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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논객 ‘촛불 끄기’ 포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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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이문열·복거일 등 전면에 나서 정부에 강경대응 주문

광우병 파동으로 지난 5월 2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가 6월 27일 현재까지 매일 계속되고 있다. 촛불집회가 2개월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에 대해 2번이나 사과하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 6월 10일 수십만 인파가 시청과 광화문 일대를 메운 이후 촛불집회 인원이 줄어들었고, 이에 발맞춰 그동안 몸을 낮춘 보수 논객이 반격을 시작했다. 그 대표 주자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작가 이문열 그리고 사회평론가 복거일 등이다. 이들은 작심이라도 한 듯 입을 맞춰 촛불집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고, 정부는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촛불집회에 강경대응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반대 의병운동 제창

전 월간조선 편집장인 조갑제 대표는 보수논객의 선두에 서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의 명색은 사라졌고, 모든 사안을 북한과 김정일의 잣대로 생각하는 논객이 됐다.

전 월간조선 편집장인 조갑제 대표는 보수논객의 선두에 서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탐사보도 전문기자의 명색은 사라졌고, 모든 사안을 북한과 김정일의 잣대로 생각하는 논객이 됐다.

보수 논객의 선두주자는 전 월간조선 편집장인 조갑제 대표다. ‘경찰이 현행범인 폭도들에게 사용할 무기는 많다. 방패, 물대포, 최루탄, 곤봉, 수갑, 총이 있다’(‘이명박, 목숨을 걸기 싫으면 물러나야’에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거의 매일 밤 벌어지는 촛불시위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유해한 환경을 조성한다. (중략) 청소년을 포르노 영화관이나 호스티스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간 격이다’(‘학생 데리고 나오는 부모, 교사들 처벌해야’에서). 이렇게 조갑제 대표는 촛불집회에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조 대표는 보수 진영이 가장 사랑하는 논객 중 한 명이다. 부산고 졸업 후 부산수산대에 수석 입학했지만, 제대 후 복학을 포기하고 부산 최대의 일간지 국제신보에 또다시 수석 입사했다. 이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특종을 몰고 다니는 기자로 이름을 떨쳤다. 입사 4년 만인 1974년 ‘중금속 오염의 추척’이라는 시리즈 기사로 그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할 정도. 1981년 월간지 ‘마당’을 창간 멤버로 활동했고, 2대 편집장을 지낸 후 1983년 월간조선으로 자리를 옮긴다. 1991년부터 2004년까지 13년간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조갑제닷컴 출판사와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우파 논객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가 10·26 사건 연구에 매달리면서 친박정희·반김일성 주의자로 변했다고 알려진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김정일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질문에 “그건 김정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정일을 악으로 보느냐 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국가관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라고 답할 정도다. 그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극과 극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문열. 이제 그의 소설은 소설로만 읽히지 않고 정치적으로 읽히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대와의 불화를 겪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문열. 이제 그의 소설은 소설로만 읽히지 않고 정치적으로 읽히고 있다.

요즘 조갑제 대표와 쌍벽을 이루면서 촛불집회와 참가자를 강하게 비난하는 이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문열이다. 지난 6월 17일 한 인터뷰에서 “의병은 국가가 외적의 침입을 받았을 때뿐 아니라 내란에 처했을 때도 일어나는 법이다”면서 “이제는 의병과 같은 반대 여론이 크게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의병운동을 주문한 것이다. 또한 “불장난을 오래하다 보면 결국 불에 덴다”라면서 “촛불 장난도 너무 오래 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대해서 “위대하지만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10% 지지율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사회적 여론 조작도 개입되어 있다고 본다”고 조작설까지 말했다.

이문열 작가는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했지만, 문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퇴했다. 1977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자레를 아십니까’로 당선한 후 본명인 이열 대신 이문열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아들’(1979), ‘젊은날의 초상’(1981), ‘황제를 위하여’(198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등 그가 내놓은 책은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이문열의 소설을 옆구리에 끼고 다녀야 교양 있는 학생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시인’(1994), ‘선택’(1997) 등이 보수적이고 반페미니즘적이라 하여 비판받기 시작했다. 특히 강준만 교수의 실명 비판에 이문열 교수가 대응하면서 그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시대와 ‘불화’를 겪기 시작했다. 2001년 10월, 그는 자신의 책이 독자에 의해 불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소설은 소설로만 읽어달라”고 주문하지만, 오히려 그의 작품은 정치적으로 읽히고 있다.

현 위기 ‘이념적 정체성 혼란’ 규정
‘이현상 평전’을 쓴 소설가 안재성은 “왜 이문열 작가가 그렇게 사랑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이문열을 잘 아는 동년배 작가들은 그의 사회 인식이 저급하다고 말한다”라고 혹평한다. 마광수 교수 역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교과서에도 들어가 있는데, 그의 작품은 중우정치(우매한 민중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면서 “그런 사람을 최고의 문학가로 떠받고, 그의 인터뷰를 부각시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문열 작가를 최고의 작가로 인정했던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영문학)는 “이문열 작가가 옛날 같지 않다고 하지만, 작품 미학에만 매달리는 것은 구시대적인 것이다”라면서 “이 작가를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를 옹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한다. 이문열 작가의 ‘영웅주의’에 대해서는 “영웅주의라기보다 유교적인 사상이고, 예를 지키려는 가치관이다”고 반박한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보수층의 논리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는 복거일. 1990년대 후반 일어났던 영어공용화론을 계기로 사회평론가로 자리매김했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보수층의 논리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는 복거일. 1990년대 후반 일어났던 영어공용화론을 계기로 사회평론가로 자리매김했다.

조갑제 대표와 이문열이 인터뷰나 글을 통해서 보수 논객의 최전방에 서 있다면, 작가이자 사회평론가로 활동하는 복거일은 보수층의 논리를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뉴라이트재단의 긴급 시국토론회에서 복거일은 ‘이념적 정체성을 정립하라’는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위기를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으로 규정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도전하고 그 역사를 폄훼하는 활동을 정부가 지원하는 일을 끊어야 한다”면서 “또한 대중매체의 편파적 정보 전달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국가 정체성’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 그리고 1990년대 후반 그가 주장했던 ‘영어 공용화론’은 10년이 지난 후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으로 힘을 얻기도 했다.

복거일 작가는 서울대 상대를 나와 은행과 제조회사 등에서 16년 동안 근무하다 1983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추천을 거치지 않고, ‘비명을 찾아서’(1987)라는 소설을 통해 등단했다. 그 후 ‘파란 달 아래’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김대중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SF 장편소설 ‘목성잠언집’ 등의 SF 작품도 내놓았다.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등이 사회평론집도 출간했다. 그가 사회평론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논란을 일으켰던 ‘영어공용화론’ 때문이다. 당시 여러 지식인이 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당시 영어공용화론에 대해 찬성했던 정명교 교수(연세대 국문과)는 “당시 영어공용화론은 국제 관계에서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면서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또한 “그는 실용주의자이자 민족주의자다”라면서 “민족주의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인다. 복거일 작가가 대표를 맡고 있는 문화미래포럼에는 연극 원로 장민호, 정진수 교수(성균관대 연기예술학), 국악인 조운조 교수(이화여대 한국음악과), 조희문 교수(상명대 영상학부) 등 문화인이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상돈 교수(중앙대 법대), 박효종 교수(서울대 윤리교육), 변희재 정책위원장(인터넷미디어협회) 등이 보수 논객의 발언에 힘을 더하고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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