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통문화 상품 ‘수출효자’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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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복분자주, 온돌 등 새 가능성 열어… 우리 고유 특색품목 육성 국가 지원 필요

한국 전통 제품이 속속 수출 산업화되고 있다.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맛코리’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동주조의 쌀막걸리 생산 모습.

한국 전통 제품이 속속 수출 산업화되고 있다.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맛코리’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동주조의 쌀막걸리 생산 모습.

우리의 전통문화를 토대로 한 상품이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삼, 홍삼, 김치, 한우 등 기존 우리 농수산물 외에도 최근 막걸리, 복분자주, 온돌, 한지 의류 같은 ‘한국식’ 제품이 수출 유망주로 뜨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등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상업화한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관광산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 ‘맛코리’ 바람, 올 50억 원 전망
1월 중순 찾은 경기 포천시 이동면의 이동주조에 들어서자 막걸리에 쓸 누룩이 발효하면서 뿜어내는 달면서도 시큼한 주향(酒香)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술 익는 마을’의 정취. 쌀과 밀을 효모와 섞어 만든 누룩은 열처리를 마친 뒤 숙성하기 위해 항아리로 옮겨졌다. 이어 물로 희석시킨 막걸리는 생산라인을 통해 쉴새없이 쏟아져나왔다. ‘マッコリ(맛코리)’라는 상품명이 선명한 1.5ℓ들이 막걸리 페트병은 컨테이너 박스에 옮겨져 일본으로 향하는 제품들이다.

이동주조의 연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 2003년에 100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2005년 160만 달러, 2006년 190만 달러, 2007년 230만 달러에 이어 지난해엔 310만 달러를 넘었다. 해마다 15~30%의 성장을 지속하는 셈이다. 올해 수출 목표는 420만 달러다. 이동주조 최홍선 전무는 “10년 전부터 일본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이후 중국과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대부분 지역에 우리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처음엔 교포가 주 수요층이었지만 몇 해 전부터 일본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즐겨 찾으면서 수출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나라의 전통과 개성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으로 막걸리를 수출하는 이동주조의 한 직원이 항아리 속 누룩을 젓고 있다.

그 나라의 전통과 개성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으로 막걸리를 수출하는 이동주조의 한 직원이 항아리 속 누룩을 젓고 있다.

수출의 90%는 일본.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청주인 ‘사케’가 유행하고 있다면 일본에선 막걸리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판매되는 막걸리는 용기에 따라 페트병, 유리병, 팩 등으로 나뉜다. 유리병의 경우 수출용으로 고급화해 특히 소매점에서 잘 팔리고 있다. 유리병 막걸리는 360㎖에 6000원 정도. 국내에서 1.5ℓ 페트병이 불과 1000원대에 팔리고 있는 데 비하면 막걸리가 현해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시장 진출 성공의 비결은 단맛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막걸리보다 더 단맛이 나는 이동주조 막걸리가 단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았던 것. 여기에 한국 막걸리는 단백질, 콜린 등 여러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고, 유산균이 풍부해 장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여성 소비자가 늘어났다. 일본에서는 병 외에도 잔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고, 마시는 법 또한 사이다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거나, 칵테일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최 전무는 “특히 일본 현지 법인을 통해 소매점을 통한 영업으로 판로 개척과 함께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했고, ‘닛코리(생긋 웃는 모양)~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라는 리듬의 광고가 히트하면서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이동주조는 현재 미국과 동남아 지역에도 ‘라이스 와인’이란 이름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만큼의 호응은 없는 실정. 이에 대해 최 전무는 “식습관의 차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인의 입맛이 한국과 비슷해 한국의 전통식품인 김치, 갈비 등이 인기를 얻은 것과 같은 셈”이라는 그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 맑은 술을 선호하는 미국·유럽 시장엔 다소 텁텁한 느낌을 주는 막걸리가 맞지 않는 것 같고, 동남아 역시 기온이 높은 탓에 술 소비량이 적어 수출이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막걸리 수출액은 442만 달러에 이른다. 올해에는 국내 매출액 1위인 서울탁주도 일본의 식품 전문 유통회사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수출에 참여한다는 계획. 공사 측은 탁주 수출이 활성화된다면 쌀 소비 촉진은 물론 전통주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 이용 웰빙의류 출시 수출 나서
막걸리뿐 아니라 복분자주도 효자 전통상품이다. 국내 복분자주 시장 선두인 보해는 복분자주를 미국, 호주, 중국, 아르헨티나 등에 수출하여 호평을 받아 소주, 막걸리 등이 중심이 되어온 술 수출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2007 한·중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행사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며 국제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인 보해의 복분자주는 특히 전통의 곡선을 살린 술병 모양 덕분에 미국시장에서 ‘럭비공 와인’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왼쪽_복분자주도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효자 전통상품. 특히 보해의 복분자주는 2005년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오른쪽_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전북 고창의 선운산 복분자주.

왼쪽_복분자주도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효자 전통상품. 특히 보해의 복분자주는 2005년 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서 공식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오른쪽_해외에 수출되고 있는 전북 고창의 선운산 복분자주.

한국의 전통 주거 형태인 온돌도 수출품이다. 의료기기 업체인 솔고바이오메디칼은 우리나라 온돌에서 착안한 매트를 출시하여 해외시장 개척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경동나비엔은 온돌난방 보일러를 비롯한 설비자재를 중국 등지로 수출하여 큰 성과를 얻고 있다.

한국의 향취를 담은 의류도 수출길에 나섰다. 쌍영방적은 한지를 이용한 섬유를 개발해 미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데 잘 마르고 냄새가 잘 빠져 친환경 제품으로 꼽힌다. 한국암웨이 역시 전통적인 한지를 이용한 웰빙의류를 출시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지 옷감은 곰팡이와 유해 세균 발생을 방지하고 청량감이 뛰어난 경량 소재로서 아토피 질환 방지용 아동 의류나 속옷, 양말 등을 생산하는 데 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통의 산업화 수준은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외국에 비해 큰 차이가 있어 더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의 차, 일본의 스시,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인쇄기 등이 자국의 전통을 토대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좋은 사례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의 김희영 연구원은 “기술이 평준화돼 개성적인 상품이 각광받는 시대로, 우리만의 문화를 활용해 돈을 버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통을 수출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색산업을 발굴하고, 지방축제의 활성화를 통한 전통산업 홍보, 전통과 IT기술의 융합 전략, 전통산업의 국제 표준화 및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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