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야생호랑이 “네티즌 눈은 못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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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찍었다는 사진 거짓으로 판명… 당국 ‘일방적 일처리’ 방식에 제동

네티즌의 끝없는 문제 제기와 추적으로 결국 거짓으로 들통났다. 산시성 공안청이 6월 2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네티즌의 끝없는 문제 제기와 추적으로 결국 거짓으로 들통났다. 산시성 공안청이 6월 2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야생 호랑이 사진 진위 논란이 결국은 가짜로 결론이 났다. 단순한 호랑이 사진 한 장을 놓고 왜 이처럼 중국이 시끄러웠는가.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대는 중국 서부 산시성 안캉시 전핑현 원차이촌.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챙길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산골이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농민 저우정룽(54)이 10월 3일 1964년 이후 자취를 감춘 화난 호랑이(일명 중국 호랑이)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는 해발 2000m 선저우완 산 절벽에서 야생 호랑이를 우연히 찍었다면서 사진 71장을 공개했다. 산시성 임업청은 10월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를 대외에 공개했고, 기자회견 현장에서 저우정룽에게 2만 위안(약 3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멸종한 호랑이를 43년 만에 찾아낸 저우정룽은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의 국가 1급 보호동물인 화난 호랑이가 야생에서 20여 마리 정도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40여 년 동안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어 현지 관리들의 애를 태우고 있었다. 화난 호랑이가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될 경우 현지는 관광지가 될 수 있고, 야생동물 보호와 관련한 예산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안청 현장검증으로 진실 드러나
야생 호랑이를 발견했다는 잔칫집 분위기는 그러나 인터넷 때문에 곧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네티즌이 10월 15일부터 호랑이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중국 과학원 식물연구소 푸더즈 연구원은 10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호랑이 사진이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틀리면 자신의 목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호랑이 발견자’인 저우정룽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사진이 가짜라면 자신은 물론 아들의 목까지 걸겠다고 맞섰다.

왼쪽_지난 8개월 동안 진위 여부로 중국 대륙을 들끓게 했던 가짜 호랑이 사진. 오른쪽_호랑이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농민 저우정룽. 하지만 그는 깃털일 뿐 몸통은 예산 확보를 노린 지방 공무원들이라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왼쪽_지난 8개월 동안 진위 여부로 중국 대륙을 들끓게 했던 가짜 호랑이 사진. 오른쪽_호랑이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농민 저우정룽. 하지만 그는 깃털일 뿐 몸통은 예산 확보를 노린 지방 공무원들이라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11월 16일, 한 네티즌이 야생 호랑이 사진이 자신의 집에 걸려 있는 달력의 호랑이 사진과 줄무늬 배열까지 완전히 똑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호랑이 사진의 진위 공방전이 온라인을 달구기 시작하면서 국가 임업국은 12월 19일 산시성 임업청에 실사하도록 지시했다.

온라인에서 열띤 진위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저우정룽은 중국 언론 전체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그의 집을 찾는 기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사진이 가짜라는 여론이 우세했던 지난 4월, 이번에는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인터넷에서 공방전이 지속될수록 국면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한 네티즌이 국가기관인 산시성 임업청의 발표를 문제삼으면서 공기관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으로 비화한 것이다. 네티즌은 가짜라고 하고, 공기관은 진짜라고 주장하는 상황, 사진을 찍은 장본인은 죽으면 죽었지 가짜는 아니라고 버티는 상황이 이어졌다.

마침내 산시성 공안기관이 지난 5월 12일, ‘진실 게임’에 개입했다. 산시성 공안청은 저우정룽을 데리고 사진을 찍었다는 현장에 가서 현장 실사를 한 결과 그의 진술이 거짓임을 확인했다. 사진에서 두드러진 현장의 16그루 나무를 중심으로 사진에 찍힌 호랑이 크기를 계산하자 길이 27㎝, 너비 35㎝에 불과한 ‘미니 호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집중 추궁한 것이다.

언론 “농민이 속죄양으로 당했다”
결국 저우정룽은 포상금에 눈이 어두워 사진을 조작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2006년 산시성 임업청이 주도하던 화난 호랑이 조사반의 현지 안내원을 맡으면서 야생 호랑이를 발견하면 엄청난 포상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호랑이 조사반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가자, 그는 차라리 사진을 조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경찰 수사본부의 발표다. 그는 대형 호랑이 사진을 구입해 오린 다음에 숲속에 갖다놓고 사진기로 찍은 것이다.

산시성 공안청은 6월 29일 산시성 성도인 시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 저우정룽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합성 사진을 진짜라고 발표한 주쥐룽 산시성 임업청 부청장 등 13명의 공무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직위해제했다. 공무원들에게는 공에 눈이 어두워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멸종된 야생 호랑이를 발견했다고 서둘러 발표한 혐의를 적용했다.

산시성은 기자회견 다음 날인 6월 30일 성 전체 처장(과장)급 이상 중견 및 고급 공무원 1000여 명을 소집해 긴급 정신교육을 시켰다. 가짜 사진을 진짜로 우겼다가 중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당시 정신 교육장에 모인 상당수 공무원이 낮잠을 즐기는 장면이 사진 기자들에게 찍혀 공무원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가짜 사진 파동이) 무슨 크게 잘못한 일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저우정룽 한 사람에게만 뒤집어씌운 채 다른 공무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공안당국의 결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우정룽이 공무원의 사주를 받아 일을 꾸몄다가 속죄양으로 당했다는 것이 언론들의 일관된 논조다. 농민 한 사람이 조작한 사진에 10여 명의 고위 공무원이 넘어갔다는 사실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희귀 호랑이를 발견하면 현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거나 야생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등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공무원들이 일을 꾸미려다 문제가 되자 농민 한 사람이 십자가를 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호랑이 사진 사건은 단순한 사진 조작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네티즌 파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네티즌은 2억2000만 명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를 자랑한다. 중국이 아직도 관존민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 중국 네티즌은 이런 전통에 도전하는 민주주의 대변자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기관이나 공무원이 주도하면 이를 말없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고 여기면 반론을 제기하고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도 임업청이 멸종된 호랑이 사진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국식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네티즌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고 결국 공기관의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낸 것이다.
물론 사진 조작은 중국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2월에도 사진전에 출품한 칭짱 철도의 티베트 영양 사진 작품이 합성 사진으로 드러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은 정부 기관이 관련된 것이 다른 점이다.

공권력 실추되고 지방정부 망신살
이번 사건으로 중국 지방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 부족을 드러냄은 물론 공권력에 대한 권위 실추까지 이어진 것은 중국 당국이 뼈 아프게 받아들이는 교훈이다. 산시성 공산당 당학교 리옌창 부주임은 “지방정부가 네티즌의 의견을 처음부터 무시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무려 8개월 동안 사진 진위 논란이 계속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므로 당국이 서둘러 사태를 수습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 당국은 사회 안정을 위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의 보급과 네티즌의 활동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힘들게 됐다며 호랑이 사진 조작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티즌이 호랑이 사진 공방에 적극 나선 것도 사진 하나의 진위가 문제가 아니라 이번 기회에 공권력을 감시하고, 정부 행위를 감독해 행정기관의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인민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긍정적인 역할과 함께 사회 불안을 자극할 수 있으며 또한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에서 중국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해커 대국’ 명성은 누명?

중국 최대의 해커 웹사이트인 ‘흑객기지’.

중국 최대의 해커 웹사이트인 ‘흑객기지’.

‘검은 손님’이라는 뜻의 흑객(黑客)은 ‘해커’의 중국식 표현이다. 흑객은 중국어로는 ‘헤이커’. 해커와 발음이 비슷하면서 ‘어둠 속에서 활동한다’는 뜻을 잘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네티즌 보유 국가답게 세계 최대 해커 보유국이다. 해킹을 전문으로 하는 해커가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해커 수가 많다 보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 흑객 위협론’까지 수시로 제기하는 실정이다.

지난 6월 11일, 미 의회는 또다시 중국 해커가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과 프랭크 울프 의원 등 2명은 “자신이 보유한 컴퓨터에 중국발 해커가 침입했다”면서 이들은 중국 반체제 인사 목록 등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에 손을 댔다고 지적했다. 이들 하원의원은 미 의회의 다른 컴퓨터에도 중국 해커들이 침입을 시도한 흔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중국 해커들의 침입을 자주 받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 1월 한 달 동안 국내에 침입한 해킹 1800만 건의 인터넷주소(IP)를 분석한 결과 중국 해커들의 침입이 전체 33.6%로 가장 많았다. 이들 중국 해커는 우리 웹사이트에서 입수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팔기도 하고, 국내 특정 기업을 겨냥해 해킹을 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직접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제3국 해커들이 해킹할 때 중국을 경유하고 있어 공연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와 국방부가 중국 해커들에게 해킹을 당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경유지가 중국일 뿐, 중국 해커들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증거는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2003년 미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정전 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미국 언론은 이를 중국 해커들의 소행이라고 지적했으나 중국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중국 해커들의 실력은 국제적인 수준에 이른 것으로 꼽힌다. 인민 해방군의 경우 중앙군사위원회 직속으로 사이버 부대를 운영하면서 외국과 사이버 전투에 투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01년 4월, 미군 정찰기와 해방군 공군 전투기가 하이난다오 부근 공해상에서 충돌해 중국 전투기가 실종한 사건으로 중·미 사이버 대전이 일어났다. 그해 5월 초까지 계속된 사이버 전쟁으로 중국 해커들이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의 대표적인 정부 기관 전산망을 집중 공격했다. 이에 맞서 미국 해커들도 중국 기관 전산망을 집중 공격해 한때 마비시켰다. 당시 미 국방부는 컴퓨터 시스템 비상 경계령인 ‘인포 콘 알파’를 발령한 바 있다.

앞서 1999년 8월에는 중국 해커들이 대만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한 것을 빌미로 대만 해커들과 자존심 대결을 벌여 중국 정부 웹사이트에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가 나부끼는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역사 문제로 한때 불편한 관계였던 중국과 일본도 자주 사이버 전쟁을 벌였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전산망이 중국 해커들의 침입을 받아야 했다.


홍인표<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중문학 박사>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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