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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 ‘싹’부터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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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범도 작은 사건서 시작… 초범시절 선도가 중요

10대 초반 아이들이 인천의 한 오락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경향신문>

10대 초반 아이들이 인천의 한 오락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경향신문>

이미 범법행위가 만성화된 성인 범죄자를 개선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때문에 만성화되기 전, 경미한 초범을 저질렀을 때 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청소년 단계에서 요주의 비행소년을 변별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쇄살인, 상습적 성폭행 등 다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는 극악무도한 파렴치범도 최초의 범법행위는 대부분 청소년기의 작은 사건에서 시작한다. 강도살인범으로 수감됐다가 탈옥,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창원도 어린시절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줬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고3 때 절도로 소년원에 수감된 뒤 학교를 중퇴하고 사회와 벽을 쌓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자신이 뉴욕 할렘가에서 출생해 비행소년기를 보낼 때 ‘처벌’보다는 늘 자신을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바르게 살 수 있다고 밝혀 대조를 보인다.

청소년 범죄율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37만6627건의 청소년 범죄가 발생했고, 2004년 대비 2007년 청소년 범죄율은 33%나 급증했다. 또 범죄가 날로 흉포해지고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저지르는 조발비행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개정된 소년법에서 종전 만 12세 이상이어야 소년원 등 시설에 수용할 수 있던 것을 만 10세 이상으로 낮춘 것도 그런 배경이다.

이혼 급증 등 가족 해체 현상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아이가 많아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청소년들을 비행의 길로 쉽게 들어서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는 “급격한 가족해체 현상과 방치되는 아이들, 독신자 가구 증가, 변칙이 횡행하는 사회구조, 황금만능사상의 팽배 등으로 우리 사회는 연쇄살인범이 싹트기에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철, 소년원서 사회와 벽 쌓아
주목할 점은 소년 범죄 재범률의 증가다. 14세 이상 20세 미만의 소년 범죄 중 전과 3범 이상의 누범자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1994년에는 전과 3범 이상의 소년범 비율이 전체 입건된 인원 중 3.8%에 불과했으나, 1999년엔 11.1%, 2003년에는 11.4%로 누범자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우리나라 현행 소년사건 처리 절차가 소년의 범죄자화(전과자)를 막는 데만 급급할 뿐,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선도를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데는 소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소년사건의 사법적 처리는 특별한 국가기관에서 맡는 것이 아니라 일반형사사법기관인 경찰, 검찰, 법원 등이 담당하고 있다. 현 소년법에 따르면, 모든 소년범은 경찰 단계에서 경미초범 구분 없이 입건해 모두 검찰로 송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검찰로 송치된 대부분 소년범죄사건은 기소유예 등 불기소(60%) 처분되거나 집행유예(90%)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소년의 재범률은 1999년 22.2%에서 2005년 30.9%로 늘었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경찰에서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송치되다 보니, 형사절차의 장기화와 경찰, 검찰의 중복조사 과정에서 소년의 반사회성이 강화되고, 오히려 범죄의 늪에 깊이 발을 담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경찰 단계에서 경미초범 소년범들에 대한 적절한 심리분석과 상담을 통한 선도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비행성 평가를 통해 소년들의 심리적 부적응 정도와 공격성, 반사회성, 경계선 성격 등에 의한 재범의지를 진단하고 심리적 부적응이 심한 경우엔 전문적인 심리치료로, 재범의 의지가 강한 경우에는 형사사법적 선도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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