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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2기 수석들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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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책조정 기능 미흡” 지적… 이 대통령도 강하게 질타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수석비서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6월 2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수석비서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대통령실 2기 수석들의 업무 능력과 성과를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이나 받을까. 외부에서 보는 전문가들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전문가들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등 9명의 수석에게 점수를 준다면 50~60점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수석들이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서 조정해야 하는데, 이런 정책 조정 기능이 미흡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수석들의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재완 수석, 강력한 돌파력 없어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실 1기 참모진을 물갈이할 때 이동관 대변인과 함께 살아남은 유일한 인사다. 박 수석은 정부조직 개편, 공기업 구조조정 등 국가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액션플랜인 세부 실천과제 949가지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4대 강 정비사업을 ‘한국판 뉴딜정책’이라고 발언함으로써 대운하 건설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그는 열심히 일하긴 하지만 업무를 추진하는 강력한 돌파력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각 부처에 공기업 구조조정 관련 실적을 채근한 것도 박 수석에게는 부담이다. 또한 정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국정기획 업무가 오히려 다른 수석실과 중복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는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발했던 한나라당 송광호 최고위원,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장 등 비수도권 의원 10여 명과 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불만을 듣기도 했다. 그는 8월 말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지난 6개월간 선방했다”고 말해 자화자찬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에 대해 “염치가 있어야 하는데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서 “청와대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10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있었던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시정연설’의 연설문 초안도 작성했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최근 여의도에 거의 매일 출근하고 있다. 그는 예산안 및 주요 법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맨투맨’ 식으로 접촉하고 있다. 그만큼 연말 정치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무조건 처리를 장담했던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출총제 폐지를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기업 개혁의 첫 사례가 될 토공·주공 통합법안 등은 처리되지 않았다.

김성환 수석, 외교안보 허점 노출

박재완 수석, 맹형규 수석, 정동기 수석.(위 왼쪽부터) 김성환 수석, 박병원 수석, 강윤구 수석.(가운데 왼쪽부터) 정진곤 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아래 왼쪽부터)

박재완 수석, 맹형규 수석, 정동기 수석.(위 왼쪽부터) 김성환 수석, 박병원 수석, 강윤구 수석.(가운데 왼쪽부터) 정진곤 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아래 왼쪽부터)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정무 기능은 공개된 무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막후 채널이 움직여야 하는데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표와 그런 소통 통로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개성이 강한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친박세력이 포진해 있는 한나라당을 컨트롤하기에는 다소 버거울 것이라고 평가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근 “이상득 의원을 청와대 수석실에서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다”고 청와대를 질책했으며, 친박계의 입각설이 있음에도 박근혜 전 대표는 세력을 계속 키워나가면서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밖에 원희룡·남경필 등 개혁그룹의 리더들도 소신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에 대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통일부·외교통상부·국방부·국정원 등 외교안보부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에 대한 비판의 주류다. 청와대 위기관리시스템 부재는 2기 참모진 출범 초기인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중대한 허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후 계속되는 ▲북핵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설 ▲북한의 대남 강경조치 등에서도 외교안보팀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청와대는 위기 때마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해 김하중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12월 1일부터 남북 간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을 뿐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진정성과 일관성을 갖고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밝힘으로써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벼랑 끝 게임’을 하고 있는 인상마저 준다. 또 이러한 위급한 상황에서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채널마저 없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남북 핫라인(비상연락망) 운영과 관련해 “현 정권 들어서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박정희 정권 때도 겉으로는 남북이 군비경쟁을 했지만 7·4 공동성명을 이뤄냈고, 전두환 대통령 때 아웅산 폭파 사건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얼마 후 남북경제회담을 준비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남북 문제를 오직 이념적인 판단으로만 접근하고 있어, 모든 남북 간 대화가 차단돼 있다”고 비판했다.

박병원 경제수석 앞에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놓여 있다. 때문에 역대 경제수석 중 가장 힘이 없는 수석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강만수 장관은 여당인 한나라당 조차 교체를 요구했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경제팀 수장인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소금회(소망교회 금융인선교회) 출신이자 ‘7·4·7 구상’ 등 MB노믹스의 초석을 닦은 장본인이다. 여기에 박 수석은 강 장관과 20년 넘게 같은 경제부처에서 근무해온 관료로서 선배인 강 장관에게 깎듯이 대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박 수석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운하 건설 암시 발언을 하는 등 1970~80년대식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은 9월 경제상황을 잘못 예측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국회 운영위에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 등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파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그는 “금융이 아닌 실물분야에 문제가 생기고, 실물경제의 부실이 다시 은행의 부실로 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실물경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함으로써 그의 예측이 틀렸음을 자인했다. 그는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이후에도 경제위기 해법에 대한 당·정·청 간의 불협화음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것이 종합부동산세와 경제부총리 신설과 관련한 이견이다.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은 2기 참모진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명박 정부가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여, 불을 끄는 데 주력했다.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 차량에 대한 경찰의 과잉 검문과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시스템에서 사찰 정보 누락 등이 불교계를 화나게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인 강 수석은 전국의 사찰과 불교계 인사들을 찾아다니면 불심 달래기에 진땀을 뺐다.

박병원 수석, 경제예측 잘못 시인
지난 국정감사 때는 청와대가 국민연기금으로 증시를 부양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박해춘 공단 이사장이 8월 청와대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을 면담한 뒤 국민연금이 9월 주식시장에서 1조9654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며 청와대 연금개입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정책보다 경제정책을 중시한다”면서 “특히 지난 정부에 비해서 이명박 정부는 시민사회 진영과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커버스토리]대통령실 2기 수석들 ‘낙제점’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임명 당시부터 논문 중복 게재 논란으로 임명이 보류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는 민주당과 진보적 교육단체로부터 이주호 전 수석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난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 핵심 브레인이었던 이주호 전 수석은 새 정부의 교육정책 대부분을 기획·조정했다. ▲3단계 대입자율화 ▲초·중·고 운영자율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영어 공교육 강화대책 등이 이 전 수석의 머리에 나왔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 수석이 전 수석과 비교해서 차별된 목소리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국제중학교와 자립형사립학교 설립 같은 사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서울시의 국제중 설립과 관련해 개입 의혹도 받았다. 그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국제중 문제와 관련해 통화했기 때문이다.

정동기 민정수석은 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검찰이 수시로 연락하며 대통령 친인척 사건 등을 조율했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처형인 김옥희씨 사건을 처리하는 데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동관 대변인과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청와대 조직 개편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1기 참모진부터 해왔고,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6월 조직개편에서 홍보기획관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변인과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홍보기획관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간의 알력이 겉으로는 업무 문제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와대 내의 복잡한 권력다툼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동관 대변인은 야권의 표적 1호다. 이 대변인은 8월 언론대책회의에 참여한 인사 중 한 사람이며, 재산공개와 관련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이동관 대변인 때문에 대한민국의 상식과 도리가 너무 많이 무너졌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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