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 꿈을 찾아 떠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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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길]CJ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 꿈을 찾아 떠나는 길

꿈을 찾아 떠나는 길. 지도에도 없는 이 길. 이 작은 간이역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언제까지 걸어가야 할까요.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요.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우리는 ‘출발’합니다.
- 2008 CJ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공연예정작 ‘안테나’(부제: 꿈을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아이들은 꿈을 꿉니다. 그러나 그 꿈은 막연하기만 합니다. 때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 꿈을 옥죄어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고민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내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아니, 그보다 먼저 내게 꿈이 있기는 한 것인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꿈을 지켜줄 수 있을까요.

지난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용인대학교 예술대학에서는 특별한 연극캠프가 열렸습니다. CJ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스토리P가 주관하는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의 여름캠프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60여 명의 청소년들이 나흘 동안 서로 꿈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연극을 매개로 만남과 소통을 이루었습니다. ‘연’은 소통하는 ‘연’극이며 아름다운 인 ‘연’이고 꿈을 담아 날아오르는 ‘연’입니다.

[사람의 길]CJ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 꿈을 찾아 떠나는 길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은 지난 4월 서울·수원·전주·창원의 고등학생 혹은 동일 연령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역별 서류심사와 오디션을 거쳐 89명을 선발, 5월 31일부터 7월 20일까지 지역별 1차 주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선발된 참가자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은 물론 고등학교 진학에 의미를 못 둬 그것을 포기한 친구, 일반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를 선택한 학생 등 남다른 사연을 지닌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워크숍을 통해 진로에 대한 고민, 부모님과 소통 문제, 입시에 대한 중압감, 친우관계 등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화술·움직임·공간표현 등 연극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꿈을 표현하고 이를 친구들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연’의 모태는 작년 ‘CJ 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청소년 연극 워크숍이었습니다. 당시 CJ문화재단은 ‘문화나눔’ 지원사업의 하나로 청소년을 위한 색다른 프로그램을 모색하던 중 영국에서 공동체연극을 전공하고 돌아온 용인대학교 연극학과 김종석(42) 교수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연극프로젝트를 시행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연극은 특별한 배우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국의 한 마을 주민들이 연기·극작·공연에 모두 참여하는 ‘공동체연극’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단기간의 워크숍을 통해서 연기를 지도한다기보다는 연극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더욱 중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 여름캠프. 지역별 심사를 통과한 89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그들의 고민과 꿈을 함께했다.

청소년 연극프로젝트 ‘연’ 여름캠프. 지역별 심사를 통과한 89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그들의 고민과 꿈을 함께했다.

김 교수의 생각대로 연극은 워크숍에 참가한 20여 명의 청소년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할 이유도, 공부를 해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해 모두 선망하는 외국어고등학교를 자퇴했던 학생이 연극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과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거나, 경제적 한계로 꿈을 접어야 했던 학생이 용기를 되찾는 등 여러 긍정적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광진나루 아트센터에서 열린 ‘굿 스튜던트’ 공연은 600석의 공연장이 만원을 이룬 가운데 감동적으로 치러졌습니다. 이에 고무받은 CJ문화재단은 지역도 넓히고 참가 인원도 늘려 이를 매년 정례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에 참가한 서울지역의 조경재(17)군은 현재 홈스쿨링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경재는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부끄럽기만 합니다. 나쁜 행동도 많이 했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힘자랑만 했던 방황의 시기. 그 당시 경재는 자신에게 꿈이 없다고 느꼈고, 굳이 고등학교에 다닐 필요도 느끼지 않아 진학도 포기했습니다. 부모님은 일찌감치 이혼했고 같이 살고 있는 아버지는 걸핏하면 도박 등에 빠져들기 일쑤여서 누구 하나 경재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왼쪽) 손푸름, 조경재

(왼쪽) 손푸름, 조경재

그러다가 조이스터디의 신선영(49) 선생님을 만났고, 그나마 ‘홈스쿨링’이란 재가교육프로그램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괴짜들의 꿈’이란 뮤지컬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고, 극중 역할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재는 이번 프로젝트 ‘연’에 참가하면서 좀 더 본격적으로 연극을 통해 ‘나’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경재는 현재 이 프로그램의 여러 연극놀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스스로 살펴보고, 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나에 대해, 나의 꿈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손푸름(18)양은 현재 완주 한별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학교 연극동아리 소속으로 장차 연극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멋있어 보여서’ 연극을 시작했지만 연극을 하면서 늘 뿌듯함과 함께 어떤 아쉬움을 느껴왔습니다. 다양한 극중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자신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푸름이는 프로젝트 ‘연’을 통해 경험을 넓혀보기로 했습니다. 푸름이는 경재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으면서 연신 감탄도 하고 부러워도 합니다. 어쩜 저렇게 말도 잘 하고 자기 생각이 분명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처음 캠프에 왔을 때 전주팀은 인원도 적고, 멀리 지방에서 오다 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타 지역 친구들과 한 조가 되어 빡빡한 수업 일정을 함께하다 보니 정도 많이 들고…. 3일째 밤에 각 지역에서 준비한 ‘장면 발표’를 보고 다들 준비를 참 잘했다는 생각에 긴장도 되고, 남은 한 달간 더 열심히 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빨리 9월 6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왼쪽) 최정, 김종석

(왼쪽) 최정, 김종석

캠프를 끝낸 참가자들은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 한 달간의 2차 연습을 거친 뒤 오는 9월 6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4개 지역 팀이 모두 참가하는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안테나’(부제 : 꿈을 만나러 갑니다)란 타이틀의 공연은 참가 학생들의 사연과 그동안 교육을 통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롭게 창작되어 발표될 예정으로,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삶과 고민, 그리고 꿈을 담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공연작의 대본을 맡고 있는 최정(28) 작가는 그동안 취재를 위해 아이들과 만나면서 울기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무엇인가 되고 싶다는 열망보다는 가족끼리 모여 밥 한 끼 먹을 수 있고, 친구끼리 서로 믿고 기댈 수 있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에 더욱 절실해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한때 ‘내가 왜 연극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했다는 작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이제 아이들은 또 한 번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납니다. 그 아이들이 돌아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기다려봅시다. 그 꿈은 다름 아닌 우리의 꿈입니다.

뭘까요? …오겠지? …꼭 오겠죠? …진짜 외로운 건 말이에요. 우산이 있어도 비를 맞는 거예요….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요?

<글·사진 유성문 편집위원 rotack@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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