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임 정책위 의장 임태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정치력·정책입안력 겸비한 ‘실장님’

[인물연구]한나라당 신임 정책위 의장 임태희

5월 22일 10시, 국회 본청 246호에서 한나라당 18대 당선자 총회가 열렸다.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 선거가 있기 직전, 원내대표로 내정된 홍준표 의원과 러닝메이트인 임태희 의원은 입구 앞에서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18대 국회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예전에는 원내대표-정책위 의장을 뽑으면 뽑아달라고 (입구에) 서서 절도 하고 그랬는데 어디 갔나”라면서 “한 조밖에 없다고 해서 꼭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날 총회에서 홍준표·임태희 의원은 투표 없이 박수로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으로 선출됐다.

대표 비서실장·후보 비서실장 거쳐
신임 임 정책위 의장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말은 거의 한결같다. ‘성격이 좋다’라는 한 마디로 충분하다. 더 언급하는 정치인들은 ‘성실하다’ ‘합리적이고 온건하다’ ‘모든 사람에게서 인정받는다’ ‘의리가 있다’라고 평한다. 중도 보수, 온건 개혁을 지향하는 소장파라는 평가도 마찬가지다.

소장파라고 하지만 그도 이제 3선의 중진급 의원이 됐다. 여기에다 당 대표 비서실장, 제2정책 조정위원장, 대변인, 원내수석 부대표, 여의도연구소장, 한나라당 후보 비서실장,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 등 당의 요직을 거쳐 여당의 정책위 의장직에까지 올랐다.

그에게는 ‘실장’이라는 닉네임이 익숙하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5월 22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인사말에서 자신의 원내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임태희 실장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실장’이라는 자신의 발언을 곧바로 정정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과 당선자 시절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임 정책위 의장의 이름에는 ‘비서실장’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임 정책위 의장이 정치적 인물로 부각된 것도 2003년 최병렬 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됐을 때다. 당시 보수 색깔이 너무 진하다는 주위의 평가가 있자, 소장파의 몫으로 그는 비서실장에 중용됐다. 최 대표의 측근이었던 한 인사는 “당시 최 대표가 대표를 맡은 기간이 얼마되지 않았지만 탄핵과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대표를 잘 보필했다”며 그의 ‘의리’를 강조했다.

같은 소장파로 묶이지만 그는 소위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등의 소장파와는 다르게 분류된다. 남·원·정 의원이 가끔 보수적인 중진인사들을 향해 쓴 소리를 내뱉을 때 그는 침묵했다.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때 그가 ‘침묵하는’ 이유로 권익현 전 의원을 꼽는 인사도 있다. 한나라당의 중진이었던 권 전 의원이 장인이기 때문에 당이나 중진을 향해 쓴 소리를 쉽게 내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도’ ‘온건’ ‘의리’를 지향하는 그의 성격이 오히려 그런 입장을 취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권 전 의원의 그늘 역시 부정한다.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이해봉 의원(무소속)은 “임 의원 본인이 성격이 좋고 능력이 있는 것이지, 한나라당 안에서 장인 덕을 본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주위에서는 권 전 의원 역시 입이 무거운 편이라 나서서 사위 자랑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임 정책위 의장은 서울대 상대 동기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함진아비(일명 함재비)로 나섰다가 권 전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첫째 사위인 김 교수를 맞이하면서, 임 정책위 의장이 둘째 사위가 된 것이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도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재무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됐다. 당시 여권에서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인물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성남 판교의 토박이인 그를 주목했다. 여권에서는 그가 한나라당 중진인 권 전 의원의 사위인 줄 모르고 출마를 권유했다고 한다. 공무원이었던 그는 입장이 난처해지자, 장인에게 상의했고 이 이야기가 이회창 전 총재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이때 이 전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 측이 탐낼 정도면 우리가 영입하는 게 어떻느냐”고 해서 16대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는 것이다.

“성격 좋다” 한마디로 충분
임 정책위 의장은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중립을 표방하며 ‘당 중심 모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비난받지 않는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행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된 직후 후보 비서실장과 당선자 비서실장으로 이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았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그는 사실 무색무취지만 정치적인 자리에는 꼭 끼여 있다”며 꼬집었다. 최병렬 전 대표의 비서실장과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 시절을 예로 들며 권력의 곁에 항상 있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그는 한때 당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정의화 의원에게서도 러닝메이트 요청을 받았다. 두 지원자에게서 한꺼번에 ‘러브 콜’을 받은 셈이다. 그만큼 당과 청와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정책위 의장의 적임자로 손꼽혔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행정고시 출신 경제 관료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정책통이다. 정문헌 의원은 “임 의원이 성격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그의 정책 입안 능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사들도 있지만, 정책 부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의원은 “흔히 정책 입안을 잘 하는 의원은 정치력이 부족해 비판을 많이 받고, 정치력이 뛰어난 의원은 정책 부분이 부족한데, 임 의원은 두 가지를 고루 겸비해 앞으로 정책위 의장으로서도 잘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은 “흔히 임 의원이 합리적이고 온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칙 면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라고 평하면서 신임 정책위 의장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인물연구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