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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들을 조계사로 몰아 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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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사그라들지 않고 진화할 겁니다”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 폭염속 108배 기원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7월 9일 조계사에서 ‘쇠고기 전면재협상 촉구와 공안탄압 규탄 108배’를 하고 있다. / 사진·서성일 기자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7월 9일 조계사에서 ‘쇠고기 전면재협상 촉구와 공안탄압 규탄 108배’를 하고 있다. / 사진·서성일 기자

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45번지. 한국 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 길 건너에는 경찰 버스(닭장차)가 10대가량 주차돼 있다. 조계사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는 정복 차림의 전·의경이 2~6명씩 짝을 지어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컬러 인쇄된 A4 3~4장 정도의 프린트물을 들고 있다. 프린트물엔 수배자들의 사진과 주요 경력이 인쇄돼 있다. 조계사에서 사람이 나올 때마다 이들은 복사물 속 인물들과 인상 착의를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

조계사 정문에서 50여m 떨어진 대웅전 옆. 국민대책회의 수배자들이 쳐놓은 천막이 자리 잡고 있다. 수배자들은 이곳에 ‘촛불이 지킵니다. 촛불이 이깁니다. 수배자○○○’이라고 적힌 천 ‘몸자보’를 가슴에 두르고 모여 있다.

7월 8일과 9일. 서울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조계사 측의 ‘배려’로 천막에서 전기를 쓸 수 있었다. 선풍기 바람이 이들의 몸을 조금이나마 식혀주고 있고 ‘와이브로’ 노트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등 온라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의경, 조계사 길목 차단
“일부 언론에 단식농성을 한다고 보도가 나왔는데 오보입니다.” 백성균씨(31)는 현재까지 이번 촛불시위 국면의 최연소 수배자다. 그는 이번 촛불시위의 초기 국면을 주도한 미친소닷넷의 운영자다. 백씨는 아직 자신에게 발부된 영장을 못 봤고, 언론보도를 통해서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공식직책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사무국장. 주로 두발자유화, 체벌·내신등급제 반대 활동을 했다. 고교 2학년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청소년 운동’과 관계를 맺었고, 대학(아주대 인문학부·사학전공·97학번)에 진학한 뒤에도 그는 학교보다 단체 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촛불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저 역시 때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그런 저의 걱정을 국민이 씻어줬죠. 이명박 대통령은 공안탄압을 통해서 촛불을 계속 꺼뜨리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촛불’은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 김동규 진보연대 정책국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한용진 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백은종 안티이명박카페 수석부대표,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 김동규 진보연대 정책국장,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한용진 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백은종 안티이명박카페 수석부대표,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

김광일 다함께 운영위원(35)이 국민대책회의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행진팀장이다. “이미 조선·중앙·동아 등에서는 저를 지목하면서 국제사회주의자라고 합니다. 물론 저는 사회주의자입니다만, 5월 2일 이후 운동의 가장 큰 동력은 이념이 아닌 광범위한 세력의 참여였습니다. 심지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친박연대도 거리에 나왔잖아요.”

김 위원은 이번 촛불시위의 또 다른 특징은 그 어떤 단체라도 올바르고 헌신적인 활동을 전개하면, 참여대중이 선입견 없이 지지를 보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의 색깔론은 적어도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촛불시위 초기국면 일부 누리꾼은 ‘다함께’를 ‘과격·선동단체’로 지목했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는 “움켜쥔 주먹이 그려져 있는 다함께의 손 팻말을 받지 말자”는 글이 나 돌기도 했다. 김 위원은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단체조직의 참여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광우병대책회의가 거리행진을 주도한 5월 29일 이후에는 그런 갈등도 모두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94학번인 그는 2001년도에 ‘노동자연대’신문을 판매하다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구속됐다. 출소 후에 아프가니스탄 전쟁반대운동을 필두로 반전평화공동실천 등의 시민단체 활동을 벌였고, 여중생범대위를 비롯 파병반대국민행동·한미FTA반대운동 등 연대활동을 주로 벌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다보니 정말 전문시위꾼이 되버렸네요”라며 웃었다. 그는 “지금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탄압은 거꾸로 이명박 정부의 불안정함과 초조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초조함 드러낸 것”

조계사 촛불시위 수배자들이 협상무효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김석구 기자>

조계사 촛불시위 수배자들이 협상무효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김석구 기자>

김동규 진보연대 정책국장(34)은 다른 수배자들과 함께 7월 5일 저녁에 조계사로 들어왔다. 국민대책위에서 구속된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과 함께 조직팀장을 맡았다. 그는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도 없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인데 구속시키겠다는 것은 정권의 표리부동하고 권위주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한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촛불시위 초기 국면부터 꾸준히 소환장을 발부했습니다. 저희들은 내용증명으로 ‘이러저러한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라고 밝혔지만, 결국 이렇게 된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92학번인 김 국장은 2000년도 한양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뒤 2003년과 2004년 한총련 연대사업위원장을 맡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4년 홀로된 모친은 아직 그가 수배된 사실을 모른다. 3녀1남의 막내. 아직 장가를 가진 않았다. “누나들은 아마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말씀은 안 드린 것 같아요.” 그는 과거 전국민중연대 신자유주의반대위원장으로 2005년 APEC반대투쟁, 홍콩WTO원정반대투쟁 등을 기획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광우병범국민감시단 활동과, 최근에는 등록금네트워크 공동상황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보수언론의 ‘프로데모꾼’ 딱지에 대해 “정말 촛불의 프로는 국민”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그런 국민의 촛불을 지지·연대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프로데모꾼 운운은 아직도 그들이 민심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백은종 수석부대표가 가장 연장자
백은종 이명박탄핵을위한범국민운동본부 수석부대표(56)는 이번 수배자 중 가장 연장자다. 이명박탄핵을위한범국민운동본부는 검색포털 다음에 개설된 안티이명박카페의 공식 명칭이다. 보수언론들은 그의 참여를 두고 이번촛불시위는 좌파진보단체와 극렬 노사모가 배후 주도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백씨는 “사실 탄핵은 한나라당이 먼저 주장했고 또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2004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국회탄핵에 항의해 그는 국회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정보선 새시대예술연합 예술단장이 촛불시위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새시대예술연합>

정보선 새시대예술연합 예술단장이 촛불시위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새시대예술연합>

그는 당시 자신과 연배도 비슷하고 90년 3당 합당을 따라가지 않은 노무현에 대해 인간적 매력을 느끼고 쭉 지켜봤다고 말했다. 요식업부터 자영업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분신 사건 이후는 의정부에서 경유차를 LPG차로 개조하는 공업사를 운영했다. 그는 당국의 체포영장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가 7월 6일 새벽 조계사에 들어왔다. 백부대표는 말한다. “체포영장을 검토해보니 ‘2004년 분신한 자’ 등이 이유로 써 있는 겁니다. 그게 범죄사실입니까. 그래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거부한거죠.” 그는 수석 부대표를 맡게된 이유를 “선거로 뽑은 선출직으로 대표는 공석이고 부대표 중 가장 연장자가 수석 부대표를 맡는다라는 정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 당시에는 내 행동이 누가 될까 담배꽁초 하나 버리는 것 조심했다”면서 “하지만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된 12월 19일 이후 ‘전과 14범이 대통령이 되는데 나라고 못할게 있냐’는 심정으로 몇 날 며칠을 술로 지새우다 안티이명박카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록 대통령을 선거로 뽑았지만, 민주주의는 법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후보는 2백만원이상 벌금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전과 14범인 이명박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가 벌금 2백만원 미만에 해당할 것이냐, 그래서 저희는 근본적으로 이명박은 대통령은커녕 마을 이장에 나올 자격도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진걸 팀장, 참여연대 첫 구속 케이스
한용진 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41)은 “국민대책회의의 위상은 네티즌과 청소년의 방패막이와 우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38)과 함께 현재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기의 순수했던 촛불시위가 조직들이 참여하면서 변질되었고, 이후 깃발시위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그는 “국민회의가 깃발을 든 것도 누리꾼이나 대중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깃발을 들고 선두에서 서야지만 애초의 목적대로 방패와 우산이 될 수 있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외대 서반어학과 84학번인 한 위원장은 대학졸업 후 노동운동 현장에 있다가 임수경씨 방북사건(1989)이 일어나면서, 임수경후원사업회를 꾸려 활동했다. 1993년 성남지역 청년단체인 터사랑청년회에 들어갔고, 1999년부터는 경기동부민족민주청년단체연합 의장을 맡았다. 소위 민혁당 사건으로 복역, 집행유예로 출소한 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을 벌이는 한편,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의 사무처장도 맡고 있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동국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참여연대의 창립 멤버로 14년 동안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다. 의정감시센터·정책실·연대사업부장·시민권리국장을 거쳐 2006년부터 상근 협동사무처장 겸 집행위원을 맡아왔다. 참여연대 압수 수색도 그렇지만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에 이어 그가 구속되면 시민단체 참여연대 창립 후 첫 케이스가 되는 셈이다.

조계사에 마련된 촛불시위 수배자 천막농성장. <김석구 기자>

조계사에 마련된 촛불시위 수배자 천막농성장. <김석구 기자>

7월 9일부터 이들 수배자는 ‘공안탄압 분쇄’를 주장하는 108배를 하고 있다. 그는 “2008년 5월 이후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면서 “이번 국면이 마무리되면 참여연대로 돌아가 원래 맡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사 수배자 농성에 합류하지 않은 수배자도 있다. 새시대예술연합 예술단장을 맡고 있는 정보선(41·여)씨. 새시대예술연합은 영상창작단 시선, 민족춤패 출, 사진창작단 민, 미술패 활, 음악창작단 소리밭, 극단 꾼 등과 만화가 김동호·가수 이수진씨 등이 2006년 만든 예술 단체다. 정씨는 극단 꾼 대표로 올해 초 IMF 10년을 다룬 뮤지컬 ‘1997년생’을 연출했다. 이 단체의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전식렬씨는 “체포영장 발부 사유가 5월 초 촛불시위 사회를 봤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문 사회자로 섭외돼 간 것”이라면서 “정씨를 처벌한다면 권해효씨 등 사회를 본 다른 사람도 처벌하겠다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전단장은 “정씨는 다른 수배당한 분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현재 출두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복 경찰들이 사무실 근처를 배회하며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천지역 문화운동단체 ‘일터’회원으로 활동하다, 인천통일연대 사무처장·2004년 인천우리민족대회 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집회시위 문화 바꾸자” 안진걸 팀장 구속 아이러니
연행 구속된 국민대책위 관계자들

이번에 연행·구속된 이들 중 가장 역설적인 케이스는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안 팀장은 지난 6월 25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학생의 연행에 항의하다가 경찰기동대에 목이 졸린 채 연행됐다. 그는 연행 하루 뒤 참여연대 활동가들을 만나 “연행 당시 미란다 원칙 고지는커녕, 항의하는 사람까지 마구 잡아갔다”고 증언했다. 안 팀장은 지난해 참여연대가 발간하는 계간지 ‘시민과 세계’에 “현재의 일방적이며 타성적인 집회·시위문화는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기고한 바 있다. 소통과 창조적 집회문화를 강조하던 그가 가장 먼저 구속되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왼쪽부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윤희숙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 황순원 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

(왼쪽부터)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윤희숙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 황순원 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

7월 2일에는 그가 객원 외래교수로 출강하고 있던 성공회대의 학생·교수 20여 명이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석방을 주장했다. 그가 다녔던 강남향린교회 교우들도 석방운동에 나섰다. 중앙대 법대 91학번인 안 팀장은 졸업 후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시민운동 마당발’로 통하던 안 팀장은 주로 91학번 동기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활동가모임’을 만들어 안티조선·청년실업 운동 등을 진행했고,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 인터넷신문 코리아포커스 기자,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을 거쳐 지난해 말 참여연대로 복귀했다. 올해 초, 등록금 네트워크를 만들어 대학 등록금 인하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라디오21의 DJ를 맡고 있는 최현진씨는 “안 팀장은 일처리 능력이 뛰어난 한편,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안 팀장과 같이 연행된 윤희숙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부의장은 경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95학번. 윤씨는 1997년 과학생회장, 1998년 인문대 부학생회장을 거쳐 2000년부터 지역청년단체인 안양일하는청년회에 가입·활동했다. 이웃 군포지역 청년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박민정씨는 “경찰의 기소 내용을 보면 폭력 투쟁을 유발하는 선전 선동을 했다고 하는데, 윤 부의장은 가장 무난하고 시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구호를 선창했다”면서 “안 팀장과 함께 다른 사람의 연행을 말리다가 체포영장도 없이 붙잡혔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역에서 소외된 이웃이나 시설을 방문하는 사랑의 몰래 산타 본부를 만들어 활동했고, 태안·수해복구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바 있다.

황순원 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참여연대 1층에 있는 국민대책회의 사무실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연행 구속되었다. 부산대 경제학과 95학번인 황 국장은 단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한총련 대의원으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수배생활을 했다. 황 국장의 한 대학 후배는 “수배생활을 하면서 몸이 많이 아팠던 것으로 아는데 하고 싶은 활동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울로 올라와 통일연대 대외협력국장을 지낸 뒤 올해 1월 진보연대를 결성하면서 민주인권국장을 맡았다. 일부 보수매체는 경찰의 압수 수색 결과를 인용하며 황 국장의 집에서 “공화국은 참다운 인권이 보장된 사회” 등의 문구가 있는 이적 표현물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진보연대 관계자는 “황 국장은 올해 초 사진작가 이시우씨 국가보안법 무죄 판결 등의 일에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실무자로 관계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봐야 하는 위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걸 문제삼는다면 지금 정권이 역사를 과거로 돌리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선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민주인권국장이라는 직책의 특성상 그런 내용의 문건을 봐야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변 공동변호인단은 9일 법원에 안 팀장의 구속적부심을 냈지만 기각됐다. 공동변호인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부평종합법률사무소)는 “검찰의 구속영장을 보면 구호만 외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가수 공연이나 퍼포먼스·자유발언 등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면서 “근본적으로 통행 금지가 있던 1962년에 만들어진 야간 집회시위 금지 조항 등 낡은 법 조항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이후 보석 신청을 낼 계획이다.

널뛰기 하는 촛불집회 참가자 처벌 기준
무직·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만 구속·과다한 형량

현재까지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구속된 사람은 모두 11명. 그중 대책위 관계자인 안진걸·윤희숙·황순원씨 등 세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람들의 구속 사유는 다양하다(표 참조). 구속된 이들 중 일부는 벌써 3년 구형을 받은 이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구속사유·구형량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한지연 민가협 간사는 “그런 분들의 일부는 노숙자이거나 일용직 노동자·무직이고 과거 전과가 많은 이도 있다”면서 “수많은 촛불시위 연행자 가운데 현재 구속된 사람들은 힘없고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사회적 약자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나 이들이 했다는 폭력행사가 과연 구속돼 처벌받을 만한 사안인가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법무부는 뭐하는지, 촛불집회의 처벌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간사가 보기에 현재의 촛불집회와 과거 집회의 차이는 집회의 뚜렷한 주도자나 책임자가 없다는 것. 이전 같으면 훈방 정도의 가벼운 사안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구속한 것은 촛불집회의 정당성을 매도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를 본보기 삼아 다른 참여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속자 중 일부는 연행 당시도 면회 등 조력을 받지 못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구속자 중에는 재활 프로그램을 이수 중인 노숙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권단체들은 이와 관련된 구속자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다.

[커버스토리]누가  이들을 조계사로 몰아 넣었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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