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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기축통화’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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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통화 스와프’ 체결로 달러 패권 거부 조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지난 10월 30일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통화패권 전쟁의 전조인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달러 강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 상황임에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패권를 거부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조9055억 달러(9월 말 현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중국이 있다. 중국이 홍콩·대만 등 중화경제권과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국에 달러를 지원할 때만 해도 중국의 움직임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0월 29일 달러화 결제 시스템을 파기하고 러시아의 루블화와 중국의 위안화로 무역결제하는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일종의 ‘탈달러 동맹’의 조짐 중 하나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조만간 국제 금리가 안정되면 미국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그 결과 달러 가치는 약화할 것”이라면서 “달러 영향력 약화에 대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하필이면 러시아를 상대로 자국 화폐 스와프를 한 것인가. 그것은 러시아 경제와 관계가 깊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용식 21세기 경제학연구소장은 “러시아는 외환 위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면서 “석유와 가스 가격의 하락으로 외환 수입이 줄면서 내수산업은 초죽음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통화 스와프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통화 스와프 협상 중인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정 부분에 대해 원화와 위안화 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통인 최경환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에게 위안화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부인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망은 원화와 위안화의 통화 스와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학계에서 중국의 통화 공세를 ‘위안화=포스트 달러 기축통화’ 전략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그 정도 공세로 기축통화 운운한다면 일본 엔화는 벌써 달러 수준의 기축통화가 됐어야 한다”면서 “한 바구니에 섞은 달걀을 넣지 않으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도 “미국이 위협을 느끼면 왜 아직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면서 “미국이 중국 공세를 감당할 수 있고 또 아시아의 환율 안정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원화·위안화 교환 요구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에 300억 달러 스와프를 제공한 것 자체가 대(對) 중국 통화 방어선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과 호주·뉴질랜드와 체결한 통화스와프와 한국·싱가포르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황인성 박사는 “한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라는 외환이 바닥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역시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고 그 자체로 국가 신용이 하락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미국 국채매각설은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미국 재무성은 국채의 국제가격을 유지할 책무가 있다”면서 “그것을 떠나서 한국 정부가 미국 국채에 손을 댄다면 누가 좋아지겠냐”고 반문했다. 그 답변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중국의 통화방어선이 한국과 싱가포르라는 얘기다. 달러 패권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얘기다. 달러 패권 유지를 통해 기축통화의 ‘시너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를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시너리지 효과란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함으로써 미국이 취하는 이익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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