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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인맥, 정부 요직 속속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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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서울대 법대·모피아·소망교회 등… ‘경질’ 버티게 하는 힘

“(내가) 재경부에서 일할 때 상관이 내 윗사람을 제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나와 후배한테만 일을 시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서울 법대가 다 해 먹는다’고 불평했지만,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0년 만에 재경부에 돌아와 보니, 서울대 법대가 손이 끊겨 안타깝다. 서울대 법대가 경제학과 나온 사람들보다 일을 더 잘한다.”

[커버스토리]강만수 인맥, 정부 요직 속속 입성

지난 5월 서울대 법대 출신 의원·장관 모임에서 한 강만수 장관의 발언이 뒤늦게 보도되면서 부처 안팎에서 “무슨 시대착오적 학맥 예찬이냐”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강 장관 발언이 파문을 불러일으키자 보도자료를 통해 “강 장관의 발언이 아니라, 과거 강 장관이 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재무부 선배 간부가 한 말을 관련 일화와 함께 소개한 것으로, 현재 강 장관의 생각과 전혀 다르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둘러싸고 “강 장관이 본격적으로 제 사람 챙기기, MB 정부 내 권력 키우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강 장관은 보도가 나간 이틀 뒤인 지난달 18일 김동수 차관보의 제1차관 승진으로 공석이던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노대래 기획실장을 승진 내정시켜 서울대 법대 예찬이 자신의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발탁된 최상목 장관 비서실장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재정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유력시되는 구본진 심의관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 때문에 새삼스럽게 강만수 장관의 ‘인맥 지형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향후 경제 분야뿐 아니라 유관 기관의 인사도 ‘MB 최측근’ 강 장관의 입김이 발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서울대 법대 동문회장?
강 장관의 인맥은 크게 서울대 법대 출신 그룹, 경남고 출신 그룹, 경제 관료 그룹, 소망교회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서울대 법대 출신 그룹은 최근 들어 기획재정부 핵심 요직을 중심으로 가장 눈에 띄게 부상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인사가 결정되면 강만수 장관-노대래 차관보-최상목 장관 비서실장-구본진 정책조정국장이 모두 서울대 법대 인맥으로 채워지는 셈.

강 장관의 동문 후배 챙기기에 대해 재정부 내에서 서울대 법대 출신이 워낙 소수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 행시를 통해 기획재정부에 들어오는 비율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강 장관이 동문 후배들을 챙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환율정책 등 경제정책 난맥상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고 있는 강 장관이 핵심 요직에 동문 후배를 편중 배치하는 인상을 주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더 거세다.

재경부 안팎의 여론에 따르면 강 장관은 10년 전 경제 관료로 있을 때도 서울대 법대 출신들에 대한 편애가 강했다고. 이는 법대 특유의 정서가 깔려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출신 학교와 학과에 대한 편애는 결국 강 장관 자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과거 정부에서는 공무원 인사가 정실에 치우칠 우려 때문에 직계 결재라인에 동향·동문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상피제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런 인사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 재경부 바깥으로 나가면 신임 수출입은행장인 진동수 전 재경부 제2차관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그의 취임에 강 장관의 영향력이 적잖았다는 게 정설이다.

강 장관의 서울대 법대 입김은 청와대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청와대에 입성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박병원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도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이들에 대한 강 장관의 후배 사랑은 유달리 두터운 것으로 소문나 있다. 강 장관은 최근 한 사석에서 박 수석과 팀워크를 묻는 질문에 “워낙 오래전부터 인연이 많았던 사이”라면서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박 수석은 공무원 선후배 사이를 넘어서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같은 PK 출신(강 장관 경남 합천, 박 수석 부산)이다. 옛 재경원 시절에는 각각 재경원 차관과 부총리 비서실장으로서 강경식 당시 부총리를 보좌했다.

재무부 출신 ‘모피아’의 화려한 부활
경남고 인맥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과 정부 주요 부처에 경남고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정계 안팎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 특히 여권 내에서는 국회와 한나라당 사령탑이 나란히 경남고 출신이어서 ‘경남고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이 ‘경남고-서울대’ 출신이다. 강 장관과 고교, 대학 동문인 것이다. 박 대표가 경남고 인맥의 좌장 역할을 하고, 김형오 의장이 동창회 내 간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한나라당에서 경남고 출신은 서병수, 진성호, 구상찬, 정갑윤, 허범도, 여상규 의원 등이 있으며, 경남중·고 총동창회에 이름을 올린 경남중 동문까지 포함하면 박근혜계인 김무성·유기준 의원 등이 있다. 야당에서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 권영길 민노당 의원 등이 경남고 출신. 지난 4월 주일대사가 된 권철현 전 의원도 동문이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경남고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강 장관이 정부부처 내 경남고 라인의 수장으로서 권력 핵심층과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뒤를 하영제 산림청장과 장수만 조달청장 등이 잇고 있다. 최근 아리랑TV 사장에 임명된 정국록 전 진주MBC 사장, YTN 사장으로 취임한 구본홍 전 선대위 방송특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에 취임한 양휘부 전 방송특보 등도 경남고를 나왔다. 한 의원의 표현처럼 “TK정권에서 PK가 약진하는 양상”이다.

옛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모피아’ 그룹도 강 장관(행시 8회)의 든든한 배경이다. 여당의 경우 이들 관료들이 대다수 포진해 있는데, 임태희 정책위의장(행시 24회, 재경부 산업경제과장)-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22회, 재정경제원 국고국 서기관) 라인에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출신의 유재한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20회)이 정책실장으로 추가됐다.

모피아들의 포진은 경제팀의 호흡을 중시한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관료 출신이 개혁보다 안정과 현실을 중시하는 성향이라 관 주도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공공 부문과 규제 개혁이 더뎌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강 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들이 대거 안착했다. 한국투자공사의 진영욱 사장은 강 장관이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1997년 당시, 재정경제부 자금시장과 과장과 국제금융담당관, 금융정책과 과장 등을 역임하며 당시 강 차관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정고시 17회로 관가에 입문한 진동수 신임 수출입은행 행장도 과거 재정경제원 산업자금담당관과 재정경제부 국제업무 정책관을 지낼 당시 강 장관과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힘을 얻었던 이피아(경제기획원 인맥)가 지고 모피아(재무부 인맥)가 다시 부활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7일 고환율정책에 따른 물가 폭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최근 아시아권 국가의 대사로 내정된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1차관도 강 장관의 탄탄한 인맥이다. 당시 강 장관을 대신한 ‘대리경질’이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보은 인사’가 일어난 셈이다. 인사의 생리상 강 장관의 평가(입김)가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재계 안팎의 이야기다.

가장 든든한 인맥은 역시 ‘30년 동지’ MB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강 장관의 가장 든든한 인맥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소폭 개각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한 것과 관련해 “지금 도중하차시키면 경제정책의 단절로 오히려 국정에 차질을 주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져오려면 강 장관이 좀 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신 대통령은 최중경 재정부 차관을 경질하는 걸로 강 장관에 보호막을 쳤다.

‘이해할 수 없는 편애’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동지애적 관계’라는 게 정가의 이야기다.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소망교회 인맥인 강 장관은 1981년 재무부 보험2과장 시절 소망교회에서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 그 후 27년 동안 일요일 아침 7시 30분 예배에 함께 참석하며 친분을 쌓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16대 의원 직을 그만두고 야인이 됐을 때 역시 외환위기로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강 장관과 교회 인근에서 식사를 같이 하며 자연스럽게 경제관 등의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은 강 장관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에 기용하면서 부활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강 장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안국포럼에 합류해 이 대통령의 경제공약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 장관은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낸 경험과 이 대통령과 막역한 친분, 기획재정부의 권한 강화 등을 바탕으로 누구보다도 막강한 힘을 갖고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때문에 ‘고환율정책’ 등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실제 강만수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은 없다. ‘7·4·7’ ‘대운하’ 등 MB노믹스의 근간을 세운 그를 포기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성장제일주의인 자신의 경제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모피아’들의 지원도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정부 요직은 물론 은행 등 금융기관장 인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만수 사단’이 그의 낙마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강 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질하지 않을 경우 국민경제가 상당히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그것은 결국 대통령에게도 상당히 큰 부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MB 정부가 “잘못 발탁한 경제 수장 때문에 정부와 국민 간의 불신이 쌓이고 있다”는 여론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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