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평범한 가정주부가 여성단체 대표로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홍은정 동북여성민우회 대표

홍은정

홍은정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만인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 동북여성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만인이 함께 꾸는 꿈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제가 지치지 않고 뛰는 동력이에요.”

홍은정(44) 동북여성민우회 대표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안전한 먹을거리 구매에 관심을 기울이다 여성단체 대표가 된 생활밀착형 시민운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홍 대표는 2005년 동북여성민우회 지역자치위원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2006년 부대표 그리고 2007년엔 대표로 선출됐다.

동북여성민우회는 우리나라 대표적 여성 운동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 지역 지부로는 처음으로 1992년 설립됐다. 강북·노원·도봉구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에 밀착해 여성운동을 펼치고자 마련한 것이다. 현재 동북여성민우회는 일반 회원 2900여 명과 정회원 360명이 활동 중이다.

활약상은 철저히 지역 생활과 밀착돼 있다. 도봉구 초안산에 골프 연습장을 세우려 하자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이를 막아냈고,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퇴비로 만드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구의원 활동을 꾸준히 모니터하고 구 예산에서 여성을 위한 예산을 얼마나 배정하는지, 또 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감시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 예산도 단속했다. 덕분에 그가 속한 도봉구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우수 여성정책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학교 급식 실태를 살피고 학교운영위원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부모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주의 확산을 위한 여성학 강좌를 여는 ‘민우여성학교’, 가부장제에서 왜곡되고 폄훼된 여성의 몸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초경캠프·완경 강좌 등도 마련했다.

이화여대 84학번인 그는 재학시절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학생운동을 했다. 하지만 6년간 계속된 고시 준비 그리고 결혼과 함께 사회변혁 활동의 열망은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은 열정은 동북여성민우회를 만나면서 분출되었다. 홍 대표는 “사회는 혼자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공존하면서 이해하고 살아야 하는 공동체임을 절감했다”면서 “실생활에서 얻은 교훈이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게 한 힘이 됐다”고 밝혔다. 시련과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 사회가 급격히 보수화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보수정권의 집권과 함께 사회를 바꿔온 작지만 의미 있는 행보들이 후퇴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자체도 전에는 동북여성민우회에서 어떤 제안을 하겠다고 하면 어렵지 않게 논의 탁자를 마련했는데 지금은 토의 자리조차 거부해요. 또 우리가 제의해 만든 지자체 내 여성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아예 열리지 않는 일이 많아졌어요.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권력을 잡으면서 견제세력이 없어진 때문으로 보여요. 사실 참여정부 때라고 해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때까지는 지역 시민활동의 힘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강화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 힘이 점차 약화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런 연장선에서 구 의정비 부당 인상 비리까지 나온 것 같아요.”

동북여성민우회는 2007년 12월 지방의원들이 의원 의정비를 부당하게 대폭 올린 것에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그 결과 올 5월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도봉구민들의 모임’ 소속 주민 8명이 최명길 구청장을 상대로 “구 의회가 부당하게 인상한 의정비를 환수하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기초의원 의정비 인상을 놓고 주민들이 소송을 낸 것도 처음 있는 일로, 역시 동북여성민우회가 주축이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한 홍 대표의 꿈은 여성의 인권이 숨쉬고,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풀뿌리는 느리게 달리지만 의미 있는 사회적 변화를 끊임없이 일궈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가 그리는 시민사회운동은 거창하지 않다. 시작은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미약하더라도 조금씩 힘을 모으는 일이라는 게 홍 대표의 얘기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