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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리언 24인 민주시민언론상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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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왜곡보도 맞서다 기소… 경제논객 ‘미네르바’와 함께

12월 19일 서울 충정로 한백교회에서 열린 민언련 24주년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한 누리꾼들이 민언련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12월 19일 서울 충정로 한백교회에서 열린 민언련 24주년 기념식에서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한 누리꾼들이 민언련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아고라에서 필명을 떨쳤던 경제논객 ‘미네르바’와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으로 기소된 누리꾼 24인이 (사)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정한 제10회 ‘민주시민언론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 김영희 한국방송PD연합회장,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 등 민주시민언론상 심사위원단은 “이번 민주시민언론상 선정이 어느 해보다 어려웠다”면서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송 장악, 언론 통제에 맞선 후보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광우병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린 MBC 과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YTN노동조합이 강력한 수상 후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이미 언론계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점을 고려해 후보에서 제외했다.

심사위원단은 민주시민언론상 수상자로 누리꾼을 선정한 이유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중·동의 왜곡 보도에 맞서고 스스로 ‘1인 미디어’로 활동한 누리꾼의 활동을 높이 평가해 이들을 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KBS 사원행동’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다음 ‘아고라’와 ‘언소주’ 카페서 활동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들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보수언론의 ‘카페 폐쇄 요청 공문’을 반박하고 있다. <경향신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회원들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보수언론의 ‘카페 폐쇄 요청 공문’을 반박하고 있다. <경향신문>

이번에 본상을 수상한 누리꾼 24인은 지난 촛불정국 기간 동안 광우병 관련 말바꾸기 보도, 촛불집회 왜곡·편파 보도 등과 관련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 등의 카페에 글을 올렸다. 언소주는 “스스로 바로 서지 못하면, 국민이 바로 세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검찰은 8월 이 운동에 참여한 누리꾼 가운데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카페 운영진(이들은 카페 도우미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21명 중 2명을 구속기소, 14명 불구속기소, 8명을 약식기소했다. 특히 24명의 기소자 중 2명은 카페에서 활동하지 않은 누리꾼이다.

이들을 변호하고 있는 김정진 변호사는 “기소된 24명 중 2명은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라며 “구속기소된 2명은 얼마 전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현재 재판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김 변호사는 또 “매주 화요일에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결과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네르바, 수상자 없는 시상식

[커버스토리]아고리언 24인 민주시민언론상 받다

이번에 보석으로 풀려난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 개설자 이태봉씨는 본상 수상에 대해 “사실 이런 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언론소비자 운동은 일상적이고 당연한 운동인데, 민주언론 시민으로 대접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보석으로 풀려난 양재인씨 역시 “우리 24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언론소비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표해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서로 연락을 해 상황이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상식에 참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24명의 누리꾼은 예비공판을 포함해 12월 16일 현재 13번의 재판을 받았다. 24명의 누리꾼은 교사나 개인사업자, 회사원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재판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연월차 등 휴가를 모두 사용한 경우도 있어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재인씨는 “우리처럼 매주 재판이 열리는 것도 드문 경우라고 하는데, 재판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면서 “검찰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신청한 증인이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심사위원단은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선정한 이유를 “대부분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경제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으로 ‘1인 미디어’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본상을 수상한 미네르바는 정부 관료나 언론보다 논리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의 글을 아고라에 올렸고, 누리꾼의 호응이 높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부의 압박까지 받았다. 미네르바는 이후 ‘절필’을 선언했다. 그의 절필 선언은 인터넷 통제의 실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민언련의 이희완 인터넷 부장은 “미네르바와는 연락할 방법이 전혀 없었지만, 기사나 인터넷을 통해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상식에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고, 빨리 좋은 시절이 와서 상패를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특별상 수상자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기 위해 8월 출범했다. 심사위원단은 “KBS 사원행동은 KBS 내부의 어려운 조건에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면서 “누리꾼에게 KBS 사원행동은 공영방송을 지키는 ‘희망’이 됐다”고 평가했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는 “그동안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후 노조선거 등 때문에 실질적으로 활동하지 못했는데 상을 받게 됐다”면서 “열심히 계속 해달라는 의미로 무거운 마음으로 받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2월 19일 한백교회에서 열렸다. 민주시민언론상은 1999년 3월 민언련에서 제정한 것으로 매년 언론개혁과 시민언론운동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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