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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탄소를 담는 큰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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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리더십 과정

제6강-지구온난화, 기후변화협약과 산림
윤영균<산림청 산림자원국장>

[지상중계]“숲은 탄소를 담는 큰 그릇입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데 숲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숲이 정작 기후변화 때문에 위태로운 지경이다. 올봄에도 수락산, 북한산 등의 수도권 인근 산을 비롯해 전국 62곳에 달하는 산에서 1만여 그루가 넘는 참나무가 잘려나갔다. 참나무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시듦병’ 때문이다. 좀벌레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활동 주기가 빨라져 피해가 컸다고 한다.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 제6강은 장마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6월 16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 홍릉 수목원에서 진행됐다. ‘탄소를 담는 그릇’으로서 숲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두 전문가의 강연을 들은 뒤, 수강생들은 숲 체험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신선한 녹음 속에서 힘찬 목소리로 ‘저탄소 경영’ 선언문을 낭독했다. <편집자 주>

기후변화와 관련한 많은 국제협상에서 산림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산림은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동시에 배출원이다. 잘 가꾸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산불이나 병충해, 인위적 파괴로 산림 면적이 줄어들면 오히려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탄소 흡수원으로서 산림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탄소 감축 목표를 5%로 설정했을 경우, 산림 분야에서 2%를 흡수하면 나머지 3%만 감축시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60, 70년대 남한의 식재 장면.

1960, 70년대 남한의 식재 장면.

지난해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발리 로드맵에서는 개도국의 산림 전용 방지(REDD)에 대한 인센티브가 마련됐다. 이는 개도국의 산림 전용 및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여기에는 개도국이 국내 산림 활동을 통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다. 즉 국내에서 산림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부실한 초지, 도시 내부 등을 재조림하는 등 잘 가꾸며 산림경영활동을 할 경우, 탄소 배출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은 개도국에서 조림 활동을 함으로써 탄소 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가별 산림분야 대응 현황을 살펴보면, 이웃 일본의 경우 ‘지구온난화 산림흡수원 10년 계획’에서 발표한 감축 목표 6% 중 3.9%를 산림을 통해 감축하기로 했다. 산림 정비와 보안림 관리, 바이오 매스 이용 촉진 및 환경세 도입을 통해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고 한다. 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를 감축한다면서 전체 국토 중 산림 면적의 비율을 현재 11.5%에서 25%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감축 목표 중 상당 부분은 산림을 통해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300만㏊의 숲을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임재가격과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깝기도 하고 놀라운 수치다.

외화벌이와 다락밭 개간으로 황폐해진 북한의 삼림.

외화벌이와 다락밭 개간으로 황폐해진 북한의 삼림.

교토의정서가 정한 1차 공약기간 동안 주요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1990년 대비 5% 탄소 감축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산림이 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인정받는 비율은 국가별로 다르다. 일본과 캐나다, 러시아의 경우는 각각 3.9%, 7.3%, 4.0%로 상대적으로 인정비율이 높다. 이는 캐스팅보트를 가지고 있어 상한 적용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국토 대비 산림면적이 30%에 이르는 독일의 경우는 산림의 탄소 흡수 인정비율이 0.4%에 불과하다. 산림 녹화는 뛰어나지만, 노령기의 산림이 많아 더 이상 탄소 흡수원의 증가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산림, 탄소흡수 활발한 청년기
이러한 현황과 여건을 잘 파악하여, 앞으로 탄소 감축 관련 국제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 산림청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산림의 탄소 흡수원 확충 여건을 살펴보자. 2005년 기준 국내 산림의 탄소 흡수량은 3700만t으로,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6.2%를 차지한다. 국내 산림은 일부 무립목지(입목지 이외의 모든 임지를 뜻함)를 제외하고 녹화가 완료되어 신규 조림 및 재조림 대상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전체 산림 면적은 639㏊, 무립목지는 15만㏊를 차지한다).

또 국내 산림은 30년생 이하가 61%를 차지해 탄소 흡수가 활발한 청년기 산림이며, 임목 축적도 최근 10년간 증가해왔다. 그러나 연평균 6000~7000㏊의 산림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있어 탄소 흡수원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국내 신규 조림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경작이 어려운 산간지역 등 유휴토지 조림이 진행 중이며, 도시 내 자투리와 국·공유지 등을 도시 숲과 산림공원, 생태공원으로 조성해갈 예정이다. 2012년까지 2만6000t의 탄소 배출량을 유휴토지 조림을 통해 흡수할 수 있다. 생활권 녹지면적도 2017년에는 1인당 10㎡로 늘려갈 계획이다.

해외 조림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까지의 해외 조림 목적은 국내 목재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상업적 활동이었다. 이제 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A/R CDM(신규조림/재조림 청정개발체제)으로 나가야 한다. 산림청은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오는 2012년까지 뉴질랜드·미얀마·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과 임업 협력을 확대하여 방법과 절차를 분석해나갈 것이다.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2017년까지는 탄소 배출권 용도로 5만㏊ 면적의 조림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

북한 지역의 조림도 중요하다. 북한의 산림 916만㏊ 중 약 18%인 163만㏊가 황폐지로 추정되고 있는데, 황폐지 복구를 탄소배출권 조림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 양묘와 조림, 병해충 방제, 교육훈련을 하여 산림을 복구하고, CDM 사업을 위해 정밀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평양·개성·고성에서 시범사업이 추진될 계획이다.

오는 2011년에는 국제 기준에 맞춰 IPCC(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에 탄소 축적량 산정을 위한 온실가스 통계 시스템을 보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및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산림의 탄소 흡수와 관련한 국제 협상에서는 국내 산림 관련 통계치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근거 있게 제시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대한 문제라서, 이에 중점을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중대한 만큼 산림의 탄소 흡수 역할과 배출권 거래에 대해 각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리|정희정<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조승미<기후변화센터 출판홍보팀>

전영우<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우린 평생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하나

[지상중계]“숲은 탄소를 담는 큰 그릇입니다”

“문명의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프랑스 낭만파 문인 샤토 부리앙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우리 세대는 이전 세대가 흘린 땀방울이 맺은 결실로 많은 수혜를 받아왔지만, 정작 지금은 숲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아예 무관심하다. 장 지오노(Jean Giono)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 ‘부피에’의 이야기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정작 실재하는 위대한 우리 숲과 그 숲을 일군 사람들에게는 별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이후 우리 땅의 산은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1950년대 중반, 아무도 나무 심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 고 임종국 선생은 홀로 나무를 심기 시작해 전남 장성에 훌륭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을 조성했다. 1970년대부터는 모든 사람이 팔을 걷어붙이고 녹화사업에 나섰고 그 덕분에 남한의 산은 푸르게 변신했다. 대관령 일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임업기술자들조차 숲을 조성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무마다 일일이 버팀목을 세운 덕에 멋진 숲을 만들 수 있었다.

1973년부터 2000년까지 30여 년간 100억 그루의 나무가 식재됐다. 이를 두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세기의 유일한 조림 성공 사례’라고 밝혔으며,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자신은 위대한 숲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뿐더러 ‘생태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태어나면서 기저귀를 차고, 신문을 읽고, 많은 가구를 사용하다 죽어서 목관에 들어갈 때까지, 한국인의 1인당 목재 소비량은 237그루(80년 생 소나무 기준)나 된다. 이전 세대가 심어놓은 나무를 우리 세대가 베어 쓰고만 가버리면 다음 세대는 곤경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은 일본에 이어 동남아 열대림의 최대 파괴자기도 하다. 국제적인 책임도 크다는 의미다.

이제 ‘탄소 저장고’로서의 숲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숲을 물려줘야 할 책무가 있다. 기후변화의 위협이 심화하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생태적 책무’는 더욱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적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이 방출시킨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갈수록 기온이 상승하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각자가 평생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할지 꼭 헤아려보길 권한다. 탄소 상쇄를 위해선 1t당 360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 계산해보니, 나는 연간 10t이나 탄소를 발생시켰고 1.2㏊의 숲을 조성해야 한다는 수치가 나왔다. 자동차를 타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며 이곳에 와, 전기를 켜고 물도 마시면서 강의를 듣는 여러분도 탄소를 줄이기 위해 또 몇 그루의 나무를 더 심어야 할 것이다.


‘저탄소 경영 선언문’ 함께 낭독

저탄소 경영 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

저탄소 경영 선언문을 낭독하는 모습.

“가끔 뱀이 나오기도 합니다. 포유류인 족제비도 있고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부설 홍릉 수목원에서 숲 체험 교육을 받던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 수강생들이 뱀이 나온다는 산림 전문가의 말에 발걸음을 멈칫거리기도 했다. 바쁜 일정 탓에 모처럼 숲에 나온 수강생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소나무·두루미꽃·활량나물·상수리 나무·약모밀·뚝갈·털머위·소리쟁이·짚신나물·불두화·참빗살나무 등. 다양한 식물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아카시아 동산에 오른 수강생들은 ‘저탄소 경영 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며 한마음이 되었다.

수강생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기업 경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허신행 전 농림부장관은 “눈 없이 볼 줄 알고 귀 없이 들을 줄 아는 식물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10년 전부터 채식을 하고 있다”면서 “채식은 기후변화를 막고 지구를 살리는 운동에 동참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축을 키우는 데 먹이가 많이 필요하므로 인간이 식물을 바로 먹을 때보다 쇠고기의 경우 5배의 식물을 더 먹는 셈이다. 육류를 많이 먹으면 농장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밀림을 베어내야 하므로 지구촌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은 “어려운 북한을 돕는 일도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 지역의 조림을 위해 어제 나무 5000주를 기증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김일섭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은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탄소 배출도 많게 마련이며 그만큼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시간이 없어 개인적 실천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어려운 사람은 탄소중립적인 삶을 위해 기부금을 내게 하고 그 기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천 살리기와 잔반 없애기 운동, 친환경상품 구매 등 웅진그룹의 환경경영 사례를 소개한 윤석금 회장은 “나 자신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들이 비용이 더 들어도 친환경 부품을 사자고 하면 반대했겠지만, 내가 바뀌니까 회사 전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윗사람이 바뀌면 큰 변화가 일어난다.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을 통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환경교육을 받는 것은 의미가 크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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