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인간은 감성적인 존재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감정과 이성이 부딪히면 대체로 감정의 승리로 끝나

한 속옷업체에서 직원들이 감성자극을 위해 파자마를 입은 채 근무하고 있다.

한 속옷업체에서 직원들이 감성자극을 위해 파자마를 입은 채 근무하고 있다.

왜하트스토밍인가?
최근 한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 효과적인 고객 관리를 위한 CRM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런데 비싼 돈을 주고 구축한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CRM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려면 고객 데이터가 필요한데 지점의 세일즈맨들이 자신의 고객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회사 입장에서는 세일즈맨의 잦은 이직으로 그와 함께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노력이었지만 세일즈맨 입장에서는 “아니, 회사에서 뭘 해준 게 있다고. 고객이 내 밥줄인데 고객 자료를 공개해야 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영업 실적으로 커미션을 받는 그들에게는 당연한 대응일지 모른다. 결국 신뢰의 부족은 조직 내에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한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최신 시스템과 제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내부 직원들이 회사와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시스템을 성과로 연결하기 어렵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고도의 성과주의 시스템이 최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열렬한 협력과 헌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조직 내 하트스토밍 리더십 필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몇 가지 명물이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던 금문교도 그 중 하나다. 1933년 바다 위 65m 높이에 2.8㎞의 다리를 세우는 작업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그게 바로 골든게이트브리지다. 이 다리 공사 때 임금이 싼 중국인 인부들이 바다에 떨어져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겁을 먹은 인부들은 더 이상 골조 위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고 공사는 중단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한 현장 관리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바다 위 골조 밑에 안전 그물을 치는 것이었다. 다행히 대형 그물 덕에 인부들은 올라가서 일할 수 있었다. 그 후 사상자 없이 1939년 드디어 금문교가 완공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그물에 떨어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거기에 그물이 있다는 것을 인부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화, 경쟁, 구조조정의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직원도 골조 위에 올라가 일하는 인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직원들에게 심리적인 그물, 마음의 그물이 되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신뢰, 힘들 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듬직한 상사, 동료가 있다는 믿음은 검푸른 파도가 몰아치는 상공 위에서도 사람들에게 담대함을 심어준다. 신뢰 부족에 따른 비용이 막대한 것처럼 신뢰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사람들은 일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일과 함께 따라오는 무거운 책임과 가혹한 평가를 두려워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인 90% 이상 감정 영향받아
조직 내 하트스토밍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한 예가 이것이다. 인간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동시에 엄청나게 감성적인 존재다. 감정과 이성이 부딪히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대체로 감정의 승리로 끝난다. 독일인들을 상대로 중요한 구매나 의사 결정을 할 때 감정과 이성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합리적이고 분석적이기로 유명한 독일 국민조차도 감정이 90~95%의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결국 감정적으로 누군가가 미워지기 시작하면 우리의 이성은 그 인간이 왜 나쁜지 조목조목 이유를 찾을 때 활용된다.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내 주변의 동료,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음 속 안전그물이 되어주는 리더는 신뢰를 얻음으로써 직위, 타이틀을 초월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리더십센터를 찾은 직장인들이 강사의 리더십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리더십센터를 찾은 직장인들이 강사의 리더십 강의를 듣고 있다.

필자는 심금을 울리는 강사가 되고 싶어서 지난해 유명한 뮤직컬 배우인 남경읍씨로부터 연기수업을 받았다. 원고를 외우고 연습한 다음 1주일마다 만나서 코칭을 받는 형식이었다. 몇 주간의 연기 수업 피날레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과 함께 짧은 연극을 올렸다. 엄청난 연습량과 리허설이 필요했지만 각자 생업으로 바쁜 우리들은 자주 모여서 입을 맞춰볼 여유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각자 맡은 대사는 그런대로 소화해냈다. ‘아리랑 부부’처럼 호흡이 안 맞고 어색하기만 했다. 남경읍씨는 “‘연기’란 우리의 오감으로 들어오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연기를 잘 하려면 자기 대사도 잘 해야 하지만 상대 연기자에게 최대한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리더십도 연기와 같다. 성과를 내는 훌륭한 팀을 이끌려면 상자 밖으로 나와서 직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그들의 꿈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경청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집중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심금을 울리는 한 편의 감동적인 작품을 공연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만 듣고 팀의 목표만 강요하는 관리자는 동상이몽의 부부처럼 엇박자의 어색한 평행선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에게 성인으로 존경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하루는 기자가 찾아가 리더십의 비결을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저는 사람들을 볼 때 두 가지만 봅니다. 첫 번째는 그의 장점이고 그로부터 배울 점을 찾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어떻게 하면 그를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역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리더는 2%가 다르다.

직원들을 대할 때 달라이 라마처럼 따뜻한 관심으로 두 가지만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자. 그리고 진심이 담긴 칭찬을 통해서 그들의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내는 리더가 되자. 하트스토밍 리더는 직원의 현재 모습만 냉정하게 평가하는 거울이 아니라 그의 잠재된 능력을 먼저 바라보고 칭찬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창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은주<카네기연구소 부소장>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