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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위 돌격내각’ 위기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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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 원세훈 장관, 정보 분야 문외한 불구 국정원장 내정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 개각을 야당은 ‘정면돌파’로 해석했다. 야당은 최측근을 앞세워 2월 MB 악법 통과, 3월 위기설 돌파 등을 목표로 한 ‘친위돌격내각’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한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의 국정원장 내정이다. 원 장관은 서울시에서 행정부시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왔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개각 이후 발표한 논평에서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와 안기부 부활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말 잘 듣는 머슴을 내정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보 분야에 밝은 한 여당 측 인사는 “내치를 담당하던 행정안전부 장관을 국정원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국정원에서 내치에 비중을 두겠다는 이야기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볼멘소리를 뱉어냈다. 이 인사는 “정보 분야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인데 최측근이라고 해서 국정원장에 임명한다는 것은 국정원의 업무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호·박영준 등 ‘차관정치’ 우려
‘정면돌파내각’의 상징이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게 원 장관에 대한 평가는 ‘화합형 인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국회 행안위에서 야당 공격수인 강기정 의원은 “부드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국정원을 장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권력의 힘을 이용해야 국정원장으로서 리더십을 갖출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원 내정자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선출될 당시 서울시의 경영기획실장이었다. 이후 행정1부시장으로 승진했고 대선 과정에서 특보로 활동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한 이춘식 한나라당 의원은 “원 내정자를 강성이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합리적이고 화합형 인물로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에 근무할 당시 원 내정자가 일을 정말 깔끔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했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원 내정자는 속이지 않는다’는 신뢰가 확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원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시장 시절 대통령이 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고 회고했다.

국정원에는 이미 코오롱 출신의 김주성 기조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코오롱 출신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더구나 이번 국정원장 경질 사유 중에는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기조실장의 불화설도 유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실장이 아닌 원장을 교체하는 ‘거꾸로’ 인사를 단행한 것을 보면 김 실장이 실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결국 국정원은 수장이 대통령의 최측근, 기조실장이 현 정권 실세의 최측근으로 명실상부한 친위세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정면돌파개각’의 한 축에는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경찰청장 내정이 있다. 김 내정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고등학교(대륜고) 후배로 경북 영일 출신이다.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영일 출신 인사가 4대 권력기관장의 하나인 경찰청장에 내정된 것도 친위체제의 구축으로 볼 수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7월 서울청장으로 임명되면서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당시 이미 차기 청장감으로 지목될 정도로 경찰청 내에 경쟁자가 없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어청수 청장이 임기(2년)를 다 채우게 되면 김 서울청장이 그 전에 임기를 마치게 되므로 어 청장이 중도에 그만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 관측대로 내정이 이뤄졌다.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 실세인 이 대통령·이상득 의원·최시중 위원장에게 신임받는 김 내정자가 공안 통치에 앞장설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김 내정자는 내정이 발표된 다음 날인 1월 20일 용산 철거민 참사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 야당은 우려가 미리 현실화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 대통령은 최측근을 차관에 임명해 부처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주호 교육제1차관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대표적이다. 이 차관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교육계에서 보았을 때는 비(非) 교육계 인사로 치부된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오랫동안 교육 문제를 다뤘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에서 간사로 활동하면서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짰다. 1기 청와대에서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활동하면서 교육개혁을 주도했지만 교육계의 반발에 부딪쳐 2기 청와대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했다. 이명박식 교육개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준 국무차장 역시 1기 청와대에서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정두언 의원의 견제로 낙마했다. 박 국무차장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해 대표적인 SD(이상득 의원)계 인물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국무총리실에서 여러 부처에서 일하는 업무를 조정해 이명박식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이 차관에 임명되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차관정치’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이 차관이라는 직책에 충실하든, 그 이상의 역할을 하든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관료들의 속성상 교육부와 국무총리실에서 권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내정 역시 친위 인사의 임명으로 해석된다. 고려대 교수인 현 내정자는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인수위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서 투자유치TF팀장을 맡을 정도로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윤 수석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이시종 의원과 맞붙었다가 떨어졌지만 정권 초기에 곧바로 중책을 맡았다.

“고려대·경북·공안 출신 KKK정권”
민주당은 1월 19일 개각과 차관급 인사, 최근 검찰·경찰청 인사를 보면서 ‘KKK’정권으로 바로 규정했다. 고려대·경북·공안 출신이라는 점에서 KKK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이다. 이 명칭은 미국 백인우월 테러집단인 ‘KKK단’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비판 의도를 알 수 있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보통 정권 말기에나 가능한 친위 인사 배치를 정권 초기에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강기정 의원은 “이번 인사를 보면 이명박 정부 내내 측근들만 기용하는 회전문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서갑원 의원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만큼, 국가를 경영하려면 사조직이나 개인 인연을 떠나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널리 인재를 고르고 적임자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친이 측 의원은 “행안부 장관을 두고 적임자가 없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의 소리로 들릴 수 있다”면서 “주위를 둘러본다면 유능한 사람이 많은데 왜 적임자가 없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유능하고 주위의 인정도 받으면서 청와대의 입김대로 현 정국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사람을 찾다보니 적임자가 없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무조건 정국을 돌파하는 데 앞장설 측근 인사만 찾는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여권의 한 친이 핵심인사는 ‘친위돌파내각’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번 인사는 문제가 있는 인물을 갈아치운 것에 불과할 뿐 큰 의미가 없다”면서 “올해 중반기쯤 이뤄질 대폭 개각을 두고 이 대통령의 인사 시스템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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