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자원 외국 손에 다 뺏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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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으로 광산개발 중단… 철광·유전·우라늄 등 중국서 눈독

[북한읽기]북한 지하자원 외국 손에 다 뺏길라

유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중국·인도 등 신흥개발 도상국가의 적극적인 내수 소비 탓에 해외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기업의 부담 증가→물가 상승→서민생활 불안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의 자원대란 속에서 우리 정부도 최근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 국가 그룹 중에서 자원이 가장 빈약한 나라다. 한국의 광산물 자급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10% 정도에 머문다. 특히 금속광물의 자급도는 1%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이에 따라 매년 총수입액의 5%에 해당하는 광물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광물자원 200여 종 잠재적 자원부국
그러면 북한은 어떤가. 남한과 정반대로 세계적인 자원 잠재 부국이다. 북한은 국토의 80%에 걸쳐 200여 종의 유용한 광물자원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자원 가치는 3719조 원으로 남한의 18배에 달한다. 특히 북한의 마그네사이트와 우라늄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남북한의 지하자원 공동개발은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간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남한은 북한에 지하자원 공동개발 문제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틈을 타 중국 등 제3국은 북한의 지하자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북경협 4대 분야에 북한의 광산자원 개발을 포함시켰으며,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대북경제 제재 완화조치 당시에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수입을 허용했다. 일본·유럽연합(EU)도 북한의 지하자원에 관심이 많다.

특히 중국은 무산 철광·용등 탄광·혜산 동광·평양 인근 몰리브덴 광산과 황해 유전에 대규모로 투자한 상태다. 중국은 아시아 최대 노천 광산인 함경북도 무산 철광에서 매년 철광석 1000만t를 수입하고 있으며, 압록강 수풍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도 공급받고 있다. 특히 북한은 중국에 '우호 가격'으로 지하자원을 판매해 국제 시세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원자력발전의 필수 원료인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 대북자원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채굴 가능한 우라늄 매장량은 세계 총매장량에 육박하는 400만t에 달하며 총매장량은 무려 2600만t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남한의 대북 광산 투자는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정촌 흑연 광산과 개성 인근의 화강암 석재 개발 등 2개 사업에만 투자했을 뿐이다. 이 외에 2005년 남북 당국간 합의를 토대로 현지조사를 마친 함경남도 단천 지역 광산 공동개발사업이 있다. 하지만 남북한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남북경협의 이상적인 모델이 남한이 북한 지하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비교우위가 있는 경공업 제품과 지하자원을 서로 교환하면 양측에 모두 이익이다. 사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2005년 7월 열린 제10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남북 경협사업을 제기한 바 있다. 예컨대, 남한이 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용품 공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해주면, 남한이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보장해줄 것이니 북측 몫으로 경공업 원자재 대가를 상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광산개발은커녕 개성공단 등 기존 경협 사업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한 정부는 최근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에서 ‘10·4 선언’을 제외했다. 북한이 지난해 남북정상이 합의한 ‘10·4 선언’을 의장 성명에 넣도록 요구함에 따라 남한 정부가 주장한 '금강산 피살 사건'과 동시에 의장성명에서 빠진 것이다. 이런 것을 볼 때 남한의 대북정책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화해 제스처를 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10·4 선언’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앞으로 대북관계는 실용주의에 기반해서 풀어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천명한 바 있다. 남한은 외국이 북한 지하자원을 점유하기 전에 하루 빨리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실용이 아닐까.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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