를 넘나들며 여행을 다닌다 ▲살인을 멈출 수 없다 ▲미쳤거나 악의에 가득찬 천재다 ▲잡히기 원한다. FBI는 “저런 ‘잘못된 믿음’이 확산된 데는 유명한 일부 사례가 일반화됐거나 전적으로 상상의 산물인 영화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항상 백인이라든가 주를 넘나든다는 것은 미국적 규정이다. 한국은 어떨까.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조금만 이상한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 사이코패스 아닌가’ 단정해버리고 마는 것은 문제가 크다.”

전문가들은 언론 등을 통해서 ‘연쇄살인사건=사이코패스 성향자의 소행’ 식의 도식을 남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범인에 대한 정보는 적을 수밖에 없다. 강호순 사건의 한 경찰관계자는 “사실 10여 일밖에 안 되는 기간에 그 사람을 파악하는 일이 얼마나 가능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언론은 모든 것이 궁금하다. 출생지부터 교우관계·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한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살인이 거듭되면서 계획성이나 살인방법도 진화한다. 사진은 유영철의 스크랩북. 범행을 진행하면서 유영철은 모의총기, 체포용구, 전단 등과 관련한 자료를 꼼꼼히 모았다.

살인이 거듭되면서 계획성이나 살인방법도 진화한다. 사진은 유영철의 스크랩북. 범행을 진행하면서 유영철은 모의총기, 체포용구, 전단 등과 관련한 자료를 꼼꼼히 모았다.

전문가들이 볼 때 물론 언론에 의해 밝혀지는 정보가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익보다 해가 많다. ‘연쇄살인 프로파일링’에 관한 범죄학 교과서를 펴낸 적 있는 염건령 중앙경찰학교 교수는 “언론보도를 보면 도식을 가지고 거기에 끼워 맞추는 게 너무 심하다”면서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누구도 남들과 다른, 뭔가 다른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이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쇄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진단이나 예측을 남발하는 경우다. 최근 범죄학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은 반면,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 비전문가의 섣부른 예단이 특히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경우가 문제다.

“부시 대통령도 사이코패스다”
전문가들도 소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ASPD)라는 개념을 혼용해 사용한다. “사이코패스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각각의 개념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흔히 정신병질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진단기준은 DSM-Ⅳ라는 분류체계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이 분류체계 속에 포함된다. 사이코패스는 아직까지 정식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개념이다.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을 우리 사회에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이는 표창원 경찰대 교수다. 그러나 표 교수도 “최근 사이코패스 개념이 남발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코패스는 사회적으로 먼저 이야기된 것이고, 이 개념을 이론화하고 개념화한 것이 로버트 헤어 교수”라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와 관련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나 잘못에 대한 뉘우침 결여, 충동조절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인 특질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기질이 있다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유전학 상으로 검토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환경이 결정적인지 관련학계에서는 아직도 논의 중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소시오패스’라는 개념이 있다. ‘반사회적 성향’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소시오패스’의 개념 규정도 관련 전문가들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테면 시어도어 카진스키(‘유나보머’)의 폭탄테러 등을 소시오패스로 규정하는 식이다. 표 교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최근 퇴임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이코패스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다만 우리나라처럼 범죄자마다 붙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쇄살인마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사이코패스라고 단정지어서도 안 되고, 여러 방면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서 묘사한 연쇄살인범의 이미지는 실제 연쇄살인범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관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진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 <경향신문>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서 묘사한 연쇄살인범의 이미지는 실제 연쇄살인범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관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진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 <경향신문>

강호순은 ‘괴물’인가. 연쇄살인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극에서 극으로 나뉜다. 염 교수는 “강호순이야말로 진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에 가깝다”라고 말한다. 외적으로 보기에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오히려 북미에서 나온 ‘사이코패스’의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유영철이나 지존파의 경우 학대받고 여성에게 버림받고 특정한 계층에 대한 적개심을 품는 등 동기가 보이지만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면 동기가 없고 그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 차이”라며 “북미적 기준으로 볼 때 유영철이나 지존파의 살해 행각은 그저 평이한 연쇄살인 행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반대 시각도 있다. 강덕지 국과수 범죄심리과장은 “모든 범죄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될 수밖에 없는데 (강호순을) 유난히 다른 걸로 취급하면서 괴물을 만들고 있다”라며 “시나리오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지 실은 이것은 아주 단순한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의 적용과 관련해 “지금 논의되는 식이면 현장검증에 몰려든 구경꾼, TV뉴스로 강호순을 관심있게 보는 사람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는 연쇄살인마가 특별하고 비범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다. 완벽한 범죄를 처음부터 계획한 이는 없다. 염 교수는 예를 들어 강호순이 ‘독신자클럽’ 등에 가입한 것이 처음부터 여성을 죽일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우연한 계기로 살인이 시작되고 나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연쇄강간범과 마찬가지로 연쇄살인범도 모두 자기만의 독자적 방법을 개척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어떻게 시작했냐에 달렸다. 유영철은 커터칼 등과 함께 스스로 개조해 직접 만든 해머를 살인도구로 애용했다. 칼을 선호하는 사람은 칼을, 스타킹을 이용하는 사람은 스타킹을 계속 사용한다. 흔히 사건이 일어났을 때 ‘동종수법 전과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먼저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을 잡기 힘든 이유는 살해 대상을 선택하는 동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살인사건은 치정이나 원한·경제적 문제와 관련한 것이며, 또 대부분 동기가 명확하기 때문에 3일 안에 해결된다. 반면 얼핏 보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련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연쇄살인범 수사는 어렵다(상자기사 참조).

FBI의 정의에 따르면, 연쇄살인마의 살인 동기는 ▲환영(幻影, visionary) ▲사명(mission) ▲쾌락(hedonistic) ▲ 심리적 안정(comfort-oriented) ▲힘의 과시(power control) 등으로 나뉜다. 유영철, 정남규, 정성현 등의 범죄 동기를 살펴보면 각각의 성격을 조금씩 공유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보이지 않는 유형은 환영에 의한 연쇄살인이다. 로버트 레슬러가 그의 책 <살인자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리처드 트렌튼 체이스가 환영 연쇄살인의 단적인 예다. 체이스는 자신의 피가 중독되어 가루로 변한다고 믿고 있었으며, UFO를 만든 건 나치인데, 나치가 끝임없이 지구 주위를 떠돌며 살인을 지시한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교수는 “몇 년 전 서울 중랑천변의 한 교회에 일요일에 난입해 식사하던 어린이들에게 칼을 휘두른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라며 “이 경우 일회적으로 그쳤지만 만약 그가 붙잡히지 않았다면 환영에 의한 연쇄살인의 전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순은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순순히 따라오지 않았다면 살 수 있던 것이 아니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살인의 동기를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연쇄살인범이 흔히 보이는 성향이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위는 “주의해야 할 것은 강호순이 하는 말은 A부터 Z까지 다 거짓이라는 것”이라며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강호순이 어떤 식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는지 강호순의 말을 순순히 믿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김대두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드러내지만 실제 그가 사이코패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사형 선고 이듬해인 1976년 사형이 집행됐다.

김대두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드러내지만 실제 그가 사이코패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사형 선고 이듬해인 1976년 사형이 집행됐다.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성으로 뇌 안에서 분비되는 특정 호르몬, 이를테면 세로토닌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천적인 전두엽 이상으로 공격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지닌 세로토닌이 결핍되어 있다는 것. 실제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염 교수는 세로토닌 분석은 주로 피의자의 변호인 측에서 실시한다고 말했다. 주로 감형받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국내의 연쇄살인마들이 세로토닌 결핍이라는 특성을 보이는지는 알 수 없다.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진 김대두, 지존파들은 말할 것 없고, 아직 형집행 대기 상태인 유영철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표 교수는 “국가 전반의 추가적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 목적이라면 본인의 동의를 끌어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그런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궁금한 것은 최근 연쇄살인 범죄자들의 나이가 특정 연령대로 수렴되고 있는 이유가 뭐냐는 것. 유영철과 강호순은 1970년생이고, 정남규는 1969년생으로 동년배다. 권일용 경위는 “우리도 그 점에 흥미를 느끼지만 함부로 가설을 내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표 교수는 “‘한국의 연쇄살인’을 분석한 책에서도 ‘한국적 연쇄살인’에 성장기와 범행 당시의 시대 상황 조건을 기술했지만 이들이 태어난 때가 6·25와 같은 격변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염 교수는 연령대를 특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30대 말~40대 초반에 연쇄살인범죄자가 집중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통상 20대 남성의 경우 연쇄강간범죄는 있지만 살인은 잘 안 한다. 또한 50대가 넘어가면 대학을 졸업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비교적 다 평등해진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30, 40대 남성은 평등하지 않고 경쟁의 압박을 심하게 받는 시기를 겪는다. 부인의 지위나 자녀교육에서도 비교를 당하는 입장이다. 이런 긴장 또는 스트레스 요인을 고려하면 하나의 설명은 가능하지 않을까.”

한국의 프로파일링 실태

경찰 프로파일링의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인권차별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고, 범죄자에게 역정보로 이용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링은 간단히 말하면 범인과 피해자의 프로필을 추정하고 빈 공간을 채워넣는 것이다. 염 교수는 “강력 사건을 10년 정도 맡은 모든 형사는 이론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을 뿐 다 프로파일러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대부분 수사를 할 때 범인상분석에 대한 가정을 갖고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프로파일링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성향이나 직업, 거주환경 등 다양한 범죄 관련 정보를 취합해야 한다.

프로파일링은 물리적 프로파일과 심리적 프로파일로 나뉜다. 물리적 프로파일은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해 추가적 범죄를 막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테면 이동수단이나 활동시간대, 어떤 지역이냐 등을 추론하는 것이다. 심리적 프로파일은 범인의 행동패턴을 분석한 이후 행위 예측, 범인취조 과정 등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프로파일링은 방화·성범죄·아동성범죄 등 각종 연쇄범죄에 이용된다. 권일용 경위는 “그렇다고 프로파일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환상은 금물”이라며 “프로파일링은 현장수사와 밀접히 결합하는 일종의 지원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몇 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하고 있을까. 현재 인원은 45명에서 60명선. 심리·사회·범죄학 석사이상 학위 소지자들을 범죄심리분석 요원로 특채해 현재 두 번째 기수까지 선발했다. 선발된 요원들은 대부분 전국 지방경찰청에서 일하고 있다. 적정한 인원일까.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인력의 적절한 활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말이 범죄심리 분석 요원이지 그냥 형사 노릇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염 교수는 “현장 인력은 부족하고 연쇄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쇄살인 그것이 알고 싶다, 5문 5답

문1 몇 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을 때 연쇄살인이라고 하나.
답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2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을 때 연쇄살인이라고 본다. 2건 이상의 살인이라고 해서 모두 연쇄살인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범죄심리학에서는 2건 이상의 살인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진 살인은 ‘대량살인’, 연속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 살인은 ‘연속살인’이라고 부른다. 연쇄살인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일정한 휴지기를 갖는 살인이다. 대량살인, 연속살인, 연쇄살인을 포괄하여 ‘다수살인’이라고 부른다.

문2 개별적인 살인행위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어야 하나.
답 연쇄살인을 연속살인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살인 사건 사이에 ‘시간적·심리적 단절’이 존재하는지다. 연속살인은 분노에 휩싸여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돌아다니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다. 연쇄살인은 살인을 하고 잠적했다가 다시 피해자를 골라 살인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심리적 냉각기(cooling-off period)’는 연쇄살인의 필수적인 조건으로 꼽힌다. 이 기간은 범죄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강호순은 2007년 1월 3일부터 1월 7일 사이에는 각각 3일과 1일 간격으로 살인을 저질렀지만 2007년 1월 7일 다섯 번째 살인을 저지른 후 그다음 살인까지는 22개월간 공백이 있었다.

문3 연쇄살인범의 범죄 수법은 늘 유사한가.
답 동일한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다 보면 유사한 수법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연쇄살인은 살인 충동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2000년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여학생 연쇄살인범의 경우, 첫 번째 살인에서는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고 성폭행도 없었지만, 두 번째 살인에서는 도구를 사용하고 성폭행을 했다. 또 연쇄살인범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범행수법이 진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문4 연쇄살인범은 타고나는가.
답 한때 외모만으로 범죄자를 판단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있었다. 20세기 초 롬브로소라는 이탈리아 외과의사는 ‘타고난 범죄자는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팔다리가 지나치게 길다’는 식의 이론을 주장했다. 1960년대에는 Y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돌연변이가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을 띤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최근에는 분노 감정을 억제하는 세로토닌 생성 관련 유전자를 통해 유전적 특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 그러나 학계의 대체적인 합의는 ‘선천적 요인이 범죄의 토양을 제공할 수는 있더라도 후천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문5 그렇다면 연쇄살인범을 만드는 다른 요인은 무엇인가.
답 선천적인 요인과 달리 학대나 성폭행 등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은 연쇄살인범의 출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정남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인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나 강호순처럼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없는 연쇄살인범도 있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 역시 연쇄살인의 절대적 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학대 경험이 있다고 모두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원식 기자>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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