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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운 예측’ 대부분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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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협회 “순탄한 한 해 될 것”… 경제위기 예측 못해

해가 바뀌면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게 있다. ‘신년 국운 예측’이다. 시사평론과 역술이 혼재하는 이 예측을 내놓는 주인공들은 내로라하는 역술인들이다. 이들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2007년 말과 2008년 초에 몇몇 매체에 나온 역술인들의 ‘2008년 국운 예측’을 1년이 지난 지금, ‘사실’과 ‘보편적 합의’의 관점에서 따져봤다.

“건설·부동산 포함 좋은 상황될 것”

일부 역술인이 2008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지난해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국내 정치 불안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고통이 심했다.

일부 역술인이 2008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지난해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국내 정치 불안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고통이 심했다.

먼저 2007년 연말 한 경제신문에 ‘미리 본 2008년 국운’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예측. 성명역학연구가와 철학원 원장 등 5명의 유명 역술인이 2008년 국운을 예측했다. 역술인협회 백운산 회장은 “큰 문제 없이 순탄한 한 해가 될 것이며, 특히 경제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건설, 부동산, 해외 인력 수출 등을 포함해 모든 경제 분야가 발전, 발복할 수 있다. 강조하건대 2007년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08년 우리 경제 사정은 어땠을까. 지식경제부가 올해 1월 2일 발표한 ‘2008년 수출입 동향 및 2009년 수출입 전망’을 보면 2008년 수출은 전년도보다 13.7% 늘어난 4224억 달러, 수입은 20.0% 증가한 4354억 달러를 기록, 13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84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백 원장이 2008년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상반기에는 총선도 있는 만큼 정치·경제 부문이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5월 이후로는 맑은 기운으로 국운이 상승해 안정권에 접어들게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선정한 ‘2008년 10대 뉴스’에 따르면 “5월 2일부터 촛불집회가 열려 98만여 명(경찰집계)이 참여하고 106일간 계속됐다. 초기에는 국민건강을 우려한 비폭력 시위였으나 곧 광화문 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반(反)정부·반(反)이명박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됐다.” 이 신문의 해석에 따르면 5월 이후의 사정도 ‘국운 상승’과 한참 거리가 멀다.

청송철학원 김정섭 원장은 “전반적으로 무척 힘든 해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제2의 IMF가 시작된다…. 서민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라고 했다. 2008년을 겪은 한국인들이라면 이 예측이 큰 틀에서 적중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정확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음력 8월 중순부터는 생활이 좀 펼 것이다” “하반기가 되면 정책이 제자리를 찾고 나라도 차츰 안정될 것이다”라고 했다. 음력 8월 중순은 양력으로는 9월 중순이다. 2008년 9월 15일 미국 제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 뒤이어 월가 금융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김 원장은 이어 “2010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이 통과되면 그(이명박)가 한 번 더 대통령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을 모르는 ‘무지’의 소산이거나 헌법을 유린한다는 끔찍한 얘기다. 왜냐하면 현행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조항을 개정한 당해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게 명문화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1월 10~11일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 지지율은 27%다. 헌법을 유린하고 개헌을 발의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개헌에 관한 김 원장의 예측이 적중하기를 바라는 사람의 수는 아주 적을 듯하다.

사주아카데미 노해정 대표는 “정치인 100명과 금융계 애널리스트 80여 명의 사주를 분석”한 뒤 “정변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 온다”고 내다봤다. 그는 “성장 동력이 떨어진 산업군은 도전을 받고 정리되고, 금융권은 해외 관련 악재가 터지며… 증권 쪽은 내년 하반기 또는 2009년까지 불안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노 대표는 또 “한 굴지의 재벌그룹 총수의 운은 급격히 약해져 2008년 또는 2009년에 거의 끝나게 된다”라고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이 총수가 누구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2007년 12월 한 인터넷 매체에 나온 김태규 명리학 연구가의 예측을 보자. 그는 일단 “무자년(2008년)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해가 될 것”이라면서 2008년에는 부의 축적이 한계에 도달한다고 내다봤다. 음양오행의 코드에 따르면, 1978년 무오년이 부의 출발점이었고 1998년 무인년부터 빈부가 갈리기 시작하다가 2008년에 “부의 형성과 축적이 한계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김태규씨는 이어 “엔캐리 청산의 일부가 마무리되면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면서 “최고치는 2700에서 3300포인트 사이가 될 것이며, 시기는 2008년 중이나 최장 2009년 3월 정도가 최대한의 기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5~10% 실질성장할 것” 강조하기도
2007년 12월 31일 한 경제신문에 실린 송인창 대전대 철학과 교수의 2008년 예측은 어땠을까. ‘역학으로 본 국운’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송 교수는 “4월 총선에서는 무토(戊土)인 여당은 압승할 것이고, 자수(子水)인 야당은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나 러시아와 관계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 살리기’라는 새 대통령의 목표와 4월 총선,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5~10%의 실질적 경제 성장은 이룩될 것 같다”고 봤다.

그러나 2008년 12월 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08년 3분기 실질국민총소득은 전분기 대비 3.7% 감소해 98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또 작년 12월 2008년 4분기 성장률이 3분기에 비해 마이너스 1.6%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OECD가 전망한 2008년 30개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은 1.6%, 2009년은 마이너스 0.4%다.

이렇게 빗나간 예언과 예측이 많지만 사람들은 또 한 해의 국운을 엿본다. 2009년 국운 예측은 대체로 어둡다. 이미 경제적 어려움이 많이 부각됐고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역술인협회 김사회 부회장은 “국민과 지도자 간 반목과 대립이 심화해 화합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인창 교수는 ‘전체적으로 힘들 것’이라면서도 “분열보다는 화해가, 나뉨보다는 통합의 기운이 강하게 나타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 정확성을 떠나, 역술에 근거한 예측이 부정적인 전망은 틀리고 긍정적인 예측은 맞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을 것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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