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 이익의 보호사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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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집

한 고층 아파트의 모습. <경향신문>

한 고층 아파트의 모습. <경향신문>

누구나 햇볕이 잘 들고 전망이 좋은 집을 원한다. 한옥의 대청마루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따스한 봄볕이 드는 거실에 누워 창문 밖 경관을 볼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산다는 것은 작은 행복이자 소망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행복도 이제는 주변에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됐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집 앞에 들어서는 경우 이웃 거주자는 공사로 발생하는 소음·분진 등으로 인해 고통받을 뿐 아니라 일조량이 줄어들어 컴컴한 실내에서 생활해야 한다. 더 이상 탁 트인 전망을 갖지 못하게 되어 심리적인 압박감 등 스트레스도 받는다. 또 집값 하락이라는 경제적 손실도 입는다. 피해 건물의 주민들은 신축 건물의 공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거나 공사를 중지시키기 위해 법적 절차를 밟기도 하고 때로는 공사 현장에서 시위하는 등 실력 행사를 하기도 한다.

조망 이익을 중요한 목적으로 해야
그렇다면 이에 대한 법적 보호 문제는 어떨까. 일조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공사중지가처분이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한 법원의 판결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조망 이익을 법적으로 보호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LG한강빌리지 아파트’와 한강 조망권에 대해 첨예하게 다투었던 서울 이촌동 ‘리바유 아파트’ 사건에서 대법원은 “5층짜리 아파트 뒤에 그보다 높은 10층짜리 건물을 세움으로써 한강 조망을 확보한 경우와 같이 보통의 지역에 인공적으로 특별한 시설을 갖춤으로써 누릴 수 있게 된 조망의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리바유 아파트’ 주민들의 한강 조망 이익을 인정했던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즉 조망 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해당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 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리바유 아파트’와 같이 조망 대상과 그에 대한 조망 이익을 누리는 건물 사이에 타인 소유의 토지가 있지만 그 토지 위에 건물이 건축되어 있지 않거나 저층의 건물만 건축되어 있어 그 결과 누리게 되는 타인의 토지를 통한 조망 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조망 이익의 향유를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란 어떤 경우일까. 서울 동작구 흑석동 가처분 사건에서 그 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해 건물이 동작대교를 중심으로 한 한강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오래전 산비탈에 지어진 점, 피해 건물의 거실 창문 또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남향 또는 남동향이 아닌 북동향으로 나 있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흑석동 주민의 한강 조망 이익을 법적 보호 대상으로 인정했다. 피해 건물의 동북동 쪽에서 공사 중이던 신축 아파트의 건축주에게 일정 층수 이상의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대도시에서 어느 정도의 일조권 또는 조망권의 침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존 조망권을 향유하던 건물 주민들만의 조망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경우에는 피해 건물과 조망의 대상 사이에 있는 토지 소유자는 언제나 뒷 건물보다 높은 고층 건물을 건축할 수 없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피해 주민의 호소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대청마루는 없다. 그리고 이전에 그나마 볼 수 있었던 조망이나 공간의 여유로움은 동(棟) 간격도 없이 바람 길도 막아가며 빽빽하게 높게만 올라가는 최근의 고층 아파트 등으로 인해 많이 사라지고 있다. 바야흐로 옆집을 조망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김병철<법무법인 한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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