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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조정위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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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규 사학 정이사 선임 쉽지 않지만 장기적 발전위해 불가피

지난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건물 앞에서 상지대·세종대·조선대·광운대 교수 및 학생 등이 정상화에 대한 사분위의 결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정용인 기자>

지난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건물 앞에서 상지대·세종대·조선대·광운대 교수 및 학생 등이 정상화에 대한 사분위의 결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정용인 기자>

2008년 하반기 상지대·세종대·조선대 등이 이사 공백 상태를 맞고 있다. 학교법인의 ‘이사 부재’는 학교의 모든 행정의 마비를 뜻하며, 정상적인 학교 운영의 중단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실종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찾는다’는 논평이 나오고 현행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현 사립학교법상 임시이사를 파견하거나 임시이사 파견대학의 정이사 체제 전환을 결정하는 기구는 2007년 12월 27일 출범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로서, 입법·사법·행정의 수반이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위원회는 이들 대학이 정이사 선임이 가능한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6월 30일자로 종료된 임시이사를 대신할 정이사들을 종료일 전에 선임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미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정이사 파견을 통해 상지대·세종대·조선대의 정상화를 결의했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이사 후보들의 개인 약력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해당 학교는 정이사 선임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뒤늦게 교육과학부가 임시이사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것이다.

교과부선 임시이사 파견 고려
사실 분규사학의 정이사 선임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필자는 2006년과 2007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위원을 지냈다. 당시 사학분쟁위원회는 장관 자문기구여서 위원회 결정 사항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 분규사학에서는 이 위원회에 큰 기대를 하고 교과부도 이 위원회를 존중하며 최소한이나마 민주적 운영을 도모하려고 노력했다. 당시에도 분규대학 정이사 파견 논란이 있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분규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해 정상화됐으니 하루 속히 정 이사를 파견하라’는 것이었는데 이 말 속에는 ‘사학재단 주인에게 학교를 돌려주라’는 뜻이 강했다. 다 알다시피 임시이사체제에서는 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이 끊임없이 학교로 복귀하기 위해 학교를 흔들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례가 빈번해 불안정한 체제인 것은 분명하다. 비리재단의 부패와 전횡에 혼이 난 교육 주체는 사학 관계자의 복귀는 부패사학에 학교를 돌려준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심하게 반발한 것이 사실이다. 그 무렵 전국 10여 개 임시이사 파견대학의 정이사선임 문제가 한나라당 등 정치권의 지적 사항이다.

당시 사학분쟁조정위에서는 2006년 12월께 전국의 임시이사파견대학을 네 개 권역으로 나누어 위원들이 2인 1조로 학교 당사자들, 특히 해당 대학의 구 재단과 임시이사장, 대학노조 관계자, 동문 교수협의회 등 이해 당사자들을 심층 면담했다. 심층 면담 후 정이사 전환 여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협의하여 결정하고 교육과학부에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필자가 방문한 대학은 세종대·광운대·서일대·덕성여대 등이었다. 교육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고 해당 대학에서 이해 당사자를 면담했다. 그 결과 가족 간 재산 분규 혹은 구재단의 재정 비리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은폐되고 때로는 밝혀낸 해묵은 사학 분규의 내용은 세월 따라 이리저리 얽혀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에 시간이 걸렸다. 그뿐 아니라 해묵은 감정싸움의 골이 파인 이해 당사자들이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때로는 교수협도 양분되어 정이사 파견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학분쟁조정위에서 정이사 파견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당연히 사학법이었다. 만의 하나 어느 한 쪽이 의욕이 앞서서 정이사를 파견한다 해도 법적 하자가 있으면 소송에 휘말리기에 교육부 직원들은 돌다리도 조심조심 건너듯 소극적으로 임했다. 이해가 가면서도 일면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더구나 법의 판결은 꼭 해당 교육 주체들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에 사학분쟁조정위원들은 법적 사항을 포함해 분규의 원인 제공자가 분규 이후 어떤 자세를 보이는가, 사학의 주인이 그 대학의 교육 주체라는 점, 이해 당사자 입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동문 혹은 지역사회 의견을 청취했다. 그 당시 해당 대학 교육 주체들은 전원 민주적인 이사로 구성된 정이사체제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하지만 비리 당사자인 구 재단 측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교를 되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새정부 ‘제사람 앉히기’식은 곤란
대체로 교수협은 민주적인 임시 이사체제가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동문 등은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 어렵더라도 정이사 체제를 희망한다는 진술을 했다. 결국 어느 한 그룹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독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판단 아래 정이사 선임은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로 하고 임시 이사체제를 연장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해당 대학은 대학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정이사로 전환해야 하지만 구 재단과 조정이 워낙 어렵고 임시이사체제면 당장 학교는 돌아가고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안이한 판단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정이사 파견을 늦추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임 사학분쟁조정위원으로서 2년이 지난 지금, 같은 문제로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결정이 너무 소극적이었고 어렵더라도 조정을 통해 정이사 선임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든다.

지금은 새 정부의 사학정책이 구 재단에 유리한 이사 구성을 위해 정이사 전환 시점를 늦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교육 주체들에 널리 퍼져 있다. 더구나 교육과학부가 당초 계획과 달리 임시 이사체제를 한 번 더 연장하려고 하니 해당 대학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정이사 체제 전환을 피하더라도 임시 이사 임기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상한다면 어렵더라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정이사 체제 전환을 당부하고 싶다.

솔직히 정치권에서 사학분쟁조정위원을 추천하면 그만큼 정치적인 판단과 이해관계에 얽매이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새정부처럼 교육 현안을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고 각종 위원회에 ‘제 사람 앉히기 식’으로 문제를 보면 해결책은 왜곡되고 사학민주화의 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상대가 있는 한 한쪽이 완전히 승리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재단 비리 때문에, 나중에는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하다가 이제 와서 회의석상에서 양자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절대 달갑지는 않더라도 서로 상대를 인정하면서 공존할 때 사회는 발전한다는 불변의 원칙을 사학법인에도 적용시켜 이번 정이사 전환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자신들의 역할과 위상과 기대에 부응할 때만 우리 교육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사학분쟁위원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정명신<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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