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기업은 세계 M&A시장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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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006년 190건 99억 달러어치 성사… 협상력이 경영능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인도 타타자동차의 질주가 무섭다. 최근 포드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M&A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  이번에 타타자동차의 재산이 된 포드 재규어 자동차(위쪽)와 저가차 경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타타자동차의 소형차 ‘나노’ 모습.

인도 타타자동차의 질주가 무섭다. 최근 포드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M&A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 이번에 타타자동차의 재산이 된 포드 재규어 자동차(위쪽)와 저가차 경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타타자동차의 소형차 ‘나노’ 모습.

지난 3월 26일,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23억 달러에 포드의 재규어와 랜드로버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도 자동차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다. 더욱이 과거 식민 지배국이었던 영국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타타스틸의 코러스 인수 때처럼 자국 내에서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타타그룹은 코러스와 재규어 외에도 다양한 해외 M&A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04년 대우자동차 상용차 부문을 인수한 인연도 있다. 2000년 타타 티(Tea)가 영국의 유명 차(茶) 기업인 테틀리를 인수한 것과 2007년 미국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호텔을 인수한 것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 이후 타타그룹의 해외 M&A 건수는 이번 재규어·랜드로버 인수를 포함해 무려 38건에 달한다.

타타그룹, 2000년 이후 38건 인수
그러면 타타그룹은 왜 이토록 해외 M&A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라탄 타타 회장은 그룹의 미래가 회사의 글로벌 전략에 달려 있다고 보고 글로벌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친디아 리포트]인도기업은 세계 M&A시장 ‘큰손’

이를 위한 첫 조치가 2003년 아룬 간디(Arun Gandhi)와 앨런 로슬링(Alan Rosling) 두 외부 M&A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었다. 아룬 간디에게 통신, 호텔, 철강 분야에서 해외 M&A를 주도하는 임무를 맡겼고, 코러스 경매 시에도 타타스틸의 유일한 대표 자격으로 참여하게 했다. 또 앨런 로스링에게는 타타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임무를 맡겼다. 이외에도 SPV(Special Purpose Vehicle·특수목적회사) 설립과 LBO(Leveraged Buyout) 인수 방식을 도입하는 등 M&A 방법론에서 타타그룹은 선진 기업과 맞먹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평을 받는다.

그랜트손튼인디아(Grant Thornton India)의 M&A 부문 대표 하리시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해외 M&A 건수가 2002년 이래 폭발적으로 늘어 2006년에는 무려 190건에 이른다. 인수 금액도 함께 늘어 2002년 2억1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99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리시는 인도 기업들이 해외 M&A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모 증대, 신속한 기술 확보, 글로벌 고객 확보, 선진 업체가 보유한 브랜드 파워 획득, 인도의 열악한 사업 환경 탈피” 등을 위해서라고 파악했다.

한국 기업도 같은 이유에서 M&A 시도를 늘리고 있다. 중저가 제조에서 무서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선진 기술을 확보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인도 기업에 비해 해외 M&A에 소극적이다.

뛰어난 영어실력이 협상력 발휘

비즈니스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인도인의 높은 영어 실력은 해외 M&A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비즈니스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인도인의 높은 영어 실력은 해외 M&A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인도 기업이 특별히 해외 M&A에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영어가 통한다는 것이다. 타타그룹의 M&A 사례에서도 보듯이 인수 대상 기업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미계다. 남아공, 호주도 영국계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영어가 유창한 인도인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M&A 과정은 길고 지루하며, 때로는 높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때 인도 측 협상 당사자들이 상대방과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가벼운 농담을 교환하면서 감정적 벽을 허물고 이해 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M&A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인도인의 영어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그중 일부는 영미권 해외 유학을 통해 현지 법규와 시스템에 익숙하기 때문에 더욱 유리하다. 굳이 영미계 기업이 아니더라도 비즈니스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어가 어눌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인도인은 우월한 위치에 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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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인도인이 갖고 있는 협상 기술이다. 인도인의 상술은 놀랍다. 사기와 상술의 경계가 모호할 때도 많다. 인도인은 반드시 상대에게 가격을 먼저 제시하게 한 후, 대응 전략을 짜는 식의 전략을 구사한다. 자신의 가격 전략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것이다. 또 속칭 ‘찔러보기’에도 능숙하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서라도 꼭 한 가지가 빠졌다며 자기에게는 중요한 일이니 이것만 받아줄 수 없느냐고 물어본다. 상대가 받아들이면 좋고, 거절해도 본전이라는 심산이다. 반면 한국인은 제안을 거절하면 혹시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싶어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제안을 거절했다고 불이익이 돌아오지는 않으므로, 인도에서는 그 점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외에 상인들의 끈질김도 인도 상술의 하나다. 시간을 오래 두고 상대가 지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상대가 협상이 깨질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까지 인도인은 밀어붙인다. 특히 상대가 물건을 마음에 들어 하거나 비행기 시각이 임박해 쇼핑을 빨리 끝내야 하는 등의 약점을 노출시키면 절대 깎아주는 법이 없다.

해외 인적 네트워크가 큰 무기
셋째 인도인의 강한 네트워킹을 들 수 있다. 많은 인도인, 특히 상류층 인도인은 영국·미국에 유학하고 현지에서도 상류층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계·법조계·IT계 등에서 인도인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형성한 정보망은 해외 M&A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금융계에만도 씨티은행의 판디트 회장,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도 불리는 내셔널 인뎀너티 보험회사의 아지트 자인 회장, 미국 선물거래소 CEO 난다푸르카르 등이 포진해 있다. 굴지의 투자 은행에 근무하는 인도인의 인맥도 상당하다.

인도 기업들이 해외 M&A 성사 건수에서 화려한 전적을 보였지만, 이후 M&A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하고 좋은 경영 실적을 보일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삼성과 현대가 각각 미국의 전자기업인 AST와 멕스터를 인수한 후 결국 경영에서는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시스템이 합리적이고 인수 대상 기업에 비해 우수할 뿐 아니라 인수 대상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고 사후통합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때라야 비로소 성공적인 M&A라고 할 수 있다. M&A를 성사시키는 협상력이 경영 능력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시간이 입증해줄 것이다.

이대우<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Ldw@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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