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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심층조명, 그리고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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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경향과 함께 한 ‘뉴스메이커’

16년 동안 한국 사회의 생생한 뉴스 현장 기록들

[특집]화제의 인물 심층조명, 그리고 발굴

Weekly경향은 1992년 6월 5일자로 창간호를 발행한 이후 2008년 11월 18일자(11월 10일 발간)로 지령 800호를 발행했다. ‘사람들의 땀냄새 나는 얘기’ ‘훈기가 도는 얘기’ ‘때로는 섬광처럼 빛나는 얘기의 발굴’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뉴스메이커>라는 제호로 출범했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난 9월 Weekly경향으로 제호를 변경했다.

Weekly경향은 발행 이후 일관되게 인물 중심의 시사 잡지를 지향했다. 지면에 등장한 ‘뉴스메이커’를 다 모으면, 그것은 지난 16년 동안의 한국 정치·경제· 사회·문화의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며 거대한 현대인물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메이커’ 개개인은 나름대로 우리 역사의 실타래인 셈이다. 거기에는 눈물겨운 감동을 자아내거나 가슴 벅차오르는 감격을 전해준 ‘뉴스 피플’도 있다. 또 정작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사람이 국민을 희생자로 내몬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인간이 인간을 희생자로 만드는 경우도 흔했다. Weekly경향은 단지 그들의 사연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다.

사람을 소재로 정론직필을 통해 더 맑고 밝은 사회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문화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모아왔다.

은 800호 기념호를 발간하면서 지난 16년 동안의 특종 기사 속 인물을 간추려 소개한다. 한국 사회를 격동으로 몰아넣은 수많은 인물과 사건을 되짚어보는 것은 어제의 반추가 아니라 내일의 지혜를 위한 것이다. <편집자 주>

[특집]화제의 인물 심층조명, 그리고 발굴

Weekly경향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창간호(1992년 6월 5일) 표지 인물도 바로 그였다. 당시 민자당 대표 최고위원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당시 국민회의 대선 후보)의 맞대결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창간호는 곧 제14대 대선 본선의 출발 신호였다. Weekly경향은 대선 과정에서 YS를 5차례, 그리고 대선전의 변수 인물로 주목받았던 YS 인맥 즉 박관용 전 국회의장, 황병수 전 의원 등도 표지인물로 다루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인물 검증과 함께 대선전의 변수인물을 집중 해부했다. YS는 대통령으로 집무한 첫해인 1993년에만 무려 8차례나 커버스토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로 상징되는 문민개혁 선봉장의 진면목을 샅샅이 파헤친 것이다. 그는 집권 후반기 IMF 외환위기의 장본인으로 또 한 번 ‘뉴스메이커’가 됐다.

외환위기 극복의 책임을 떠맡은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YS에 못지않게 표지의 단골이었다. 그는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 보수세력과 연합한 최초의 정권,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등 그의 ‘업적’은 곧 역사적 사건이 됐다. 한편 그의 대선 캠페인 선전문구는 ‘준비된 대통령’이다. 이 슬로건은 Weekly경향이 ‘DJ 대선 전략’를 다룬 기사에서 썼던 용어를 빌려 쓴 것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범박동 재개발 비리 사건’최초 이슈화
1997년 대선 정국에서 한 축이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당시 한나라당 총재·대선 후보)는 도덕성 검증 차원에서 많은 기삿거리를 제공했다. 그중의 하이라이트는 2002년 6월 4일자 ‘범박동 재개발 비리 사건’이다. 경기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업체인 기양건설이 검·경 수사관과 공무원 들에게 뇌물을 주며 로비했다는 의혹을 특종보도하면서 이른바 ‘범박동 재개발 비리 사건’이 표면화했다. 보도 내용은 사실로 입증됐고 정치 스캔들로 비화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3대 의혹 사건으로 명명됐던 ‘병역비리 의혹’(김대업씨 폭로), ‘기양건설 10억 원 수수설’(설훈 전 의원) 등이 재판에서 무죄로 결판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Weekly경향에 특종을 제공했다. 2002년 5월 28일 창간 10주년 기념호에서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보청문회를 계기로 검찰 내에 이회창 후보 지원 세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 내 ‘반노 세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없이 기득권과 투쟁으로 점철된 국정 운영을 예고한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고놈의 헌법” “못해 먹겠다” “쪽팔린다”와 같은 노 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화술의 시작이었다.

또 Weekly경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시절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북한에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일을 보도했다. ‘죽거나 살거나’ ‘이병박, 변해야 산다’ ‘밀어붙여, 보수 쿠데타가 온다’ ‘이명박 정권의 함정’ 등의 제목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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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Weekly경향의 관심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결을 다룬 ‘브레이크 없는 협상, 북·미 치킨게임’(2005년 4월 27일) 보도는 세계적 통신사인 AP통신이 전 세계에 타전하기도 했다. 또 마이클 호로위츠(미 허드슨연구소 종교담당 디렉터)가 쓴 미국 고위 관료의 대북정책지침서인 ‘미국의 대북정책: 수단과 인식’이라는 메모를 입수해 ‘김정일 통치 종칙’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보도했다. 이 메모는 딕 체니 부통령과 폴 윌포비츠 국방부 부장관 등 관리는 물론 상·하 의원, 국무부 고위 관료에게도 배포됐다. Weekly경향이 2004년 발생한 용천 폭발사건의 음모설을 보도하자 그때서야 다른 언론도 이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1995년 4월 6일자 Weekly경향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김정일 가계의 인물이 등장한다. 김평일(당시 북한군 중장)은 지금이야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람이지만 당시까지는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었다. 김평일은 김일성 주석과 김성애 사이에 난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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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의 인물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최고의 뉴스 인물이다. 정 회장의 사망 소식을 전한 2001년 4월 5일자 Weekly경향 표지는 정 전 회장이 즐겨 사용했던 중절모가 바람에 날리는 사진으로 경제계 거목의 죽음을 전했다. 그 뒤 ‘왕자의 난’ 그리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자살 그리고 현정은 회장의 등장 등 현대가의 인물을 다룬 기사가 대거 등장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암투병 사실도 본지가 포착했다. 2000년 1월 4일자 ‘암과 싸우는 재벌 총수들’이라는 제목으로 이 전 회장과 정세형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암투병 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됐다. 탈·불법을 감수하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전무의 경영 승계를 서두는 삼성그룹도 Weekly경향의 단골메뉴다.

[특집]화제의 인물 심층조명, 그리고 발굴

전·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얘기가 정치·경제 권력의 부침 과정에서 시나리오 없는 드라마라면 특종기사 속에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이라이트는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렸던 강기훈씨 유서 대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기사(1993년 6월 7일자)다. 그 중심 인물은 이 사건의 유일한 증인 홍성은씨다. 홍씨가 과 단독 인터뷰에서 “검찰의 유도 심문에 걸려들어서 (강씨가 대필자다라고) 말한 것이다. 강씨는 유서 대필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특종기사로 강씨는 유서대필 혐의를 벗었다.

1993년 9월 8일자에 게재된 이시용 전 스웨덴 대사의 망명설 기사도 국내외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육사 18기 출신으로 5공 때 대사로 특별 임용된 이씨가 대사직에서 면직되자 스웨덴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는 게 특종의 골자다. 이 사건은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고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 전직 재외공관원의 이민 실태가 낱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1993년 국정감사에서 전직 재외공관원 중 10.7%가 국적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향노루의 충격적 밀매현장 보도
Weekly경향은 사회고발 보도에서도 적지 않은 특종을 알렸다. 155호(1995년 3월 16일자)에는 천연기념물인 사향노루의 충격적인 밀매 현장을 보도해 사회적 충격을 줬다. 뒤이어 116호(1995년 3월 23일자)에서는 아태재단(이사장 김대중)의 자금 출납 관계를 처음으로 공개해 2주 연속 특종기사를 게재했다. 1995년 9월 22일 Weekly경향은 서울과 지방의 6개 종합병원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한 병원 감염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MRSA(메치실린 내성황색 포도상구균)의 발현율이 급격히 증가한 사실을 보도, 병원 감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또 1996년 3월 27일과 8월 14일에는 김영삼 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힌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전 처 정명자씨의 수기를 두 차례 실어 장씨 비리 사건의 추악한 이면을 낱낱이 들춰냈다.

1999년 3월 17일에는 당시 김태정 법무부 장관과 대검찰청이 자녀안심하고학교보내기운동 추진 1주년을 맞이해 간행한 ‘자녀안심하고학교보내기운동’ 백서에 미성년인 피해 여학생의 성명과 나이, 학교 심지어 주민등록번호까지 공개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이 기사는 법무부 장관이 성폭력특별법으로 고발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검찰은 백서를 회수해 소각했고 여성단체에 사죄했다. 해당 기자는 기자협회 기자상을 받았다.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진 사노맹 핵심중앙위원 박노해(본명 박기평)씨. 그가 구속 수감된 뒤 이념갈등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실어 운동권 내 파문을 일으킨 것도 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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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신군부의 실세였던 허화평 전 민자당 의원의 친동생 허화남씨가 요로를 통해 자신의 간첩 전과를 말소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보도 이후 그의 전과 기록은 재입력됐다. 2001년 5월 은 1983년 귀순한 신중철 예비역 육군 대령이 비밀리에 중국으로 출국한 뒤 행방불명됐다고 보도했다. 대한민국 국군에 편입, 고속 승진하며 상당한 군사 정보를 갖고 있던 신씨의 행방이 묘연해진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탈북자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됐다. 또 ‘18조 시대의 슬픈 희생자’라는 제목으로 사채 피해자를 다룬 커버스토리 기사에서는 시중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신체포기각서’를 입수, 보도함으로써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Weekly경향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인 김양원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시설에서 정부보조금을 횡령,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을 보도, 인권위원 자격 논쟁을 낳았다.

Weekly경향은 또 인터뷰에 강한 시사주간지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는 YS 퇴임 직후 과 단독으로 만나 “이제 할 얘기를 하겠다”며 정가에 무성했던 유학설을 부인하는 한편 권력을 전횡했다는 시중의 비난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 사태를 예고했던 서석재 전 총무처 장관이 “재판 후 전·노씨를 사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발언, 정가의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수배돼 12년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윤한봉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빠른 귀국을 희망한다”고 밝혔는데 그의 바람대로 인터뷰한 지 3개월 뒤에 그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Weekly경향은 알찬 기획기사와 특집으로 내실을 다졌다. 제40호(1993년 9월 9일)부터 37회에 걸쳐 연재한 ‘신권력층의 뿌리’는 문민시대의 실세 그룹으로 급부상한 6·3세대의 인맥 형성 과정을 다룬 의 대표적 기획시리즈다. 특히 이 시리즈는 한국 현대사의 한 축을 이뤄왔으면서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던 대항 엘리트 집단의 민주화에 대한 노력을 처음으로 본격 정리해 정가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땅 간도 되찾기’ 관심 드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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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4년 은 ‘되찾아야 할 우리 땅 간도’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이를 연중기획으로 이어갔다. 이 기획을 통해 지금은 중국 땅이 되어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간도의 국제법·역사적 연원이 알려지면서 간도 문제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대두됐다. 뿐만 아니라 간도 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이중화·이범윤과 같은 역사적 인물을 발굴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또 2006년 1월부터 환경재단과 공동으로 연재한 한국 환경운동사도 1970년대부터 국내 환경운동과 환경지킴이들을 통사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관계 기관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노금리 양민학살 사건의 전개 과정과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한·미 간의 문제점을 심층 조명한 ‘노근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AP통신이 다시 다뤘다. 삶 자체가 문민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문익환 목사의 일대기를 정리한 ‘문익환 평전’도 시대적·역사적 지향점을 제시해 호평받은 기획시리즈다.

Weekly경향은 유명한 필진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본지를 통해 진출한 필자들은 이후 최고의 필명을 날리기도 했다. 셀러리맨의 우상이던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현 대통령)의 회고록이 창간호부터 연재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김영삼 정권 당시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쓴 ‘도올서한’은 독설가이자 달변가인 도올이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개혁을 요구, 답답한 정치 현상 속에서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김용옥씨는 광주 문제, 법치·인치 논쟁, 전교조 문제 등 문민개혁을 내세운 김영삼 정부 초기의 굵직한 쟁점들에 대해 동서양의 폭넓은 지적 편력을 과시하면서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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