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우리 히어로즈 남은 84억은 제때 낼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메인 스폰서와 결별로 추가자금 확보 쉽지 않아 ‘불씨’는 여전

우리 히어로즈는 지난 3월 24일 창단식을 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을 못 견디고 신생구단의 어려움에 휘청거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우리 히어로즈는 지난 3월 24일 창단식을 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을 못 견디고 신생구단의 어려움에 휘청거리고 있다. <김기남 기자>

1995년 이후 13년 만에 500만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 순항하던 프로야구가 무더운 여름 ‘암초’를 만났다. 신생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가입금 미납 파문을 일으켜 시즌 중 구단 퇴출이란 프로야구 초유의 사태를 맞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다행히 히어로즈가 7월 7일 가입 분납금 2차분 24억 원을 조건 없이 납입해 프로야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기존 구단과 달리 ‘네이밍 마케팅’을 도입, 야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는 태생부터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었다.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야구단 흑자 경영을 꿈꾸었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히어로즈의 가입금 미납 사태를 통해 드러난 신생구단의 명암과 향후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긴박했던 1주일
지난 1월 가입금 120억 원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신생구단 창단 계약을 한 히어로즈는 2월 15일 가입금의 10%인 12억 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하면서 야구단에 발을 담갔다. 나머지 108억 원은 KBO의 특혜 시비 끝에 2년간 네 차례로 나눠 분할 납부키로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가입금 2차분을 내기로 약속한 6월 30일까지 돈을 KBO 통장에 입금하지 않았다. 대신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가입금 24억 원이 찍힌 통장만 달랑 들고 왔다. 그러면서 히어로즈는 새로 계약하자고 KBO에 제안했다. KBO와 7월 2일 새벽까지 진행된 마라톤 협상에서 창단 이후 목동구장 개보수 비용이 많이 들었다면서 ‘조건 없이 12억 원을 우선 납부하고 나머지 12억 원에 대해서는 새로운 계약서 작성 후 납부하겠다’는 조건부 납부를 제시했다. 프런트 및 선수단 급여 지급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프로야구 회원 자격 유지와 그밖의 회원사로서 권리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서 작성을 요청했다.

하지만 KBO는 단호했다. 히어로즈에 가입금 분납·연봉 삭감률 폐지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줬던 KBO는 7월 2일 오전 히어로즈에 약속한 가입금 분납금 24억 원을 무조건 7일까지 납부하라는 최고장을 발송했고, 미납시 긴급 이사회를 열어 퇴출 수순을 밟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다. 야구 규약 제12조는 ‘총회에서 정한 회부를 납부하지 않는 등 법인으로서 의무를 태만히 하면, 총회 제적 회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제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파국으로 치닫던 가입금 미납 파문은 히어로즈가 ‘백기투항’을 하면서 마무리됐다. 메인 스폰서인 우리 담배의 권리 포기 등 악재가 겹친 히어로즈는 결국 7월 5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이사가 KBO 하일성 사무총장에게 가입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납입하기로 약속해 일단락됐다. 시즌 중 퇴출 위기에 놓였던 히어로즈는 7월 7일 오전 11시 가입금 2차분인 24억 원을 KBO 통장에 입금했다.

메인 스폰서와 결별
히어로즈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인 스폰서인 우리 담배가 있어 가능했다. 우리 담배는 2월 20일 히어로즈의 운영을 맡은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이하 센테니얼)와 3년 300억 원을 후원하는 조건으로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 물론 1년 단위로 재계약한다는 조항을 넣어 안전장치를 두었다.

우리 히어로즈의 창단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박노준 우리 히어로즈 단장의 최근 심기가 편치 않다. <김기남 기자>

우리 히어로즈의 창단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박노준 우리 히어로즈 단장의 최근 심기가 편치 않다. <김기남 기자>

히어로즈의 가입금 미납 사태로 불똥이 우리담배로 튀었다. 우리담배는 7월 2일 많은 야구팬과 일반 국민이 이번 사안과는 무관한 우리담배까지 비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KBO와 센테니얼 측에 엄중히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우리담배는 좀처럼 히어로즈 미납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7월 4일 ‘메인 스폰서로서의 모든 권리 행사를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가입금 문제로 불거진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한 초강수였다.

센테니얼과 3년간 300억 원에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던 우리담배는 입금 미납 문제가 불거지자 사실상 계약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1년에 100억 원씩 최대 3년간 매년 재계약하기로 한 우리담배와 히어로즈는 이로써 올해로 메인 스폰서 계약 관계를 끝냈다.

그러나 우리담배가 히어로즈 야구단에서 손을 뗀 데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담배가 챙길 것은 다 챙긴 뒤 발을 뺐다는 분석이다.

우리 담배가 지금까지 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봤기 때문에 가입금 문제가 불거진 이 시점을 스폰서 포기의 적기로 잡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야구단을 지원해 기대할 수 있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해 메인 스폰서 권리를 전격적으로 접었다는 해석이다.

든든한 후원자를 잃은 히어로즈는 앞으로 야구단 운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우리담배가 올해까지는 후원 금액을 지급하기로 해 한숨 돌렸지만 내년에 새로운 스폰서를 잡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새로운 스폰서를 잡더라도 우리담배처럼 단기간에 발을 뺄 확률도 높다.

꺼지지 않은 불씨
히어로즈 가입금 미납 사태는 센테니얼 측에서 조건 없이 납부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파국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로부터 매달 10억 원을 후원받고 있다. 이 돈은 선수단과 프런트의 임금과 운영비로 쓰인다. 그동안 히어로즈의 고민은 가입금 120억 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 외에 서브 스폰서를 구해 가입금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구상이 틀어졌다. 히어로즈는 변변한 서브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최근에 주방용품 업체인 휘슬러코리아와 소액에 계약한 것이 전부일 정도다. 목동구장 내 광고 수입도 기대 이하였다.

이번에 힘들게 가입금 2차분 24억 원을 만든 히어로즈는 내년 말까지 84억 원을 구해야 한다. 당장 오는 12월 31일까지 가입금 3차분인 24억 원을 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우리담배가 손을 뗀다고 ‘선언한 상황이어서 또 다른 기업을 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히어로즈에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히어로즈는 가입금 지연 문제를 일으켜 KBO와 다른 구단, 야구팬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스폰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입금 미납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경우 히어로즈는 즉각 퇴출될 가능성도 크다. 가입금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센테니얼은 구단 매각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 8구단으로 올 시즌을 치르기 위해 센테니얼을 끌어들인 KBO도 올 시즌을 마친 뒤 새판짜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KBO는 ‘불안한 동반자’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야구단을 확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할 것이다.

히어로즈는 모기업의 지원 없이 ‘네이밍 마케팅’으로 흑자 경영을 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창단 4개월 만에 갖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스포츠칸·노우래 기자 sporter@kyunghyang.com>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