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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돛단배’로 태양계 넘어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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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내 앤 드루얀 한국 방문 우주사업 홍보

민음사 제공

민음사 제공

어렸을 때부터 교신하는 법을 배웠던 천문학자 엘리 에로위(조디 포스터 분)에게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다. 외계의 고등생물체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는데, 이 메시지는 인류가 다른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운송기의 설계도였던 것. 전 세계는 이 설계도대로 우주선을 만들었는데, 정작 엘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자꾸 밀려난다. 하지만 우주선은 부서지고, 그녀를 후원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몰래 만든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한 외계인을 만났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우주선이 5분 만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엘리는 청문회에 나갔고, 그녀가 본 것은 환상이라는 판결을 받는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첫 번역 발간
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조디 포스터 주연)의 줄거리다. 외계인이 등장해 싸우는 보통의 SF 영화는 아니지만, 과학과 종교라는 주제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쓴 이는 칼 세이건의 아내 앤 드루얀이다.

칼 세이건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자문위원으로 매리너, 보이저, 바이킹, 갈릴레오 호 등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한 세계적인 천문학자다.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이 노력했고, 그가 쓴 ‘코스모스’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으로 손꼽힌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NASA 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소련 우주항공연맹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 훈장’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인물이다. 칼 세이건의 ‘소울 메이트’ 역할을 하면서 묵묵히 남편과 협력하여 ‘콘택트’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혜성’ 등의 과학책을 저술했다. 남편이 죽은 후에는 세이건재단의 이사이자, 코스모스 스튜디오의 대표로 다양한 행성 탐사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앤 드루얀이 2008 서울디지털포럼의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또 1992년 미국에서 발간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사이언스북스)가 그녀의 방문에 맞춰 한국어로 처음 번역, 발간되는 기쁨을 함께 누리게 됐다. 앤 드루얀의 한국 첫 방문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방문에 맞춰 번역, 출간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는 전작들과 다르게 인간의 기원을 다룬 책이다. 1980년부터 남편과 함께 쓰기 시작해 1992년 출간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방대한 과학서이자 철학책이다.

“미국이 네바다에서 핵실험을 할 때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인류를 몇 번이고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철조망 너머에 두고 보면서, 우리 인류가 엄청난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문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인류의 기원과 생명의 기원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고 싶었다.”

앤 드루얀의 말처럼 이 책은 인간의 기원에 관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지만 실제 지구 생명계의 일원에 불과한 인류의 뿌리를 흥미진진하게 드러낸다. 또 인류와 다른 생명의 관계, 더 나아가 인류와 우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전해주는 책이다. 인류의 탄생에 관한 두 가지 시각인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해 앤 드루얀은 “다윈의 진화론은 엄청난 증거를 확보했지만, 창조론은 그 근거가 없다”면서 “하지만 진화론의 문제는 우리를 자연으로 분리시킨 데 있다”고 설명한다. 또 미국 사회에 불고 있는 ‘과거로의 회귀’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미국은 9·11테러를 겪은 후 종교로 회귀하거나 정치적인 회귀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미국 사회는 9·11테러 이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공포에 바탕을 둔 종교, 공포에 바탕을 둔 정치다.”

앤 드루얀은 이소연씨에 대해 “이소연씨는 우주인이다”라고 단언한다. TV를 통해 이소연씨를 알았고,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며 우주인의 자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프로젝트
앤 드루얀이 칼 세이건과 만난 것은 1974년 노라 애프런(‘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든 감독)이 주최한 저녁 파티였다. 당시 칼 세이건은 두 번째 부인인 린다와 결혼한 상태였고, 앤 드루얀은 파티에 약혼자와 함께 갔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친해졌고, 당시 칼 세이건은 NASA에서 보이저 호 계획에 중요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었다. 칼은 보이저 호에 함께 실어 보낼 지구의 음악을 모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선곡 책임자) 자리를 앤 드루얀에게 제안했다. 그 작업을 위해 1977년 6월 1일 애리조나의 한 호텔에 앤 드루얀이 머물고 있을 때 칼 세이건이 전화로 청혼했다. 변변한 데이트나 키스조차한 적이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앤 드루얀은 청혼을 받아들였다. 4년 후 두 사람은 결혼했고, 1996년 칼 세이건이 죽을 때까지 두 사람은 동업자이자 협력자로 저술 활동과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함께 했다.

그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자신의 작업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서다. 코스모스 스튜디오에서는 ‘솔라 새턴 스페이스 머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일명 ‘우주 돛단배’ 프로젝트로 태양풍으로 움직이는 커다란 돛배이다. 러시아 미사일로 궤도로 발사하며 50피트짜리 패널 80개로 이뤄져 있는 우주선으로 태양풍을 동력원으로 삼아 날아가는 것이다.

“2005년에 시험 발사한 적은 있지만, 지구 궤도 단계다. 이 프로젝트는 역사상 최초라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인류를 파괴하려던 러시아 미사일을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느리게 날아가는 보이저 호와 다르게 불과 2000년 만에 태양계가 아닌 다른 항성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다른 행성계까지 가는 데 20만 년 정도 걸린다고 전해진다.
앤 드루얀은 세계 60개 국에 방송되어 6억 명의 시청자를 감동시킨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새로운 시리즈 ‘Cosmos : A Space time Odyssey’라는 제목의 TV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시각장애인 리더 자크 뤼세리앙의 실화를 다룬 영화 ‘And There was Light’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 8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우주개발 비즈니스’라는 주제로 강연한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첫 한국 방문은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었다. 앤 드루얀의 첫 한국 방문은 우주와 인간의 기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내인 앤 드루얀이 2008 서울디지털포럼의 초대와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책 출간에 맞춰 지난 5월 5일 한국에 첫 방문했다. 지난 8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우주개발 비즈니스’라는 주제로 강연한 후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가장 많이 읽힌 과학 교양서 ‘코스모스’

[문화]‘우주 돛단배’로 태양계 넘어 비행

전 세계 60개 국에 방송되어 6억 시청자를 감동시킨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칼 세이건은 다큐멘터리에서 직접 해설을 맡기도 했는데, 난해한 개념을 명쾌하게 해설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에라토스테네스, 데모크리토스, 히파티아, 케플러 같은 과학의 탐험가들이 개척해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앞으로 이룰 성과들을 알기 쉽게 풀이해준다. 이 책은 모두 1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모스에 대해 우리 인류가 알게 된 것들, 알게 된 과정들, 그리고 알아가야 할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코스모스를 이해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006년 칼 세이건 서거 10주기를 맞아 사이언스북스에서 특별판을 펴냈다.

칼 세이건 지음|홍승수 옮김|사이언스북스|1만5000원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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