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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살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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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책으로 들여다 본 충격의 현장 보고서

거대한 기업형 정육 공장들이 수천 개에 이르는 소규모 도살장의 문을 닫게 하면서 도축 라인의 작업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돼지 ‘스티커’는 1시간당 1100마리의 돼지 혹은 3초당 돼지 1마리의 목을 따야 한다.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직원들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생산 속도를 맞추려고 동물들에게 잔혹 행위를 하기도 한다. <시공사>

거대한 기업형 정육 공장들이 수천 개에 이르는 소규모 도살장의 문을 닫게 하면서 도축 라인의 작업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돼지 ‘스티커’는 1시간당 1100마리의 돼지 혹은 3초당 돼지 1마리의 목을 따야 한다. 작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직원들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생산 속도를 맞추려고 동물들에게 잔혹 행위를 하기도 한다. <시공사>

지난 5월 29일 저녁,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어느 때보다 많은 촛불과 시위 참여자로 불야성을 이뤘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별점검단이 미국 도축장을 점검하고 돌아와 위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발표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특별점검단은 지난 5월 14일부터 5월 25일까지 미국의 31개 도축장과 가공시설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특별점검단의 이야기와 정반대 경고를 하는 책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게일 A. 아이스니츠가 쓴 ‘도살장’(시공사)은 미국 도살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미국 도살장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의식 있는 소나 돼지 도축하는 도살장
소의 도축 과정은 크게 7단계로 나뉜다. 차에 실려 도살장에 온 소는 노킹 박스나 억제기로 들어간다. 그 다음 ‘노커’라고 불리는 직원이 강철못 발사 장치를 소 머리에 쏴서 기절시킨다. 그 후 다리에 사슬을 묶어 끌어올린 후 목을 자른다. 피를 완전히 뽑아낸다. 껍질을 벗기고 머리와 다리를 자른다. 그리고 창자를 빼내고 몸통을 절반으로 자른다. 돼지의 도축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에서 ‘자비로운 도살법’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도살 과정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노커가 너무나 많은 소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소를 기절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가죽을 벗겨낼 때까지 살아 있는 소가 있을 정도.

하지만 소가 살아 있다고 해서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돼지의 도축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전기 충격 장치의 전압이 너무 높으면 고기 결이 찢어진다고 하여 전압을 낮추는 것. 돼지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목이 잘리고 피를 뽑히기도 한다. 몸부림을 치는 소나 돼지에 맞아서 다치는 직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도살장의 현실이다.

도살장의 심각한 위생 상태

한 노동자가 소의 의식을 끊기 위해 공기압으로 작동하는 노킹 건(기절총)을 사용하고 있다. 소 한 마리가 머리 위로 움직이는 레일에 매달려 이동 중이다. 일단 레일 위에 소가 오르면 소의 목을 자르는 스티커로 넘어간다. <시공사>

한 노동자가 소의 의식을 끊기 위해 공기압으로 작동하는 노킹 건(기절총)을 사용하고 있다. 소 한 마리가 머리 위로 움직이는 레일에 매달려 이동 중이다. 일단 레일 위에 소가 오르면 소의 목을 자르는 스티커로 넘어간다. <시공사>

“도살장 바닥은 유지, 지방, 모래, 바퀴벌레 시체로 가득하다. 벌레들이 도살장 벽 사방에 붙어 있다. …바닥은 닭의 배설물 때문에 오염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어떤 직원은 부츠 안에 배설물이 들어가 발에 화상을 심하게 입어 결국은 발톱을 뽑아야 했다.” 닭 도살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설명한 위생 상태다.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어서 도살장 안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본다는 증언도 책에 담겨 있다.

소 도살장도 마찬가지다. 한 검사관은 작업 라인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도축한 소의 몸통을 꼼꼼히 살펴보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또 오염된 고기를 불량품으로 판정하거나 오염된 부위를 다듬도록 작업을 중단시키면 상사에게 질책을 받는다고 한다. 그 때문에 30㎝ 크기의 배설물 얼룩이나 농양, 굼벵이, 털과 섭취물 등이 있어도 아무런 제재나 조치 없이 그냥 통과하는 것을 직원은 그냥 지켜보는 것이다.

무기력한 수의사와 검사관들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비위생적이고 비인간적인 도축을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수의사와 검사관이다. 저자는 미국 도살장에서 일하는 수의사와 검사관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미 농무부 소속 수의사인 레스터 프리드랜더 박사에게 그 실상을 들었다.

대규모 도살장에서 근무하는 검사관은 대개 동물을 기절시키는 구역에서 몇백m 떨어져 있고, 도살 구역 사이에 장비가 너무 많아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검사관은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검사관이 더 곤궁에 빠진다. 즉 ‘자비로운 도살’을 점검하는 절차는 전혀 없는 셈이다.

수의사 역시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하는 경향이 많아서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눈을 감는 경우가 많다. 프리드랜더 박사는 “수의사 중 일부는 미 농무부 일을 그만둔 후 업계 컨설턴트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자신을 보호하거나 도살장을 봐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도살장과 검사관 그리고 수의사가 함께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미 농무부 때문이다. 미 농무부는 도살장의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조처를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프리드랜더 박사는 “미 농무부 직원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사람들은 그걸 보지만 거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 ‘도살장’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출을 관장하고 있는 미 농무부가 대중의 건강을 보호하기보다 농산물 시장을 확대하고, 정육업계의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와 증가에 더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도살장의 상황이 여전히 위험하다고 한국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나도 한국에 있었다면 촛불집회 참여”
인터뷰 |‘도살장’의 저자 게일 A. 아이스니츠

[문화]미국 도살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미국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충격적인 상황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취재한 게일 A. 아이스니츠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는 현재 인도주의적 축산 협회(HFA·Humane Farming Association)의 수석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고, 알버트 슈바이처상을 수상한 동물보호 운동가다.

‘도살장’이 미국에서는 1997년 출간됐다. 책이 나온 후 미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내 책을 읽은 시민들은 분노했다. 사실 내 책과 이후에 계속된 취재로 인해 미국 의회는 자비로운 도살법을 실시하도록 더 많은 기금의 지출을 승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미 농무부는 그 기금을 자비로운 도살법 조항을 준수하는 데 쓰지 않고 있다.”

내부 고발자의 도움 없이는 취재가 불가능했을 것 같다.
“나는 용감한 내부 고발자를 많이 만났다. 나는 도살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그들은 때때로 자신의 이야기에 거짓이 없다는 진술서에 사인하기도 했고, 그들이 목격한 잔악한 모습과 도살장의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 자신과 인생을 내던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30개월 이상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또한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시위자들은 지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의견을 현명한 촛불집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위험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광우병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나 역시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여할 것이다.”

소의 도축 현장에는 검사관들의 적절한 검사가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 농무부는 광우병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시중에 나온 쇠고기 중에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것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일본은 전수 검사를 하고 있는 반면, 미 농무부는 광우병 검사를 위해 도축하는 소의 1%만 검사하고 있다.”

당신의 책을 읽은 후에 고기를 먹기가 힘들었다. 당신은 취재를 마친 후에 어땠나.
“책을 펴낸 후에 독자에게서 수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었다. 도살장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고기를 먹기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한국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대를 지지한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여전히 미국 도살장의 상황은 나쁘기 때문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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