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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 방어가 달러 유출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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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외국자본에 좋은 조건 제공한 꼴”

[특집]“정부 환율 방어가 달러 유출 촉진”

외환시장의 극심한 달러 수급 불균형 상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정 원달러 환율은 1002원”이라고 말했다. 적정 원화 가치에서 약 50%나 평가절하한 셈이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9월 15일)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거나 구제금융을 요청한 헝가리·폴란드·파키스탄보다도 큰 낙폭이다. 세계경제 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한국이 왜 외환 폭등으로 혹독한 경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일까. 투기자본 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임종인 공동대표에게 그 원인과 대책을 들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외환 위기 이후 지나친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가속화하는 국부 유출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시민단체다.

사법부가 11월 25일 판결한 외환은행 매각 사건에 대한 입장은.
“론스타가 자산 규모 62조6033억 원의 외환은행을 단돈 1조3800억 원에 샀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금융기업이 아니다. 은행을 인수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외환은행의 해외 매각을 위해 BIS(자기자본비율)도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여기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본다. 사법부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단은 외국 투기자본에 면제부를 준 것이다.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라는 점을 인정하는 판결이고 국부 유출을 용인해준 잘못된 판단이다. 법원이 밝힌 선고 이유를 보면 론스타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재판부가 마치 ‘제2의 변호인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미 이런 판결은 예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전 유해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네 차례나 기각했다. 주요 피의자인 엘리스 쇼트 외환은행 부행장의 구속영장을 기각, 미국 도주를 방조했다.”

현재 환율 폭등은 역외 시장에서 환투기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자국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약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한국 내 주식 자산을 매각해서 그 자금을 본국에 송금한 게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외국인의 주식 매각 규모는 무려 35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유동성도 좋고 송금 제한도 없다. 우리 환율시장의 변동 폭도 매우 크다. 환투기꾼이 놀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다가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 상승을 압박했다. 외환시장은 시장의 펀더멘탈을 반영하고 있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 억제 정책을 펴자 환투기꾼의 공격 초점이 된 것이다.”

자본이라는 것이 생태상 투기성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환투기꾼이 놀기 좋은 외환시장의 여건을 만들어준 게 문제라는 얘기다.”

정부의 신뢰 상실이 외환시장이 투기장으로 되는 것을 일조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정부는 환율 가격을 통제하지 말고 외환 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자금 압박을 받는 은행은 단기외채를 들여왔다. 미국 금융이 돈을 회수하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은 외채상환 압력을 받게 되고 환율은 올랐다. 정부는 연기금을 투입해 주가 하락을 차단하고 또 원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정부가 원가 가치 하락를 방어했다. 이는 외국 자본가에게 원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팔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제공한 꼴이 됐다. 즉 정부의 환율 억제정책이 달러 유출을 촉진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 서민의 돈으로 외국 자본가에게 전별금을 준 것이다. 이뿐 아니라 외국인이 소유한 은행에 대해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 국고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외국 대주주가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한다. 이는 책임 추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외국인 대주주는 배당으로 1조5000억 원을 빼갔다. 게다가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채무를 보증하고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환율의 급등과 급락을 막는 한도 안에서 개입했어야 했다. 수출과 내수 확대 정책을 세워야 했다.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감세보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부 지출 확대가 긴요하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올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말했듯이 과감한 적자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비상조치를 취하더라도 과실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금융 건전성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는 조치는 적절하지 않다. 감세는 일부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재정투자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이 철저하게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해지펀드는 감시를 싫어한다. 한국을 공격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자본이 지금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을 갖고 놀 것이다.”

정부가 보유한 외환 중 미국 채권의 비중이 너무 높아 외환 가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환율이 올라갈 때 정부가 대증적이고 임시방편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달러만 소진하고 말 것이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시장에 그런 사인을 보내야 한다. 선수 교체가 절실하다.”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도 내년 3월에 일본의 환투기 세력의 한국 공격을 예언했다.
“투기세력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것이 일본의 환투기 세력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일본 엔캐리 세력(이자부담이 거의 없는 일본 엔화를 빌려 투기자금으로 활용하는 자본 세력)이 철수하면 원화 및 달러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규모나 수법은 알려진 일이 없지만, 일본 환투기 세력은 일본의 저금리 엔화 강세에 따라 어떤 나라라도 공격할 힘이 있다. 미네르바가 주장한 3월 외환위기설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투기꾼들은 이익이 있고 감시가 소홀한 나라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만반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미 간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도 중국의 통화 패권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였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제적으로도 태환도 되지 않는 중국 위안화를 앞세워 통화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 정도로 가능했다면 중국 위안화보다 막강한 위력을 가진 일본 엔화는 이미 기축통화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국제금융 위기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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