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서울 양천 갑, 강삼재 전 의원 원희룡에 도전장…
서울 서대문 갑, 우상호·이성헌 후보 간 3차전
서울 중구
서울 중구는 ‘얼짱들의 전쟁’으로 전국에서 관심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한나라당은 나경원 전 대변인을 전략 공천했고,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은 KBS 앵커 출신인 신은경씨를 전격적으로 영입해 출마시켰다. 이런 가운데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역시 방송인 출신의 정범구 전 의원을 투입했다.
기호 1번 정범구 후보는 이 지역에서 여성 미인들의 출마로 선거가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이미지로 호소하기보다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충북 음성 출신인 정 후보는 호남과 충청 출신 유권자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이 지역에서 출마하려던 정대철 고문의 아들인 정호준씨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정 후보는 출사표에서 “대한민국 1%만 위한 이명박 정권과 역사적인 한판 승부를 해 중구의 명예를 살리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 측은 재개발 시 원주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주민 재정착지원법’(일명 토박이 재정착지원법)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즉 10년 이상 거주한 원주민들에게 장기 저리 융자를 해주고 원주민들에게 재개발 시 기반시설 부담금을 적게 부담하게 하자는 것이 골자다.
기호 2번 나경원 후보는 오랫동안 한나라당에서 대변인을 맡아 인지도가 매우 높다.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나 후보는 한나라당 원내 대변인(2005),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2006. 4~5.), 당 대변인(2006. 7.~2008. 3.)을 역임했다. 나 후보는 당초 서울 송파 병에 공천을 신청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종로에 출사표를 던지자 대항마로서 이웃 지역인 중구로 전략 공천됐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과 대통령을 만든 힘 있는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그는 중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나 후보는 남산 주변을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열린 공간으로 조성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명소로 만들고 약수·청구역 등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도 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선진당 신은경 후보(3번)는 남편인 박성범 의원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선진당에 입당해 대변인을 맡았다. 신 후보는 12년 동안 이 지역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박성범 의원을 만든 일등공신이다. 특히 그가 국회의원 후보 아내로서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했다는 이야기는 장안에 회자되고 있다. 신 후보는 “박성범 의원과 12년을 지켜온 중구를 지켜내기 위해 선진당 입당과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박성범 의원은 “신 후보가 자기가 나서서 지역 주민들의 심판을 받자고 했다”고 전했다. 신 후보는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 하면서 주민들의 생각을 최대한 의정활동에 반영활 계획이다. 신 후보 측은 ▲명문고교 유치 및 초·중·고등학교 교육환경 개선 ▲도심 재개발 등 주거환경 개선 ▲상업지역 주차장 확충 등 교통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양천 갑
선진당 강삼재 후보가 서울 양천 갑에서 한나라당 원희룡 후보에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친손학규계인 민주당 이제학 후보가 보수 분열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이제학 후보는 손학규 대표와 정치 역정을 함께한 사람이다. 이 후보는 서강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재단법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처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시절 정무특보·경기문화재단 기획실장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원희룡 후보, 강삼재 후보보다 인지도가 낮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원, 전철역뿐 아니라 식당과 주점 등을 찾아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공약으로 안양천과 연결해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신정동 전철 차량기지 터에 멀티플렉스를 만들고, 외국의 명문대 분교를 이 지역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후보는 당내 소장개혁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이명박 정부의 참여정부 임기제 인사들에 대한 강제 사퇴압력을 비판한 바 있다. 원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 강삼재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독주를 달리는 상황이 선거 끝까지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 후보 측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지역은 아파트촌으로 전체 30% 이상이 6억 원 이상의 종부세 대상 가구다. 이에 따라 종부세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높이고,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강삼재 후보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선진당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양천 갑 출마를 선언했다. 12대부터 16대 국회까지 경남 마산에서 5선을 한 강 후보는 2003년 이른바 ‘안풍 사건’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직전에 이회창 후보 캠프에 합류해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강 후보 측은 “비례대표까지 할 수 있는데도 수도권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올라왔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고, 광역 쓰레기 소각장 건설과 관련해 주민의 의견을 우선 수렴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 서대문 갑
서울 서대문 갑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선후배가 1승 1패를 주고받은 지역이다. 민주당 우상호 후보와 한나라당 이성헌 후보가 양보 없는 3차전을 벼르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손학규 후보를 지지했던 우 후보는 손 대표하에서 대변인을 하는 등 손 대표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우 후보는 최근 대변인직을 사퇴하고 지역구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성헌 후보와 결승전을 치른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 우 후보는 4년 동안 서부선 경전철을 이 지역에 유치하는 등 탄탄한 의정활동 성적표를 주민들에게 보이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총선 공약으로는 홍제동에 대형 할인마트를 유치하겠다는 것이 눈에 띄며, 서울시가 연희동에 추진하고 있는 차이나타운 건설도 반대하고 있다. 우 후보 측은 “차이나타운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가 카지노, 마작 등 도박장을 차이나타운에 허용할 계획”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헌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조직총괄단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이 후보는 17대 총선 때는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으로 전국을 누비며 박 대표를 보좌하기도 했으나, 정작 지역구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상호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소식에 고무되어 있는 이 후보 측은 이 여세를 몰아 승기를 잡는다는 각오다. 특히 이 지역에 연세·이화여대 등 대학생 5000~1만 명이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해 대학생을 위한 공약도 개발했다. 창천동, 연희동 등에 우편·세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서비스센터’를 만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 측은 서울시장, 서대문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니만큼 원활한 업무협조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 이번 호(769호)를 마지막으로 총선 격전지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