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가인권위 ‘김양원 문제’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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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장애인단체 사퇴 촉구 항의 방문으로 전원회의 무산

10월 13일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비리·인권 가해자 의혹을 받는 김양원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자격이 없다”라며 인권위 전원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박재찬 기자>

10월 13일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비리·인권 가해자 의혹을 받는 김양원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자격이 없다”라며 인권위 전원회의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박재찬 기자>

결국 인권위 전원회의가 연기됐다. 본지의 연이은 김양원 인권위원 보도(Weekly경향 795, 796호 참조)로 촉발된 사태는 전원회의가 열린 10월 13일 폭발했다. 인권·장애인단체들은 이날 전원회의에 앞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양원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인권·장애인활동가는 전원회의가 열리는 13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 앞 자동문을 사이에 두고 인권위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김 위원 “사퇴 의사 없다”
인권위 측은 활동가들에게 “전원회의에 앞서 김 위원의 신상 발언에 참관할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고 활동가들은 “김 위원이 들어가는 회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복도에서 구호를 외쳤다. 김 위원의 신상 발언은 50분간 이어졌다. 김 위원의 신상 발언은 인권위 노조 준비팀이 지난 주말 김 위원 앞으로 발송한 이메일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이뤄졌다. 신상 발언을 들은 장애·인권활동가들은 “김 위원의 인식, 특히 장애인권운동과 자신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대목은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미 자료로도 정리되어 있는 장애인인권운동의 역사를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해 발언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장애인 편의시설 촉진 관련 운동은 이성재 전 민주당 의원 등의 참여로 만든 시민연대모임이 주도했는데, 김 위원은 “청와대 오찬모임에 초청되어 갔다가 굴러서 다친 내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이 장애인편의시설 활성화의 시초”라고 설명했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다소 믿기 어려운 자화자찬성 주장을 늘어놓는데 듣는 우리도 민망했다”라며 혀를 찼다. 김 위원의 신상 발언 뒤 인권단체는 김 위원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려 했으나 “발언권이 없다”며 위원장이 제지했다. 대치가 계속되자 결국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전원회의는 27일로 미뤄졌다.

비공개 면담에 김 위원은 “법인의 시설을 더 짓기 위해 땅을 사고 투자했지, 개인이 쓴 것은 없으며 불임시술·낙태 관련으로는 당사자가 한 것이며 나는 이사장이었기 때문에 잘 모른다”라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활동가는 “김 위원의 해명은 비리 문제가 불거진 여느 시설장의 변명과 판박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인권 가해자로 의혹 대상인 인물이 인권위원으로 앉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장애인 단체들은 다시 27일 열릴 전원회의장 앞에서 김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할 계획이다. ‘촛불시위 인권침해 여부’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한 결정이 계속 미뤄진 것도 인권위로서는 부담이 되는 형국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그렇다고 인권위가 경찰을 부를 수는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박경석 대표는 “전원회의가 열리는 것 자체를 실력 저지할 생각은 없다”라며 “비리나 반인권 의혹이 제기된 만큼 김 위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의 장으로서 위원회를 대표하고 회의를 원만하게 진행할 의무가 있는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이 사태에 대해서 공식 입장을 밝힐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이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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