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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이한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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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발언 잘하는 한나라당 ‘쓴소리’

‘강만수 퇴출, 이한구 발탁’.
경제 전문가들은 강만수 장관을 퇴진시키고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을 새로운 경제 수장으로 발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그 배경이다. “어차피 여권 내 인물이라면 그 중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한몫했다.

“국민신뢰 다시 찾을 수 있는 인물”
경제 수장 교체에 대한 이호근 연세대 교수의 생각은 단호했다. 이 교수는 “현 경제팀의 경제정책이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면 당연히 경제팀을 교체하는 게 정답”이라며 “누가 경제팀의 수장이 되든 경제팀의 정책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경제팀의 교체와 함께 경제부총리 부활 등 시스템의 변경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송태경 경제민주화를위한민생연대 사무처장도 “금융·부동산 등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포함한 산업의 안정적인 존립과 성장을 중심축으로 놓고 심화하는 위기를 일정하게 관리하고 불가피하게 이어지는 불황의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경제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설문대상 경제 전문가 50명 중 32명이 강만수 현 장관의 교체가 타당하다고 대답했는데(경질 반대 9명, 무응답 9명), 강만수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다른 경제 전문가들의 기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방향각 안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이한구 의원이 꼽힌 것이다.

이한구 의원은 주로 경제학자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윤상 경북대 교수는 “경질해도 비슷한 사람이면 별 소용이 없다고 본다”면서 “여권 내부에서라면 그마나 깐깐한 이한구 의원 정도를 들 수 있다”고 밝혔고, 다수의 경제학자가 “전문성과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이 의원을 추천했다.

시민단체 등 진보 진영에서는 “바꾸어봐야 MB정부하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의견과 함께 현실론에 입각해 이한구 의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등 여권 내에서 비교적 시장에 충실한 원칙론자로, 정책에 일관성을 보여주고 시장에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어차피 보수적 색채를 가진 사람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나마 경제적 합리성을 가진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한구 의원은 평소 소신 발언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한나라당 내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그는 10월 13일 당론과 달리 종부세 완화 등 감세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경제위기 상황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는 꼭 금년에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면서 “감세를 하는 것은 맞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으니 없는 사람들의 반발과 국민 통합을 고려해 경제위기를 벗어나면 하자”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국민적 저항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에 혈안이 된 당 지도부와 청와대 일각을 겨냥한 말이다. 이 의원은 또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서도 “지금도 적자 재정인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 국가 부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대외 신용도가 하락해 환율 상승의 압박요인이 된다”며 반대했다.

강 장관과 대립, 경제부총리 부활 주장

[커버스토리]구원투수 이한구는 누구인가

최근 들어 이 의원은 강만수 장관과 일정 부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 경제팀에 대해 최고가 아닌 ‘보통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한 그는 방미 중이던 강만수 장관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 결과를 거론하며 1002원이 적정 환율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환율에 무슨 적정선 얘기, 이런 건 옳지 않다”면서 “누구에게나 적정하고 또 언제나 적정하고 이런 게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환율은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오락가락 손이 맞지 않는 경제팀에 대해서는 “야구로 치면 텍사스성 안타를 줄줄이 허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강만수 장관 퇴진을 피력하기도 했다. 박희태 대표의 강만수 장관 유임론에 대해 이 의원은 “그것도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와 다른 스탠스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위기가 들이닥치고 쓰나미가 어떤 형태로 몇 차례 더 올지도 모르는데 기존의 정책 스탠스를 가지고는 위험하니까 (정책을) 바꾼다고 하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한구 의원은 ‘경제부총리’ 부활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경제부총리 도입 논란과 관련해 “모든 권리·의무는 공식화할 필요가 있고 조직화하도록 조직을 바꿔주는 것이 맞다”면서 “언제 하든 빠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18대 국회의 예결위원회 수장인 이한구 의원에게는 ‘역대 가장 엄격한 예결위원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엄격한 예·결산 기능을 강조하고, 추경예산의 20%를 과감히 삭감하는 등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예결위 업무에 대해서만큼은 당적을 떠나 매우 깐깐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예결위의 본래 기능을 살려야 한다”면서 “본예산에서 집행할 수 있는 사업은 굳이 추경으로 할 필요가 없고, 정치적 생색내기를 위한 예산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위원은 “대기업 총수의 비리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면서 “기업 규제 완화와 윤리경영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제 샀는지 낡아서 표면이 너덜너덜한 가죽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그에게 주위에서 ‘중진 의원’으로서 격을 맞추라고 하자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예산을 다루는 예결위 간사만 여섯 번 했다. 그리고 그 시절에 대부분 야당 의원으로 보냈다. 그때의 정신을 잃지 않는 예결위원장이 되고 싶다”라는 대답은 그의 꼿꼿하고 청렴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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