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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각에서 개선책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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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여행(女幸) 경진대회’ 우수 사례

1월 31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여행경진대회’ 참석자들이 여행 프로젝트 우수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1월 31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여행경진대회’ 참석자들이 여행 프로젝트 우수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관점과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하고 밝아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사소한 관심이 여성 행복을 얼마나 증진시킬 수 있는지를 보았다. ‘여행 프로젝트’는 어떤 구호보다 더 여성 해방적이고 양성 평등적이다.”-김효선 여성신문 대표
‘여행 프로젝트의 올스타전’인 ‘제2회 서울시 여행경진대회-여성행복 나눔마당’에서 여행 프로젝트 우수사례 발표를 들은 뒤 나온 감상들이다. 1월 31일 서울 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린 경진대회에서는 우수작품으로 발표된 6개 사례는 서울시 본청, 투자·출연기관, 자치구 등에서 총 133개 팀과의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명품 여행 프로젝트’다.
이들 발표에는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다는 게 관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성과 주부 그리고 어머니의 눈과 피부를 통해 보고 느낀 일상에서의 불편과 불만, 불안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과 여성의 시각에서 개선책을 찾는다면 ‘3불해소’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여성이 디자인하는 ‘송파의 여행’
송파구의 발표 주제는 ‘여성이 안전한 거리환경 조성’이다. 여성(프로슈머 15명)이 ‘여성의 안경’을 쓰고 시민고객의 불안과 불만 요소를 찾아나선 점이 높게 평가됐다. 프로슈머들은 불과 3일간 거리 조사에서 무려 554개의 불편사항을 찾아냈다. 그만큼 여성이 체험한 불편·불안 사항이 널려 있던 것. 어두운 거리, 고원의 고립감, 지하도 조명, 망가진 보도블록 등 남성들이 무심히 넘겼던 문제가 대부분이다. WCO인증도시(예술·건강·사회문화 분야에서 WCO의 이상인 ‘건강한 삶, 아름다운 세상’을 추구하고 실천해나가는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공로상을 시상함)라는 자부심이 있는 송파구는 지적 사항 중 90%를 해소했다.

여자들이 편한 ‘구로구 아파트’

오세훈 시장이 1월 31일 열린 여행경진대회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오세훈 시장이 1월 31일 열린 여행경진대회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서울 시민의 50%는 아파트에 거주한다. 아파트는 더 이상 주거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생태·놀이·문화가 숨쉬는 토털공간이다. 공간 개념의 확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전의 문제. 구로구는 약간의 발상 전환으로 주부의 안전을 제고시킬 수 있는 안전형 아파트를 소개했다. 여성 우선 및 여성 전용 주차구역을 설정(10%)함으로써 여성 행복을 증진시켰다. 이밖에 여성 운전자를 위한 짐 운반용 카트를 주자장에 설치해 무거운 짐을 들어 옮기는 불편 사항 개선, CCTV에 음성전송(녹음) 장치(스피커폰)를 설치해서 비상상황을 사전 감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 아파트 승강기 문을 투시형으로 개선한 것에 높은 점수를 얻었다.

행복해진 금천구 ‘여행길’
금천구는 통행 편의과 가로환경을 접목시키는 발상 전환 사례를 발표했다. 과거 도로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토지는 인근 토지 주인에게 매각하는 게 구청행정의 관례였다. 구로시는 잔여 토지를 공원화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자투리 땅을 생활 속 쉼터로 만들어 쾌적성을 높임은 물론 가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보행 편의를 높였다. 이번 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최초로 건축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서 건물과 사람이 하나 되는 친환경도시 조성한 사례를 다른 자치구에 전개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날 평가위원으로 참석한 강승필 서울대 교수는 “자투리 땅을 주민에게 돌려준 돋보이는 ‘여행’ 성과”라고 평가했다.

문화활동으로 변화된 노년의 일상
서울시 문화국은 ‘실버들의 아름다운 변신’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맛볼 수 있도록 한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2008년부터 시행한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운영이다. ‘행복한 걸(Girls) 60+’(60세 이상의 여성 노인) 참여자의 문화·예술교육 활동가로 양성, 문화나눔 봉사활동을 통한 문화전파 사업을 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행복한 걸’ 산하의 16개 동아리, 450명은 지난 한 해 동안 18개의 프로그램(인형극, 마임, 그림자극, 음악, 연극)을 소화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여성 노인들이 문화예술의 능동적 생산자로서 예술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다시 문화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충무아트홀, 마포아트센터, 구로아트밸리극장 등에서 공연도 했다.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학생’ 중 일부는 심화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해서 문화매개자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문화예술교육 수료자로 구성된 ‘어른신예술동아리’가 직접 출현, 연기를 곁들인 시낭송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여행 프로젝트에 정책 제언을 하는 주요 여행 동반자들(왼쪽부터 이배용 이대총장, 박은경 전 YWCA연합회장, 윤선화 한국생활안전 공동대표, 진민자 청년여성문화원 이사장.

여행 프로젝트에 정책 제언을 하는 주요 여행 동반자들(왼쪽부터 이배용 이대총장, 박은경 전 YWCA연합회장, 윤선화 한국생활안전 공동대표, 진민자 청년여성문화원 이사장.

선유도 공원을 여성의 섬으로 만드는 한강사업본부
선유도는 여성문학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여성문학의 효시인 <공무도하가>의 발원지기 때문이다. 한강사업본부는 이 같은 역사성을 지닌 선유도 공원을 여성을 위한 문화전당으로 가꿔가고 있다. ‘여성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여성 특유의 문화를 향유할 뿐 아니라 그것에서 창조적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가능한 일. 이를 위해 한강사업본부는 여성의 섬 헌장 제정(2009년 2월), 여성 위인·문학인 일대기 및 작품집 전시회(2009년 2월 5월), 아시아 여성문화페스티벌 개최(2010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문화의 스토리텔링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행복한 주차장을 만드는 도시교통본부
도시교통본부는 여성 중에서도 임산부와 노약자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주차장 ‘재설계’ 작업을 소개했다. 특히 여성 우선 주차구획을 225개 주차장에 1869개 면에 설치했다. 이곳에 주차구획 넓이를 20㎝ 확대해서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데 나섰다. 또 이 확대구간 20㎝는 두 개의 주차면 중간에 중복시킴으로써 주차면의 경제적 활용도 고려했다. 한편 이날 피아니스트 이루마씨, 행복부부로 알려져 있는 조갑경·홍서범씨, 일하는 주부 최은경 아나운서 등을 여행 프로젝트를 시민에게 알리는 데 앞장설 여행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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