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종합 1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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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상 최대 성적 올려 미국 추월 야먕… 거액 포상금 내걸고 선수들 독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중국의 하키, 유도, 핸드볼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28개 전 종목에 사상 최대 규모인 580여 명의 선수단을 출전시키는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중국의 하키, 유도, 핸드볼 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28개 전 종목에 사상 최대 규모인 580여 명의 선수단을 출전시키는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 베이징 올림픽 스포츠 센터.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1㎞ 남짓 떨어져 있다. 중국은 2001년 7월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이후 국가 대표 구성에 착수해 28개 종목, 55개 팀을 만들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 28개 전 종목에 사상 최대 규모인 580여 명의 선수단을 출전시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난 4월 11일 외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공개한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는 유도와 레슬링, 핸드볼 등 6개 종목, 12개 팀, 430명의 선수가 올림픽 출전 대비 막바지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좋았어. 굿.”
우리말과 영어가 섞여서 나오는 이곳은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 훈련장.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체육관 한쪽 벽에 걸려 있고, 다른 쪽에는 ‘고생도 즐거움도 함께’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우리나라 강재원(44) 감독의 고함 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렸다. 강 감독은 88 서울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면서 독일 클럽에서 선수 생활을 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이번 올림픽에 중국 대표를 이끌고 참가하는 한국 감독은 강 감독 외에 김창백 여자 하키 감독과 김상열 남자 하키 감독, 이성대 태권도 감독 등 총 4명이다.

중국 대표 이끄는 한국인 감독 4명
강 감독은 한 선수가 슈팅 찬스를 잡지 못해 머뭇거리자 “그대로 슛을 때리란 말이야. 슛”이라고 하면서 직접 공을 들고 슈팅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는 잘하는 선수에게는 “굿”이라며 칭찬했고, 못 하는 선수에게는 “노”라면서 질책했다. 강 감독 옆에는 우리말 통역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면서 그의 지시사항을 중국말로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전달해주었다.

처음에는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다가 이후 편을 갈라 실전 연습에 들어갔다. 오후 4시 50분부터 시작한 실전 연습은 기자가 떠난 오후 5시 30분까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중국 여자 핸드볼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8위를 차지했다. 180㎝, 77㎏의 우람한 체격의 여자 대표팀 주장 류윈(26)은 “유럽 등 세계 정상급보다 실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올림픽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핸드볼 체육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종합 훈련관. 이곳은 유도와 레슬링 선수들이 훈련 파트너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유도는 남녀 선수 50여 명이 뒤섞여서 엎어치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성홍기가 체육관 앞에 걸려 있고 ‘힘을 합쳐 노력하고 열심히 땀 흘리자’는 붉은 표어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마원광 국가체육총국 역도·레슬링·유도훈련센터 주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일본 유도는 금메달을 8개 땄지만 중국은 1개를 따는 데 그쳤다”면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평소 기량만 발휘하면 성공한다는 각오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슬링 연습장은 자유형 20여 명, 그레코 로망형 20여 명의 선수가 서로 흩어져서 몸통 굴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스포츠 센터의 야외에는 테니스 코트와 하키장이 자리 잡고 있다. 테니스장에는 여자 단식 세계 랭킹 23위, 복식 세계 랭킹 3위의 정제(25) 등이 훈련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었다. 테니스는 아직 유일하게 올림픽 참가 선수가 확정되지 않은 종목이다. 테니스는 오는 6월 국제테니스연맹이 올림픽 출전 선수를 확정한다. 쑨진팡 테니스 훈련센터 주임은 “여자 선수들은 정제 등 세계 랭킹 20위권에 있는 선수가 다수 포진하고 있어, 8명이 출전 자격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여자 테니스 간판 스타인 정제는 “해외에서 열리는 시합에 자주 참가해 경험을 쌓고 있다”며 “올림픽 전까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오픈에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구와 남자 핸드볼·하키는 처녀출전
테니스 코트 건너편에 있는 필드 하키장에서는 남자 국가 대표 선수 10여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평가전을 벌이고 있었다. 스틱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날 정도로 선수들은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남자 하키 대표팀 주장 쑹이(28)는 “사상 첫 올림픽 출전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나라들과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하키팀은 4월 말 호주에서 열리는 3개국 초청대회에 참가해 한국과 호주 등과 시합하면서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레이쥔 핸드볼·야구·소프트볼 훈련센터 주임은 “사상 처음 출전하는 야구, 남자 핸드볼, 남자 하키는 이번 올림픽에서 성적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직 목표로 하는 금메달 수를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올림픽 역사상 최대 성적을 낸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추이다린 중국 국가체육총국 부국장(차관)은 올림픽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적보다 외국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활용하고 싶다”면서 중국 사람 특유의 완곡한 어법으로 이번 올림픽 성적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올림픽의 양대 황금밭인 육상과 수영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들다”고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들에게도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아테네 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따면 20만 위안(약 2600만 원)을 주었지만, 이번 올림픽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포상금을 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선수들은 올림픽이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선수촌에서는 심리 전문가들을 동원해 심리요법으로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있다고 추이다린 부국장은 전했다. 선수들은 훈련 외에는 블로그 관리를 하거나 쇼핑, 노래 부르기, 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장인 류윈과 정제 등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남자 핸드볼 주장 쑹이와 여자 유도 무제한급의 퉁원 등은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체육총국 관계자들은 훈련 외에 선수들이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음식물 안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음식물 안전에 대해서는 엄격하기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화민족의 중흥 전 세계 선전 욕심
취재를 마치고 스포츠 센터 정문을 나오자 눈앞에 거대한 철근 더미로 이뤄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 경기장 가운데 가장 늦게 세워진 주경기장은 이미 공사가 끝났다.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경보와 마라톤 경기를 치르면서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100년 만의 꿈’.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쓰고 있다. 이는 1908년 톈진의 한 잡지가 ‘우리는 올림픽을 언제나 열어보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은 100년 전에 품은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데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 분위기다. 다만 티베트 사태와 그에 따른 국제 사회의 올림픽 보이콧, 성화 봉송 탈취 기도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르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 같은 분위기가 선수들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장인 류윈은 “미국 대통령이나 외국의 국가 원수가 베이징 올림픽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봤다”면서 “그러나 선수들은 오로지 뛰어난 성적을 조국에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훈련에 몰두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어려움은 많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만들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열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대회가 말로만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중국 국가 대표 선수들은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한껏 높인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희망과 열정이 100여 일 뒤에 현실로 나타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 권부실세 그룹 ‘상하이방’ 몰락
방은 무리라는 뜻이다. ‘상하이방’은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 권부 실세로 등장한 상하이 출신 인사를 말한다.

상하이방 몰락의 상징인 천량위 전 상하이 당서기.

상하이방 몰락의 상징인 천량위 전 상하이 당서기.

지난 11일 중국 국영 방송인 CCTV 저녁 종합뉴스 시간에 천량위 전 상하이시 당서기(62)가 나타났다. 경찰의 부축을 받은 천 서기는 이날 톈진 제2중급법원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상하이가 보유한 사회보장기금(3900억 원)을 친분이 있던 기업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서다. 사회보장기금 스캔들이 터지면서 20여 명의 상하이 기업인과 공무원이 줄줄이 붙잡혀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TV에 나타난 것은 2006년 9월 체포된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천량위 전 서기는 상하이에서 일선 구청장, 시장, 당서기를 거친, 전형적인 상하이방이었다. 그는 구청장 시절 국수를 즐겨 먹었을 정도로 청빈한 공무원이었지만, 상하이 시장과 시 당서기를 거치면서 오만불손해졌다. 상하이 당서기 시절, TV 방송국에 저녁 뉴스 시간에 본인 동정을 3분 이상, 그것도 뉴스 맨앞에 넣도록 보도지침까지 내렸다. 그는 당국 조사 결과 여러 명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그 중 2명을 정부로 삼았다는 방탕한 사생활이 드러났으나 재판부는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최고 핵심인 정치국원을 맡았던 그의 전격 체포는 일세를 풍미하던 상하이방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일대 사건이었다.

상하이방 대표 주자는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다. 그가 1989년 공산당 총서기를 거쳐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당·정·군을 한손에 장악하면서 상하이 출신 인사들이 일약 고속승진을 하거나 베이징으로 입성했다. 장 전 주석이 1985년 상하이시장, 1987년 상하이 당서기를 하면서 쌓아놓은 인맥이 일약 실세로 등장한 것이다.

상하이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상하이방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주룽지 전 총리는 상하이 시장과 당서기를 지냈지만 그는 장쩌민 전 주석과 대립각을 이뤘다는 점에서 상하이방으로 여기지 않는다. 상하이방 주요 인맥은 장쩌민 전 주석이 공산당 총서기를 맡았을 당시 유일하게 상하이에서 데려온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과 상하이 시당서기 출신인 황쥐 전 부총리 등이 손꼽힌다.

1990년대 이후 상하이방이 뜨면서 베이징에서 뿌리를 내린 이른바 ‘베이징방’이 치명상을 입었다. 장쩌민 당시 주석은 베이징방 대표 주자로 고분고분하게 굴지 않던 천시퉁 베이징 시당서기를 비리 혐의로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천시퉁 서기는 1995년 4월 체포된 이후 98년 징역 16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권세가 10년을 가지 못한다고 했던가. 상하이방은 2002년 장 주석이 현역에서 물러나면서 급격하게 힘을 잃었고 후진타오 주석이 집중 견제를 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장쩌민 전 주석은 당초 천량위 서기의 체포에 불만이 많았지만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나오는 데는 할 말을 잃었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상하이방은 이번 전인대 인사에서 화젠민 국무원 비서장과 천즈리 국무위원이 전인대 부위원장을 맡아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홍인표<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중문학 박사>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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