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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사전에 리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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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기회다

경제불황에도 마케팅 전략 ‘콧대’…
국내 판매가격 세계서 가장 비싼 수준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면서 걷고 있는 젊은 여성들.

스타벅스커피를 마시면서 걷고 있는 젊은 여성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내수 경기 침체도 가속화되고 있다. 식음료업계에서는 일반적인 불황 타개 비책으로 ‘저가 마케팅’을 활용한다. 이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애용된다. 하지만 콧대 높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만은 예외다. 미국의 스타벅스 본사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단골 마케팅’과 ‘저가 마케팅’을 구사하며 몸을 바짝 낮추고 있지만, 한국의 스타벅스는 여전히 종전 가격과 서비스를 고수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최근 미국의 스타벅스 본사는 경기 악화와 실적 부진에 내몰린 나머지 무료 리필 서비스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등의 저가 커피 공세에 고객을 잃을 위기에 놓인 스타벅스가 영국 내 670개 이상의 매장에서 무료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올해 초에는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서 8온스(약 226.8g)짜리 커피를 종전 가격보다 50% 싼 1달러에 시범 판매하면서 저가 마케팅의 시동을 걸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전에 커피를 사 간 손님이 오후 2시 이후 영수증을 가져올 경우 4달러짜리 ‘그란데(대형)’ 크기의 아이스커피를 2달러에 판매하는 등 자존심을 접고 판촉에 열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새 주가가 반 토막이 나는 위기에 직면한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주주총회에서 1달러짜리 저가 커피의 시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단골손님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무료 향신료를 제공하고 공짜 리필도 해주겠다는 계획을 세워 충성도 높은 고객을 특별관리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한국서 4000만 잔 넘게 팔아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경영 실적에 대한 여러분의 걱정과 실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같은 브랜드로 사업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스타벅스는 사정이 영 딴판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무료 리필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10여 년 가까이 고집하고 있다.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사장 역시 “국내에서 저가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올 한 해 대한민국에서 스타벅스 커피는 4000만 잔이 넘게 팔린 것으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했다. 단일품목으로는 엄청난 수치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쌀 다음의 주식인 라면과 소주 등에는 못미치지만 이 정도면 가히 국민음식이라고 할 만하다. 국민(4800만 명) 한 명당 거의 한 잔씩 마신 셈이다. 하루 평균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고객만 1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한 지 불과 10년이 채 안 된 상태에서 스타벅스 커피는 ‘스타벅스공화국’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다. 미국에서는 매출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한국의 스타벅스는 불황 속에서도 건재하다. 오히려 매장 수는 늘었고, 매출 상승 폭도 컸다.

사정이 이러하니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콧대는 하늘을 찌르는 게 당연하다.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이미지를 마신다고 당당히 말하는 젊은 층에 700원짜리 삼각김밥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정크푸드’지만 4000원이 넘는 스타벅스 커피는 ‘자존심’이 돼버렸다.

경기 불황으로 스타벅스를 제외한 커피전문점은 최근 리필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3300원짜리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의 경우 500원, 그란데 사이즈 1000원을 내면 커피를 충전해준다. 할리스 역시 3200원짜리 레귤러 사이즈는 1000원, 그란데 1500원씩 지불하면 리필해주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규모 커피전문점만 제공했던 커피 리필 서비스를 최근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소규모 커피점에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세븐몽키스도 500원을 더 내면 33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다시 채워준다. 하지만 ‘별다방’이라 불리는 한국의 스타벅스는 현재 리필 서비스에 대해서 절대 불가 방침이다.

[특집]스타벅스 사전에 리필은 없다

스타벅스 커피의 국내 가격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싼 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1.6배에 달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체가 저가 마케팅에 소극적인 이유는 고가의 매장 임대료와 로열티 등 때문”이라며 “여기에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도 한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에서 팔리는 스타벅스의 ‘카페 아메리카노’는 그란데 사이즈(473㎖) 기준으로 약 2.6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600원이다. 같은 커피가 서울에서는 3800원에 팔린다. 46% 비싼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우리나라와 선진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아시아 주요 국가(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11개국 12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운데 서울보다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가 비싸게 팔리는 곳은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2곳뿐이었다. 영국 런던에서도 3770원으로 서울보다 싸게 팔렸다.

일본 도쿄에서도 3740원으로 서울보다 낮았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997년 한국법인 설립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월 평균 매출과 연간 당기순이익 모두 100억 원을 돌파했다. 거침없는 성장에 힘입어 미국 본사로 나가는 권리금(로열티)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 사회에 남기는 기부금은 ‘쥐꼬리’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로열티는 급증, 기부금은 쥐꼬리
2008년 3월 28일자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07년 매출액 1344억 원, 영업이익 167억 원, 순이익 12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무려 38%에 달했다. 현재 ㈜신세계와 미국법인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 Inc.)이 주식을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미국 본사가 가져가는 로열티 수입도 급증하는 것이다.

2004년 38억 원에 불과하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로열티 지출은 3년 만인 지난해 2배에 육박하는 70억 원 가까이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2007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기부금은 매출액의 0.07%인 8824만 원에 불과했다. 이를 국내 상장사들의 매출액 비중 기부금 비율(0.21%, 2006년 기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박찬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홍보사회공헌팀장은 “금감원에 공시된 수치는 순수 현금 기부액만 집계된 것이고 그 외에 물품 기부액과 고객모금액, 직원모금액, 환경기금 등을 합치면 5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개장한 이래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 상륙 10년이 되는 2009년에는 300호점, 매출 2000억 원 돌파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와 사회공헌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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