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를 바꾸는 대역사 ‘바다의 만리장성’ 새만금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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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대변신’

[코리아 베스트 원]지도를 바꾸는 대역사 ‘바다의 만리장성’ 새만금 사업

세계 최장(33㎞)의 방조제, 서울 면적의 3분의 2,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달하는 3억9600만㎡(1억2000만 평)의 간척지, 전국 국토의 300분의 1을 새롭게 만드는 대역사,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바다의 만리장성 새만금’이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 대명제를 두고 1991년 공사가 시작한 이래 17년간 격렬한 논쟁을 거치면서 새만금사업만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업은 없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숱한 논란과 갈등 속에 잠겨 있던 새만금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대선공약으로 진화했고 이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첫 단추를 꿔게 됐다.

새만금사업은 당초 참여정부에서 대규모 농지조성사업으로 기본 구상을 짰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사업이자 동북아 경제 중심지 건설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새만금 내부의 토지 개발도 기존 71.6%에 달하던 농지 비율을 30%로 대폭 축소하고 산업, 관광용지 등 복합용지를 70%로 확대했다. 내년 완공 예정인 33㎞에 이르는 외부 방조제 안 토지는 이미 20% 이상의 물이 빠져 그 위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개발 10년 앞당겨 2020년 1차 완공
내년 말 외부 방조제 공사가 끝나면 방조제 안으로 흘러드는 동진강과 만경강의 물길을 잡아 2010년 육지와 물을 분리시키는 방수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미 방조제 공사에 투입한 2조6606억 원 이외에 내부 토지개발에 18조9000억 원의 민자와 외자를 유치해 총 2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종래 2030년에 완공하려던 새만금 개발을 2020년으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직후인 3월 18일 새만금사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둘러 해야 한다. 내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관광지 개발부터 먼저 하라”고 당시 강현욱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위원에게 지시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새만금이 가진 매력은 광대한 면적뿐 아니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에는 3무(無)가 있다. 땅 주인이 없는 100% 국유지인데다 규제 그리고 민원이 없다는 뜻이다. 새만금은 말 그대로 흰색 도화지이며 완벽한 계획도시 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가개발전략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세계 30여 개국 경제 고문을 역임한 바 있는 데이비드 스미스 박사(현 마카오대 총장·전 하버드 법대 학장)는 최근 새만금 지역을 시찰하고 “새만금이 한국을 넘어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될 훌륭한 여건을 갖춘 곳”이라고 평가했다. 스미스 박사는 새만금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만금의 광대한 사업 현장을 보면서 한국의 강한 국력과 한국민의 담대한 도전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새만금은 머지않아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는 거점으로 각광받을 것이고 중국의 만리장성과 한국의 새만금을 여행패키지로 만든다면 관광 수입에도 한몫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새만금 토지이용계획 확정안’ 의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새만금 공사현장을 강현욱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위원과 함께 시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새만금 공사현장을 강현욱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위원과 함께 시찰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새만금 토지이용계획 확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의 4·3구상을 기초로 마련한 세부 실천계획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개발사업 실무기구인 농림수산식품부 새만금사업관리단을 국무총리실 소속 새만근사업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주요 정책 방향을 조정할 새만금위원회 위원장도 민관 공동으로 구성하도록 해 위원장은 국무총리 외에 민간 전문가 1명을 포함한 공동위원장제가 된다. 새만금 내측에 경제자유구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특히 환경개선 대책과 관련해 국비 지원의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는 한편, 투자유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말고도 경제자유구역법 수준의 투자 특례조항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최근 변경된 기본구상안에 맞춰 우선 농지로 활용하되 개발수요가 발생하면 다른 용도로 개발할 수있다는 유보용지 개념도 담겼다는 것이다. 또 새만금 신항과 군산공항 확장, 국제공항 등에 대한 추진 근거 등이 포함돼 정부의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새만금 내부토지 개발방안’ 연구의 총괄을 맡은 국토연구원의 김창규 박사는 “2006년 나온 기본 계획안과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새만금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해 안을 제시했다”면서 “2020년 목표로 65%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상정했으나 정부가 얼마만큼 강력하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속도 등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아직 정부만큼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새만금특별법’의 개정이 국회 통과만 남겨놓고 있지만 아직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나 송도나 제주도 등 다른 경제권역과 형평성 문제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새만금환경녹지국 권건주 국장은 “새만금 사업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농지 개발에서 산업도시 기능으로 바뀌다보니 작년에 제정한 새만금특별법에 다소 보완작업이 필요했다”면서 “정부 입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치권에서 의원입법으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만금 국제 현상 공모 때 심사위원과 자문 역을 맡았던 전북대 건축도시공학부 채병선 교수는 “인프라 구축은 빠를수록 좋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엇박자를 내면 안 된다”면서 “새만금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의 모든 절차를 깔끔히 해결함은 물론 외부적으로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만금의 장밋빛 미래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앞으로 추가로 투입될 18조9000억 원의 비용도 그야말로 예상비용일 뿐이다. 사업비의 절반을 넘는 외부자본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한 세부 계획은 아직 없으며 전적으로 새만금의 비전 제시에 달렸다. 농지가 줄어들고 산업·관광용지가 대폭 늘어나면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토사를 구하는 문제도 난제고 동진강과 만경강과 수역의 동시개발로 인한 수질오염과 악화 가능성 역시 새만금이 풀어야 할 숙제다.

새만금사업 개요

[코리아 베스트 원]지도를 바꾸는 대역사 ‘바다의 만리장성’ 새만금 사업

사업구역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방조제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총 33㎞의 세계 최장길이로 축조(세계 최초 그린방파제)

개발면적 4만100ha (토지 조성: 2만8300ha, 여의도 면적의 140배/ 담수호: 1만1800ha)

사업비 방조제 공사비용 약 2조8607억 원, 매립토지 내부개발 소요비용 약 18조9000억 원

사업기간
- 방조제 공사 : 2009년 완공 계획( 2008년까지 공정률 88%)
- 내부 개발 : 2020년까지 개발수요가 명확한 토지는 용도를 확정해 지정 개발하고, 2020년까지
개발수요가 불분명한 토지는 우선 농지로 활용하되 수요 발생 시 산업용지로 활용 가능(유보용지)

개정 토지이용 계획 핵심 내용
- 농업용지비율 대폭 축소(71.6% → 30%)
- 환경용지 비율 확대 (10% → 21%)
- 수요 발생 시 전용 가능한 유보용지 개념 도입(27%)
- 만경강·동진강 수역 동시개발 추진하되 개발가능지역부터 단계적 추진
- 신항만, 국제공항 등 인프라 시설 확충
-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단지 등 친환경시범지역 추진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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