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이동식 미분무 소화장비 ‘불도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넉넉한 인상의 김종진 대표이사는 직원의 복지 향상과 기업의 사회 환원에 대한 관심이 유독 많다.

넉넉한 인상의 김종진 대표이사는 직원의 복지 향상과 기업의 사회 환원에 대한 관심이 유독 많다.

올해 초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서울 숭례문 방화 등 대형 화재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화재 예방 및 진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했다. 국민의 관심은 행정부를 움직이는 법.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최근 3월 2일부터 일주일 동안 도내 전 소방관서에서 실시한 ‘화재특별경계근부 100일 작전’이 대형 재난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작전 기간 중 도내 170개 목조문화재에서 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 화재 진압 방법과 문화재 보존 및 반출법, 인명구조법 등 대응 매뉴얼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전 훈련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도 같은 기간 화재 예방과 현장대응체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화재특별 경계 근무에 만전을 기했다. 시내 5개 소방서에 임시 대책본부를 구성, 신속하게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을 직접 통제했다. 또 화재취약시설 370곳에 대해 소방공무원을 책임담당자로 지정했고 방화문 개방, 비상구 폐쇄, 피난통로 장애물 방치 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숭례문 화재사건 이후 소방본부는 물론 전국 유명 사찰과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화재 예방 및 진압 시스템을 구축·강화시키고 있다.

화재는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숭례문 화재 당시 눈앞에서 국보 1호가 불길에 무너져내릴 때 모든 국민이 절절히 느낀 점이다. 숭례문 화재를 보고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사람이 있다. (주)윈 김종진 대표이사다. “저도 어린 시절 초가삼간을 몽땅 태워버린 기억이 있어요. 돈이나 재산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때지만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요. 아마도 그 ‘사건’이 지금 제 사업의 발판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불도리’ 제작업체인 ㈜윈 김종진 대표이사는 소방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이 ‘불도리’다. ‘불도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에서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대형 소방차가 접근하기 힘들거나 소방력이 미치지 못하는 산간 도서 벽지, 문화재, 사찰, 선박 등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국내외 바이어들이 이 제품을 가리켜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무한한 제품’이라고 칭합니다. 아쉬운 부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제품력을 인정받다 보니 국내 영업을 펼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점입니다.”

김 대표는 해외시장에서 시장성을 인정받는 것보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제품 개발을 했다는 데 더 자부심을 느낀다. 이 회사는 9년 전인 1999년 대형 저유탱크의 안전을 보장하는 탱크 보호 설비를 개발·제조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2001년부터는 소방설비에 관한 기술 투자에 주력하기 위해 기업부설연구소는 물론 초대형 전문 화재 시험동을 갖추며 전문 연구진과 경상대·진주국제대 소방학과와 산학 연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끊임없는 연구 개발의 기반을 다졌다. 그 결과 ‘불도리’로 불리는 ‘이동식 미분무 소화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의 불도리 자랑은 끝이 없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주택가나 상가 밀집지역, 재래시장 등 소방차가 이동하기 어려운 협소한 도로나 지역에서 1~2명의 인력으로 신속하게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습니다. 기존 가스계 소화설비를 대체함으로써 환경에 무해한 친환경제품이라고 할 수 있고요. 적은 양의 물로 일반 화재를 비롯해 유류나 전기 화재까지 진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기존 장비들이 물에 의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단점까지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불도리의 성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2008 대구소방엑스포’.

불도리의 성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2008 대구소방엑스포’.

그의 설명대로 ‘불도리’는 기존 장비의 여러 단점을 보완한 친환경 소화장비다. 순수물의 입자를 마이크로 단위까지 잘게 나누는 ‘미분무 방식’은 물의 입자가 미세할수록 액체의 총 표면 면적이 커지고 면적이 클수록 빠른 시간에 열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한 기술이다. “물이 수증기가 될 때 약 1600배 정도로 부피가 증가해 공기 중 산소 농도를 줄이며 산소가 화재 진원지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합니다. 이른바 ‘질식 효과’로 불을 끌 수 있는 것이죠.”

이 제품은 여성 혼자서도 쉽게 옮길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데 비해 소방 전문가들도 놀랄 만큼의 ‘괴력’이 있다. 또 지난해 한 대학에서 ‘문화재·재래시장 화재 진압 비교 시연회’에 출품된 기존 제품들을 압도했다. 김 대표는 “기존 소화 장비는 3명이나 달라붙어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내지만 불을 완전히 끄지도 못했고 실험용 모형 문화재는 끝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습니다. 반면 불도리는 여성 혼자 가볍게 옮겼고, 여기서 분사한 증기 같은 물 분자로 타오르던 불을 순식간에 잠식시켰어요.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자아내는 순간이었습니다.”

넉넉한 인상을 지닌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소홀하지 않는다. 직원들의 개인 의료비와 교육비 지원은 물론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저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이 없었다면 회사도, 기술력도 지금 수준에 이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죠.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직원들의 복지와 사회 환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향후 기업 발전에도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5년, 10년 후가 되면 반드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이렇게 열정적인 직원들과 뛰어난 연구·기술력을 가지고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오너인 제게 책임이 있는 거겠죠. 지금까지의 성장력을 바탕으로 굴지의 기업으로 나아갈 우리 회사를 지켜봐주세요.”

시끌벅적한 정국 속에 모든 사람이 경제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요즘, 이 회사와 구성원들에게는 즐거움만 가득해 보인다.

<뉴스메이커 영남본부 양병하 기자 ybh@kyunghyang.com>

사람@세상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