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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왜 축구에 무관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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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역사

빌 머레이 지음 | 이정환 옮김 | 일신사 | 1만3000원

[이주의 책]미국인은 왜 축구에 무관심할까?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신화를 쓰고 있는 중이다.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 최경주, 박세리 등 유명한 스포츠 스타도 많지만, 박지성의 명성은 그들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름은 남미나 아프리카의 조그마한 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고, 자연스럽게 박지성도 그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축구는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는 세계인의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라고 하지만, 월드컵의 기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유엔 가입국보다 더 많은 회원국을 확보하고 있는 FIFA의 위세는 축구가 왜 세계인의 스포츠인지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유독 프로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에서 축구는 여전히 변방의 스포츠다. 제 아무리 펠레와 데이비드 베컴이 미국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지만, MLB(야구)나 NFL(풋볼)의 인기를 뛰어넘기 어렵다. 왜 축구는 유독 미국에서 힘을 쓰지 못할까. 축구는 어떻게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었나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 대학에서 스포츠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빌 머레이 교수의 ‘축구의 역사’는 축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정리한 축구 교과서다. 머레이 교수는 지금까지 정치사와 얽힌 스포츠의 역사를 연구했는데, 그의 관심은 주로 축구에 집중되고 있다.

MBC 축구 해설위원 서형욱씨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19세기의 이른바 ‘현대 축구’가 등장한 이후, 이 단순하고 폭발적인 스포츠가 어떻게 세계와 조우해왔으며 상호 발전을 이뤄왔는지 담아냈다”면서 “독자는 이 책을 그저 재미있게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구의 다양한 면을 사색할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 위원의 말처럼 이 책은 축구라는 스포츠 이면에 숨어 있는 국제 정치 역학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축구의 기원은 영국이다’라는 상식(?)부터 모호하다고 말한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라는 나라가 모여 살았던 브리튼 섬에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랑스에는 술(soule)이라는 전통 축구가 있었고, 이탈리아에는 칼초(calcio)라는 축구가 있었다고 밝힌다. 고대 중국에서도 이미 현대 축구와 거의 비슷한 규칙의 축구가 성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빠른 산업화로 강국이 됐고, 전 세계에 기술자와 병사를 보내면서 함께 축구를 전파했던 것이다. 또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축구를 즐겼던 병사들의 이야기는 축구의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또 축구는 부르주아지의 전유물이었지만, 노동자 계급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1994년 미국 월드컵까지 이야기한다. 축구의 마지막 오지인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렸다는 사실은 축구가 완전히 세계를 정복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요즘 우리게 익숙한 축구 스타의 이름과 모습은 이 책에서 볼 수 없다. 다만 맨유와 리버풀의 축구전쟁, 한국과 일본의 축구 역사, 이탈리아 선수들은 왜 전투적인지, 미국인이 왜 축구에 무관심한지 등 축구에 관한 소소하고 재미있는 사실을 밝혀놓았다. 축구의 역사를 알면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축구전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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