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아고리언 탄압 3총사 나경원·어청수·조중동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김경한, 김진홍, 나경원, 서정갑, 오세훈, 어청수, 신지호, 손범규(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경한, 김진홍, 나경원, 서정갑, 오세훈, 어청수, 신지호, 손범규(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2008년 여름 포털 사이트에서는 새로운 실험이 이뤄졌다. 명실상부한 쌍방소통의 광장(프라자)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를 ‘현대판 직접민주주의’라고 규정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평가였다. 집결된 의견은 행동으로 표현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도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사조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거나 미래에 대한 혜안이 없는 탓이다. 오히려 아고리언이 정치적 탄압의 대상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아고리언이 새로운 정치권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고리언을 탄압한 한나라당 3총사는 나경원·손범규·신지호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아고리언을 탄압하는 법적 규제의 선봉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섰다. 제6 정책조정위원장인 나 의원은 일명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했다. 사이버의 역기능 차단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네티즌의 여론광장을 폐쇄하는 조치다.

손범규·신지호 의원, 법적 규제 추진
누리꾼에게 모욕당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인터넷 사용자를 수사하거나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게 법의 골자다. 법적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과태료 부과도 불사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법이 있다. 손범규 의원은 시위 피해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불법집단 행위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 발의는 촛불집회 당시 피해를 당한 일부 광화문 상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불법집회 및 시위를 근절한다는 이유로 추진한 이 법이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세계적으로 집회와 시위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들이 누리꾼과 시위자를 상대로 집단손해배상을 청구한 이 재판도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광화문 촛불집회로 인해 누가 이득을 봤는지 누가 손해를 봤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지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개정안’에는 촛불집회 참가자의 휴대용품을 규제하고 복면 착용을 처벌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그냥 시위를 하면 괜찮고 복면을 쓰면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이 법안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나경원·손범규·신지호 한나라당 세 의원이 발의,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것을 예고한 이 법안은 한결같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선별적·작위적 사법 처리가 가능한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고리언에 대한 제갈물리기인 셈이다.

사실 아고리언을 탄압하는 최첨병에 서 있는 기관은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다. 6월 포털 다음에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내용을 삭제하고 작성자의 ID를 정지시키겠다”는 공고문이 떴다. 방통위의 한 서기관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댓글을 삭제하도록 요청한 이후 일어난 조치임이 밝혀졌다. 정보기관의 실무자와 협의한 결과였다는 내부의 고발도 있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네티즌 서명이 30만 건이 넘은 상황이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면서 국세청의 ‘다음’ 세무조사, 검찰의 광고주 불매운동을 주도한 누리꾼을 사법처리하기 시작했다.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올해 아고리언을 탄압한 대표적 인물로 꼽을 수 있다. 그는 촛불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색소물 대포 발포, 사복체포조 투입, 유모차 부대 수사 등을 통해 아고리언의 집회 참여를 원천봉쇄함은 물론 시위자의 배후를 캐는 공안적 발상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경찰의 과잉 진압, 촛불집회 진압 도중 인권침해에 대한 공방을 나았고 세계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 조사를 받는 국가적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그는 또 국민과 소통 차단의 상징이 됐던 ‘명박산성’을 축성한 장본인이다.

방통위·법무부·검찰도 통제 앞장
공안 검사 출신의 김경한 법무부 장관도 아고리언을 단죄하는 공안정국에서 크게 부각된 인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터넷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특별수사 지시가 떨어져 ‘검찰 수뇌부의 정치성’을 똑똑히 보여줬다는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다.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에 대해 비록 원론적인 답변이라고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나약한’ 미네르바는 절필을 선언하고 말았다.

검찰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대검찰청이 조·중·동의 광고주 압박운동을 벌이는 누리꾼 2명을 구속했다. 누리꾼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의 시작이다. 물론 광고주 압박운동이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볼 수 있냐는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도 아고리언을 탄압하는 일에 앞장섰다. 한 젊은 판사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에게 보석을 결정하자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는 제목의 사설과 기사로 맹비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능적인 방법’으로 아고리언을 탄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광장은 거의 매일 문화행사장으로 활용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축제라는 이름을 붙여 서울광장을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자 잔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서울광장에 울타리를 쳤다. 또 잔디 관리 명목으로 변상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서울시는 6월 6일 ‘72시간 국민 릴레이 촛불집회’와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회의 북파공작원 추모제를 동시에 허락해 촛불집회를 교묘하게 희석시켰다.

아고리언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한 인물도 있다. 서정갑 국민운동본부 본부장과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 등 극우·보수단체 관계자다. 서정갑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공권력에 대항하면 현장에서 권총을 발사한다. 지금 경찰이 이렇게 무력하다면 위수령이라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월 24일 경찰의 날에 ‘경찰 행정발전에 이바지’했다는 명분으로 감사장을 받았다.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역시 “촛불난동의 장기화로 국민의 안전과 생업이 위태롭다”면서 “애국세력이 총궐기해 깽판 세력을 응징하기로 했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들은 경찰력으로, 검찰력으로, 보수단체의 군홧발로, 그것도 안 돼 세계 유례가 없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아고리언의 입과 팔다리를 옥죄려 했다. 그로 인해 지금 아고리언은 진압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2008년은 이들로 인해 아고리언이 더욱 빛난 한 해였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