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껍데기 활용 천연비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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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광 임근용 대표, 토양 미생물 증가시키는 친환경 제품 생산

[비즈피플]굴 껍데기 활용 천연비료 만든다

굴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정작 굴이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지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굴은 대부분 남해안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굴 양식업과 굴 박신업(굴을 까는 작업) 등 관련 종사자는 3만여 명이다. 하지만 굴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국내 굴 시장은 침체된 상태다. 특히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유지조차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굴 껍데기를 처리하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어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굴 껍데기 처리의 친환경 대책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365일 24시간 가동설비 완비
“현재 굴 껍데기를 처리하는 업체는 10여 곳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후발주자인 셈이죠. 각 기업 모두 어민들의 어려움을 덜고 환경과 지역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고유가와 인건비 상승 등 처리 비용의 어려움은 있지만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환경을 위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고성에 위치한 ㈜해광(대표 임근용)은 굴 껍데기를 이용, 천연비료를 생산하는 업체다. 올해 운영을 시작한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365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환경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굴 껍데기 처리 문제는 지역 현안이었던 만큼 그것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것이 기쁩니다. 동시에 지역 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면 더 좋겠죠. 처음에 우리 회사가 들어설 때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공정상 나오는 먼지나 소음 등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앞으로 굴 껍데기 처리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련 종사자 모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할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합니다.”

거제가 고향인 임 대표는 고성에서만 1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해 왔다. 처음 그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왜 힘든 일을 시작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거제가 고향이니 관련업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13년 전 고성에 약국을 옮겨 정착하면서 고성에도 굴 껍데기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작한 거죠. 처음엔 투자만 생각하다 경제학을 전공한 만큼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천연비료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친환경 우수재활용제품 인증을 받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그의 신념이 그대로 반영된 제품이 생산된 것이다. 특히 흙의 경화 현상을 방지하며 다공질 입자로 통기·통수성이 뛰어나 미생물 번식을 증가시켜 흙이 살아 숨쉬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지역 굴 껍데기 처리 문제 해결 보람”

미래의 환경을 위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는 ㈜해광.

미래의 환경을 위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는 ㈜해광.

“굴 양식 과정에서 보면 굴 껍데기는 육지에서 흘러간 영양소를 흡수한 것들입니다. 결국 토양의 영양소를 받은 것이죠. 이런 굴 껍데기를 천연비료로 쓴다면 결국 자연스럽게 육지의 영양들을 다시 되돌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됩니다. 동시에 점점 산성화되는 토양을 50% 이상이 알칼리 성분인 굴 껍데기 천연비료를 통해 적게나마 중화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천연비료는 현재 많은 농민이 선호하는 과립형 비료의 원료 격인 분말비료다. 굴 껍데기를 어민들에게 공급받아 분말비료까지 만드는 전 공정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과립형 비료의 공정은 준비 단계에 있다.

“공장 책임자가 일본에 14번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굴 껍데기 처리나 굴 사업 쪽으로 우리보다 앞서기 때문에 더 완벽한 기술과 공정을 배워올 수 있었습니다. 분말비료가 잘 만들어져야 좋은 과립비료가 나오는 만큼 계속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현재는 100% 완성된 단계입니다.”

현재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에서만 패화석 비료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동물성 석회비료인 이 천연비료는 기존의 석회비료와 달리 흙과 잘 혼합해 그 자체가 친환경 유기질 토양 개량제의 역할을 한다.

“토양 개량, 병충해 예방, 높은 수확률 등 좋은 점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가장 보람 있습니다. 물론 우리 비료를 통해서 더 좋은 작물을 얻는다면 더 기쁘겠지만 말입니다(웃음).”

그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좋은 바다, 좋은 토양을 물려주고 싶다고 한다. 그의 이런 작은 노력이 결실을 맺길 기대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 환원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얼마의 수익을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장 돈이 되길 기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의 10%를 사회에 환급할 생각입니다. 그게 어느 정도의 금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뜻깊게 쓰고 싶습니다.”

<영남본부|김유정 기자 k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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