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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은 예고된 공약(空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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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흐름 읽지 못한 선거용 ‘캐치프레이즈’에 불과

‘7·4·7’만 믿고 MB를 선택한 국민들은 이제 경기침체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의 썰렁한 모습. <경향신문>

‘7·4·7’만 믿고 MB를 선택한 국민들은 이제 경기침체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의 썰렁한 모습. <경향신문>

‘7·4·7’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장 정책은 성공 확률이 극히 떨어지는, 애당초 ‘공(空)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50인의 경제 전문가 대부분은 MB정부 임기 내 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력 확보는 사실상 힘든 목표로, 국제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한 것으로, 현재의 경제 위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불가능하고 또 소망스럽지도 않다”, “언급할 가치가 없다”, “정부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냐?”는 대답에 이어 심지어 “100% 실패할 것이며, (강행할 경우)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로 급락할 듯”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여권·보수 진영 일부에선 여전히 강변
우선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이 실현되기엔 공약을 준비하던 당시와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모 경영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상들이 발목을 잡았고, 이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금융위기로 미국의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되어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데는 최소한 1~2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면 수출을 위주로 경제성장을 해온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역시 “성장률 7%는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목표로 달성하기 힘들다”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와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상에서 머물 경우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도 힘들고,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러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공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세계 7위 경제력 확보 역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경제신문 경제부 기자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세계경제 여건의 악화로 매년 경제성장률을 0.4~0.8%씩 끌어올려 임기 말 7%대의 성장률에 도달한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고, 어느 민주당 의원 역시 “7·4·7공약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표를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空’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2000년대 이후 OECD국가 중 7%대 성장을 이룬 국가는 아이슬란드(2004년, 2005년), 한국(2002년), 슬로바키아(2006년, 2007년), 터키(2002년, 2004년, 2005년)뿐”이라고 지적했다.

평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온 진영에서도 ‘7·4·7’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유명 민간연구소 소장 역시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평가했고, 보수언론의 논설위원은 “임기 내의 목표이므로 부분적으로는 이룰 수 있지만 세 가지 모두 이루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애당초 ‘7·4·7’은 선거를 위한 공약일 뿐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1997~98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야기한 중요 변수의 하나인 과잉 중복투자가 철강·자동차 영역에서 진행될 때(93~97년)조차 경제성장률 수준은 7%대였다”면서 “자금 흐름이 해외 투자 경향을 갖거나 투기 자금이 흐르고 있어 7·4·7공약은 한국 경제의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허무한 얘기”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아끼지 않는 한 교수조차 “가능성보다는 일종의 선거공약, 그러니까 캐치프레이즈로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7·4·7공약은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인 것이며, 그 정책 방향은 옳다고 본다”,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것이며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은 아니다. 어느 정부든 해야 하는 일로 이해하고 있다”는 여당의원들의 답변에서도 공약의 실효성에 대한 무게는 떨어진다.

하지만 보수 진영과 여당 일부 의원은 여전히 MB의 성장주의 경제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수단체 대표는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각종 규제를 철폐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고, 한나라당 의원 한 명도 “어느 정도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4·7’ 고집하다간 더 큰 침체 우려도
경제 전문가들의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7·4·7’로 상징되는 성장주의 경제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성장률 조정 가능성에 대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회복세에 진입하고 연간 5% 내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7·4·7’ 공약에 매달린 MB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민간연구소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국토개발방식과 대기업과 부자에 몰아주기, 개방 수준 높이기로는 더 이상 고성장이 불가능하다”면서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오히려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요 확대를 위한 소득재분배와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경쟁력강화 방안을 현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학과 교수들도 “7·4·7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할 때 우리 경제는 오히려 크게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7·4·7’이라는 숫자의 뒤에 감춰진 그늘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성공하기 어렵고, 또 성공하더라도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열리더라도 양극화가 심하면 수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교수들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최근 대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를 설명하고, 7·4·7공약에 연연해하기보다는 새로운 경제 목표를 제시하면서 국민을 향해 새로운 목표에 대한 이해와 합의를 진솔하게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 일간지 논설위원 역시 “지금은 무리한 성장 드라이브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실 다지기와 성장잠재력 확충, 경제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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