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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검색 서비스 ‘무서운 신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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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검색업체 위스폰·큐로보, 차별화 전략으로 네이버·구글에 도전장

[줌인]차세대 검색 서비스 ‘무서운 신예들’

심마니·까치네·정보탐정·코시크….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는 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토종 검색 서비스였다. 물론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하드웨어와 브로드밴드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외하곤 살아남는 것이 있느냐”는 자조적 평가는 검색 서비스 분야도 그대로 적용된다. 검색엔진 네이버의 출발도 토종 검색엔진과 비슷했다. 네이버는 삼성SDS의 정보기술연구소 웹글라이더팀이 만든 사내 벤처로 출발했다. 한게임과 합쳐 NHN으로 거듭난 네이버는 2003년 무렵부터 국내 최대의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검색 포털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가 자생력을 잃어갔다고 말한다. 전병국 검색엔진 마스터 대표는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서 물어보면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 들어갈 생각만 한다”면서 “옥탑 방에서 라면 끓여 먹어가면서 개발해나갈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눈’의 경우 예외적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네오위즈를 만든 장병규 대표가 2005년에 설립한 이 검색 서비스 회사는 한때 ‘한국의 구글’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첫눈’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2006년 350억 원에 인수한 뒤 “첫눈 녹듯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첫눈이 개발한 ‘스노랭크’ 등의 기술은 현재 존재 여부도 불투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첫눈의 인력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비난한다. 당초 “첫눈 인수가 해외 검색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네이버는 밝혔지만, 업계는 “첫눈 스스로 네이버의 경쟁상대가 되거나, 다른 포털이 인수해 잠재적인 ‘적’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 아니었겠나”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들이 만든 검색 서비스 위스폰(www.wispon.com)이나 시맨틱스가 10년을 준비해 내놓은 큐로보(www.qrobo. com)는 ‘네이버와 구글’ 이후를 노린 야심작이다.

위스폰 “뛰어난 한글 검색 만들겠다”

위스폰을 만든 사람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운데), 위스폰의 CTO를 맡고 있는 김성렬 건국대 정보통신대학 인터넷미디어학부 교수(오른쪽). <정용인 기자>

위스폰을 만든 사람들.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운데), 위스폰의 CTO를 맡고 있는 김성렬 건국대 정보통신대학 인터넷미디어학부 교수(오른쪽). <정용인 기자>

위스폰이나 큐로보 모두 구글처럼 첫 화면 가운데 검색창을 내놓으며 검색 서비스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위스폰은 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49)가 이끄는 벤처기업 HM연구소가 2006년 투자를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PC 10대로 검색엔진을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첫눈과 비슷했다”고 박 교수는 평가한다. 여기에 역시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검색 전문기업 와이즈넛의 핵심 멤버로 참여한 김성렬(39) 건국대 정보통신대학 인터넷미디어학부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동참하면서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위스폰이 지난 6월까지 인덱스한 한글 웹문서는 약 3억 개. 야후코리아가 4억, 구글이 4억에서 6억을 인덱스한 것으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현재 베타서비스 중인 위스폰 검색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인명 검색이다. 기존 인명 검색이 수작업으로 수집된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위스폰은 수작업이 아닌 기술로 동명이인을 구분하여 결과를 보여주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위스폰이 채택한 전략은 “영어 검색에서 구글만큼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는 한글 검색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 구글과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가장 큰 상대인데, 국내 검색 포털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웹 검색 기술력에서는 구글과 비슷하게 가는 한편, 국내 웹 검색의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하는 것이 위스폰의 목표”라고 말한다. 위스폰은 크로마 검색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적인 웹 랭킹뿐 아니라 인물이나 연예·스포츠·정치 등 검색 결과를 색깔 있게 튜닝해 보여주는 ‘차별화된 검색’을 올 연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위스폰이 현존 검색 포털을 뛰어넘는 한글 웹 검색 기술에 치중한다면, 큐로보는 구글이나 애스크(ask.com)과 같은 글로벌 업체에 맞서 검색기술 경쟁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오픈한 큐로보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검색 기술인 시맨틱 기술을 구현해 검색자의 의도를 파악한 검색 결과를 도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IT를 검색한다면, 기존 검색기술로는 지시대명사 it인지, IT테크놀로지인지 구분하지 않고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 큐로보는 문장 전체의 의미를 구분해 그 검색 결과를 별도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큐로보 “국내 아닌 글로벌 시장 목표”

큐로보를 내놓은 시맨틱스의 조광현 대표이사. <정용인 기자>

큐로보를 내놓은 시맨틱스의 조광현 대표이사. <정용인 기자>

조광현(33) 대표이사는 “큐로보의 검색 기술은 형태소 분석기나 단어 사전에 의존하지 않고 검색 로봇이 특정한 단어를 읽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문화·언어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한글뿐 아니라 영문 등에서도 큐로브 검색은 같은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뤄온 조 대표는 스무 살에 대학을 중퇴하고 당시 서울 삼성동에 있던 뉴텍컴퓨터 부설 연구소에 들어갔다. 이 ‘지그재그 연구소‘가 현재 시맨틱스의 모태다. 당시 연구소에서 내놓은 검색엔진이 마이서치. 조 대표는 큐로브는 10년 연구의 결실이라고 밝힌다. 지금까지 연구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SI용역을 맡아 생긴 이익을 다시 투자하는 방식으로 마련해왔다. 시맨틱스는 소프트뱅크로부터 40억 원을 투자받아 ‘네프로재팬’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시맨틱스는 기술투자만 했고, 시맨틱스의 기술이 적용된 일본 검색 서비스를 시맨틱스 서버를 이용해 운영한다. 일본어 서비스는 9월 개통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시맨틱스의 철학은 돈 버는 데 대한 관심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한국의 기술로 제대로 된 검색엔진을 만들어 세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하루 20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는 “연구소 일이 일이 아니라 노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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