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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재단은 왜 물러나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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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투기·공금횡령 등 학교법인 사유화

1993년, 상지대 용공조작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상지대 교수들이 농성하고 있다. <조상연 기자>

1993년, 상지대 용공조작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상지대 교수들이 농성하고 있다. <조상연 기자>

요즘 쌀 직불금 문제, 경제 위기 등으로 한국 사회가 어수선하다. 특히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는 세력에 의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 한국 사회가 1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의 각 분야에서 터져나오는 비리 사건을 접할 때마다 그들이 잃어버렸던 것이 ‘이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최근 교육계에서도 이권을 목적으로 한 과거로의 회귀 조짐이 보이고 있기에 이 부분을 밝혀보고자 한다.

부정 편입학 통해 수십억 원 착복
현재 상지·세종·조선대학교는 ‘이사 부존재’라는 이사회 공백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들 대학은 과거 학원 운영과 관련한 비리로 구 재단이 교육계에서 퇴출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히 구성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학원 정상화를 성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사회의 공백 상태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된 정치 지형에 편승한 구 재단이 학원 복귀를 위해 벌인 집요하고도 치졸한 공작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3개 대학 구성원은 구 재단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으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구 재단을 옹호하는 듯한 행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3개 대학의 구성원은 왜 구 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는가? 과거 학원을 운영했던 김문기(상지대), 주명건(세종대), 박철웅(조선대·사망)씨 등은 이미 학원 운영과 관련한 비리로 사법부의 단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문기씨의 경우 학교 공금 횡령과 부정 입학 등의 혐의로 문민정부 시절 사정 대상 제1호로 지목되어 1994년 대법원으로부터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사학비리 전과자다. 김문기씨는 이에 대해 1995년 8·15특사로 사면·복권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면·복권되었다고 과거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가지고 마치 과거의 죄가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아니면 법을 능멸하는 처사다. 이들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비정상적인 행위를 자행했고, 그 행위로 인해 구성원들한테서 배척받았던 인물이다. 이들 구 재단이 저질렀던 비리 행태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 측은 정권에 의한 정치탄압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1993년 김문기 상지대 당시 이사장의 비리에 대한 언론보도들.

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 측은 정권에 의한 정치탄압이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 1993년 김문기 상지대 당시 이사장의 비리에 대한 언론보도들.

첫째, 공공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 법인을 사유화했고, 이를 통해 학교 공금을 횡령하여 개인의 재산을 증식했다. 부정 편·입학을 통해 수십 억 원을 착복했고(상지대·조선대), 비상근 이사장임에도 8억 6000여만 원의 급여를 가로채는 등 113억 원을 횡령(세종대)했다. 특히 김문기씨는 상지대학교를 방패삼아 엄청난 땅 투기를 했으니, 문민정부 시절의 공직자 재산공개 때 공직자 중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장본인이다.

둘째, 반인격적 행위를 저질렀다. 고(故) 박철웅씨는 학생들 앞에서 교수의 종아리를 때리고, 전체 교수회의 석상에서 교수를 주먹과 몽둥이로 구타했으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교수와 직원을 모욕했다. 주명건씨는 학원 탈취를 위해 설립자인 부모에게 폭언·협박·폭행을 자행했고, 부모를 고발하고 호텔에 있는 부모의 집무실을 용접 폐쇄하는 등 열거하기도 행위를 자행했다. 김문기씨는 1986년 7월 <경향신문>에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학생을 빨갱이로 모는 용공조작 사건을 일으켰다. 학생과 직원을 시켜 “가자 북의 낙원으로” 등의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제작하도록 하고, 이를 학생들의 농성장 주변에 뿌린 후 경찰 병력을 요청하여 학생들을 연행하게 했던 것이다. 용공조작 사건의 진실이 1995년 10월 언론에 폭로되면서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셋째, 학원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장악한 후 온갖 비리를 저질렀고, 이에 항거하는 교수들을 해직시키는 등 교권탄압을 자행했다. 주명건씨는 학내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고 교수를 해직시키고, 이사장의 사소한 요구를 거부했다며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등의 전횡을 벌였다. 고(故) 박철웅씨의 경우 매일 아침 교수를 대운동장에 모이게 하여 ‘충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게 한 후 운동장을 구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날마다 출석을 체크하고 나오지 않을 경우 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김문기씨는 부당하게 교수를 해직시켰을 뿐 아니라 교수와 직원에게 봉급 포기 각서를 강요했고, 교수 채용을 미끼로 한 프리미엄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내 민주화운동 교수 해직시켜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은 수많은 비리 행위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이와 같은 비리로 사법부의 단죄를 받고, 교육계에서 퇴출됐다.

상지대·조선대·세종대 3개 대학은 비리재단을 몰아낸 후 구성원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학원 정상화를 성취했고 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그 결과 이제 정이사 선임을 통한 정상화 과정만 남아 있다. 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들 3개 대학의 경우 이미 정상화됐다고 판단해 정상화계획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3개 대학 구성원이 제출한 정상화 계획안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간을 끌기 위한 임시이사의 파견이 논의되고 있고, 또 정이사 선임 시 비리재단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논의가 구 재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반역사적·반교육적 결정으로 대학 구성원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사 부존재 사태를 해결할 방안으로 한시적 임시이사의 파견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률상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넘보는 월권행위이고, 또한 온전한 사태의 해결 방안도 아니다. 지금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은 조속한 정이사의 선임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자신들의 역사적 소임을 통감하고 지금이라도 3개 대학의 정상화를 위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분쟁을 ‘조장’하지 말고, 학원의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를 담보할 수 있는 양식 있는 인사로 정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3개 대학에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진정한 정상화의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방정균(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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