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 “많이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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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 2위 자동차시장 겨냥 국내외 2000여 업체 출동

[친디아 리포트]베이징 모터쇼  “많이 컸네!”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로 급부상한 중국 베이징 모터쇼가 4월 20일 개막해 28일까지 열렸다. 이번에 모터쇼가 열린 곳은 베이징 신국제전시장이었다. 기존 베이징 도심에 있던 국제 전시장 외에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셔우두 공항 부근에 새롭게 지은 신국제 전시장에서 막을 올린 것이다.

지난 4월 20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시회를 먼저 선보이는 프레스데이를 맞아 모터쇼 현장을 찾았다. 2006년 도심에서 할 때보다 가는 길은 훨씬 멀고 험했다. 베이징에서 청나라 황실의 피서산장으로 유명한 청더까지 가는 징청 고속도로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면 톨게이트가 나오고, 이곳을 빠져나가 다시 10분 정도 더 가자 전시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체 부지는 18만㎡. 어찌나 넓은지 프레스센터를 찾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 더욱이 안내 데스크도 없고 경비원(중국에서는 ‘보안’이라고 부른다)은 눈에 많이 띄었지만 프레스센터 위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엄청나게 고생했다. 막상 프레스센터에 도착했더니 이제는 등록 신청이 되지 않았다면서 다시 신청하라고 했다. 대회 조직위가 보내준 e메일 사본을 건넸지만 이곳 직원은 컴퓨터에 입력되지 않았다면서 막무가내였다. 프레스데이인데도 일반 관람객이 대거 몰렸고 게다가 비까지 내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중국 독자 브랜드 약진 두드러져
아무튼 갖은 고생 끝에 들어간 모터쇼 현장은 일단 규모 자체가 관람객을 압도했다. 18개국, 225개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1800여 개 중국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참가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참가했다. 참가 업체들은 55개 콘셉트카(소비자 성향을 미리 내다보고 만든 자동차)를 비롯해 총 890개 모델을 들고 나왔다. 2년마다 열려 올해 10회를 맞이한 베이징 모터쇼 사상 최대 규모였다.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로 급부상한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 중국인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판매시장이 된 중국은 값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로 급부상한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 중국인 관람객이 대거 몰렸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판매시장이 된 중국은 값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전시회에서 받은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중국 독자 브랜드의 약진이었다. 출품 모델 가운데 3분의 1이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였다. 1958년 5월 5일 지린성 창춘에서 중국 첫 번째 자동차인 창즈가 탄생한 이래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그동안 문제점으로 꼽혔던 촌스러운 디자인, 취약한 차체, 질 낮은 엔진, 짝퉁 논란 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이제는 디자인이나 핵심 기술에서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토종 브랜드인 체리자동차와 지리자동차는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는 야심에 찬 청사진을 내놓았다. 체리자동차는 짝퉁 마티즈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차 QQ 후속 모델로 외관과 인테리어를 크게 바꾼 QQ2, 소형차 QQ6, 중형차 A5 등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인퉁야요 체리자동차 사장은 “앞으로 가격이 낮으면서도 품질 좋은 브랜드로 인정받을 것이며 우리 목표는 세계 일류 브랜드”라고 강조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자동차도 내년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에 나설 것이라는 계획을 이번 모터쇼에서 발표했다.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은 “앞으로 디자인을 개선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올해 하반기 러시아 수출에 이어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에도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지리자동차가 개발한 GT 콘셉트카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의 도움을 받아 유선형의 미래형 디자인을 선보여 중국 자동차 산업의 희망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리자동차는 이번 모터쇼에 총 23대의 신모델을 전시했다.

창청자동차는 내년 유럽 기준에 맞춘 SUV 차량을 생산해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북부지방에 미국산 설비를 갖춘 자동차 충돌 시험장을 만들었다. 창청자동차가 이번에 선보인 전동 콘셉트카 오우라는 큰 인기를 모았다. 오우라는 한 번 충전에 시속 65㎞로 140㎞까지 달릴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배출을 줄이고 유지비를 줄이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CEO 대거 등장
모터쇼에서 특히 참관객의 눈길을 끈 것은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 7개,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 24개 차종이었다.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과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 릭 왜고너 GM 회장, 프레드릭 아르프 볼보 회장, 이안 로버트슨 BMW 세일즈마케팅 담당 사장 등이 직접 전시회장에 나와 신차를 소개하면서 전 세계 언론과 인터뷰에 나섰다.

이처럼 베이징 모터쇼가 눈부시게 발전한 것은 중국 시장 자체가 엄청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쇼에 참관하러 온 기아자동차 김봉경 전무는 “과거 베이징 모터쇼만 해도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가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이제는 중국 시장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는 연 100만 대. 이는 우리나라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와 맞먹는 규모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지난해 판매 대수가 879만 대(승용차 630만 대, 상용차 249만 대)를 기록하며 미국(1646만 대)에 이어 세계 2위. 그러나 성장 속도는 세계 최고다.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6935만 대. 2006년보다 316만 대가 늘었다. 이 중 중국 자동차 판매는 137만 대가 늘어나 전체 증가량의 43%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887만 대로 일본(1160만 대), 미국(1075만 대)에 이은 세계 3위.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나는데다 여가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와 명품에 대한 욕구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갈 전망이다. 실제로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승용차 수요가 폭발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다 도로교통 환경이 개선하고 올림픽 특수에 따른 경기 활성화가 자동차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0년 안에 미국시장 추월 전망
중국 국가정보센터는 올해 중국 전체 자동차 산업의 수요가 전년 대비 17% 증가한 618만 대에 이르고, 2013년 10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10년 안에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며 같은 기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증가분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시장에 선보인 일부 토종 브랜드는 외국의 다른 자동차 업체와 비슷한 디자인의 모델을 전시했다. BYD의 F6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F8은 독일 BMW3 시리즈를 베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전시회장 곳곳에서 독일 BMW X5와 현대 싼타페 등과 외관이 비슷한 차량이 눈에 띄었다.

고급 승용차 분야에서는 여전히 핵심 기술이나 디자인에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격차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왕펑잉 창청자동차 사장은 “중국 자동차 업계는 품질 제고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싸구려에다 저질이라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초창기 거대 시장을 미끼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을 끌어들여 자금과 기술을 확보한 중국이 이제는 독자 기술력 개발을 바탕으로 한 독자 브랜드 만들기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세계 선진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모터쇼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잠재력, 향후 과제를 한눈에 보여준 무대였다.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는 ‘77·78학번’

베이징대 77학번인 리커창 상무 부총리가 대학 4학년 때 찍은 사진.

베이징대 77학번인 리커창 상무 부총리가 대학 4학년 때 찍은 사진.

중국어의 급은 우리말로는 어느 해에 대학에 들어갔느냐를 말하는 학번이다. 중국에서 77, 78학번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번 중국 고위 간부 인사에서 부장(장관)이나 성장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77, 78학번이 2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태어나 중국을 이끌어가는 차세대 지도자들로 이를 중국 정계는 ‘77, 78급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77, 78학번은 중국의 독특한 역사적 상황에서 나왔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으로 10년 동안 문을 닫았던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1977년 대학 입시를 부활시켰다. 1977년 겨울과 1978년 여름에 대학 입시를 치렀다. 두 차례 대학 입시에 중국 전역에서 1180만 명이 응시해 67만 명이 관문을 뚫었다. 18 대 1의 경쟁률이었다. 77학번과 78학번이 탄생한 것이다. 10년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만큼 전 세계 대입시 사상 응시자 규모로는 가장 많았다. 중국 대입시 사상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대학에 입학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7위인 리커창 부총리는 1955년에 태어났지만 베이징대 법학과 77학번이다. 문화대혁명 때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가 대학 입시가 부활하면서 베이징대에 입학한 것이다. 베이징대 법학과 77학번은 모두 82명. 동문들이 기억하는 리커창 부총리는 마르크스 공부 못지않게 영어 공부에 열심이어서 식당에서 줄을 서 있을 때도 영어 단어를 외우곤 했다는 것이다. 대다수가 대학 총장이나 교수, 법관으로 현역에서 뛰고 있다. 2002년 대학 졸업 20년을 맞아 법학과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당시 허난성장이던 리커창 동문이 대표 발언을 했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인 보시라이 충칭직할시 당서기는 베이징대 사학과 78학번이다. 당의 인사를 장악하고 있는 리위안차오 중앙조직부장도 상하이 푸단대 78학번이다. 공청당 중앙제1서기를 지낸 저우창 후난성장은 서남정법대학 78학번이다.
정계뿐만이 아니다. 문화예술계와 학계도 77, 78학번이 막강하다. ‘영웅’과 ‘붉은 수수밭’의 장이머우 감독,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 등은 베이징 영화 아카데미 78학번 동기생들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정책 브레인인 왕지쓰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도 베이징대 78학번이다.

77, 78학번은 문화대혁명의 어려움을 몸소 겪은 뒤 1978년 이후 시행된 중국 개혁개방정책의 수혜자들이다. 79학번과 함께 ‘신산제’라고 부른다. 개혁개방정책 이후 처음 대학교육을 받는 세대라는 뜻이다. 이들는 문화대혁명 이전 세대를 일컫는 ‘라오산제’와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시골에서 농사를 짓거나 공장 노동자가 되거나 군인 등을 지내면서 사회생활을 미리 한 경험의 소유자들이다. 문혁으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춘을 잃었지만 문혁 후유증으로 국가 간부들이 모자라 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워낙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들어간 만큼 석사·박사 소지자도 많다.


홍인표<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중문학 박사>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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