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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예언서 ③ 송하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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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핵전쟁 온다’예언 빗나가

비결서들은 천지개벽이나 재난 때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와 관련한 생존 문제를 공통의 주제로 삼고 있다. 사진은 충남 계룡산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경향신문>

비결서들은 천지개벽이나 재난 때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와 관련한 생존 문제를 공통의 주제로 삼고 있다. 사진은 충남 계룡산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경향신문>

한반도 전쟁, 천지개벽, 괴질창궐…. 2003년, <송하비결> 초판이 발행되었을 때 화제가 되었던 <송하비결>의 ‘예언’이다. <송하비결>의 정식 이름은 <송하돈비결(松下豚秘訣)>. 저자는 송하노인(1845~?)으로 알려져 있다.

<송하비결>의 원본은 2~3부가 존재했는데, 그중 한 부가 동학교도인 이석에게 전해졌고, 다시 필사본 형태로 세옹(1919~1996년)에게 전달됐다. 책의 공동 편역자인 황병덕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세옹(공동편역자 김성욱씨 선친)은 6·25 당시 이 책의 필사본 일부를 갖고 북한 의용군으로 참전, 인민군으로 내려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강원 원주에 눌러앉았다. <송하비결>은 김성욱(43)씨가 2000년도에 낸 <매화역수>의 부록으로 그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평상시에 동양학에 관심이 많았던 황병덕 연구위원은 인터넷에서 ‘9·11테러를 정확히 맞춘 비결서가 있다’는 글을 읽고 김씨를 찾아가 그 비결서 전체를 읽게 되었고, 두 사람이 연도별로 해석을 붙여 책으로 펴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남송이라는 호를 써서 편역작업에 참여했지만, 현직 사회과학자가 예언서의 편역작업을 주도했다는 것도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였다.

<송하비결>이 본격적으로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다음의 유명한 구절이 알려지면서다. “목하첨자 목가병국(木下添子 木加丙國), 즉 이씨(木+子=李, 이회창)가 나라 권력을 잡으려(木+丙=柄) 하는데, 존읍정복 양화득권(尊邑鼎覆 兩火得權), 즉 정씨(尊+邑( )=鄭, 정몽준)가 솥(鼎)을 엎어버리지만, 두 불(붉은 악마와 촛불시위 군중)이 권력을 얻으리라. 하려하계(何廬何戒), 어찌 노씨 성을 가진 인물을 경계하는가?”

저자는 송하노인… 2003년 초판 발행

송하노인이 지은 <송하비결> 필사본 표지, 김성욱 소장본.

송하노인이 지은 <송하비결> 필사본 표지, 김성욱 소장본.

마치 2002년 대선 막판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후 북한의 위기, 중국·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배치, 미군 철수,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미래 예언은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긴장 국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당초 2004~2007년에 벌어진다고 하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사과학문제연구소 강건일 박사(전 숙명여대 교수)는 그의 책 <초자연의 세계>에서 “<송하비결>이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예언했다가 유치에 실패하자 슬그머니 해석을 바꿨다”라며 비판했다. 이밖에도 2008년 8월 발간한 개정4판에서는 2004년 탄핵무효 촛불시위로 해석했던 부분을 2008년 촛불시위에 대한 해석으로 수정하는 등 ‘변화’가 눈에 띈다. ‘백악관에서 암살당할 것’으로 예언되었던 부시 미 대통령 역시 현재까지 건재하다. 어떻게 봐야 할까.

황병덕 연구위원은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천기(天氣)가 어떤 형태로든 누설되면 변형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시당초 필사본 형태로 되어 있던 <송하비결>의 순서가 헝클어져 있었는데 그동안 영매를 통해 천계(天界)의 송하노인과 영적 교신을 통해 바로잡은 최종판이 이번 개정4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핵위기를 묘사한 ‘송하유돈’, 북한 위기 등의 사태는 2009년 이후로 미뤄졌다. ‘평창올림픽’의 기운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부시의 뒤를 이은 오바마가 암살될 수도 있다. 덧붙여 황 위원에 따르면 더 이상 개정판은 나오지 않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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