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베이징올림픽서 ‘28년 노골드’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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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국이면서 스포츠 성적표는 초라… 경제 커지고 지원 늘어 이번엔 희망

인도가 하계와 동계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획득한 금메달은 총 8개다. 인도가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딴 것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였고, 금메달을 딴 종목은 모두 남자하키다. 인도는 영국 지배에서 독립하기 전부터 올림픽 대회에 참가해왔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해 지금껏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 모두 18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하키 이외에 테니스, 역도, 사격, 레슬링, 육상 종목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과를 보면, 미국이 금메달 35개로 종합 우승한 반면 인도는 은메달 1개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BRICs의 일원인 중국(금메달 32개)과 러시아(27개)가 지난 올림픽에서 미국의 뒤를 이어 2, 3위를 한 것이나, 경제 규모가 비슷한 우리나라가 금메달 9개로 공동 9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볼 때 인도의 올림픽 성적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인구 10억이 넘는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인도의 성적이 왜 이토록 저조한 것일까.

전통 메달밭 하키 마저 부진
더욱이 요즘은 과거 메달밭이었던 하키에서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인도의 올림픽 성적표를 보면 하키의 활약상은 화려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1956년 헬싱키 올림픽까지 인도는 6회 연속 하키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끝으로 인도 하키는 메달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예선에서 탈락해 출전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친디아 리포트]인도-베이징올림픽서 ‘28년 노골드’ 깨질까

인도가 올림픽에서 성적이 부진한 이유로 인구의 30%가 절대빈곤층에 속하는 열악한 경제사정, 낙후한 인프라, 정부 지원책 전무, 사회적 관습 등이 거론된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경제력일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금메달 집계 순위를 보더라도, 올림픽 금메달 수와 경제력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메달 순위 10위권 안에 든 국가는 대부분 선진국이며 중국과 러시아 또한 신흥 경제 강국이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한 수치를 보면,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기준으로 820달러다. 소득수준이 비슷한 몽골, 수단, 카메룬, 파키스탄, 파푸아뉴기니, 세네갈 등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의 획득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면, 아직 인도의 경제 사정이 스포츠 강국이 되기엔 부족한 면이 있는 듯하다.

유망 여자 테니스 선수 행보 화제
우리나라 역시 1984년 LA 올림픽 전까지는 손기정 옹과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이 전부였을 정도로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별로 없었다. 정부의 많은 지원과 시설, 스포츠 인구의 저변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이유의 전부는 아닌 듯하다. 쿠바는 영국과 같은 수의 금메달을 땄으며, 과거 동독이나 동구권 국가들은 한동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북한만 해도 지금까지 8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인도의 3배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 올림픽에서 종합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인도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스포츠 성적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인도 정부가 올림픽을 대비한 엘리트 스포츠 육성에 무관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은 역사적으로 국민통합, 사기진작 혹은 정치적 관심을 스포츠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적이 많았고, 정치체제가 다분히 전체주의적일 경우에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올림픽 메달은 엘리트 체육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릴 때부터 유망주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운영, 메달에 상응하는 연금 혜택 등을 제공한다면 비교적 단기에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이후 그렇게 해왔고, 실제로 큰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인도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후, 현지 언론들은 인도 정부가 고작 은메달 하나를 획득하기 위해 최근 2년간 지출한 예산이 10억 루피(260억 원)를 넘는다고 비판했다. 이는 인도올림픽조직위원회(IOA)와 인도하키연맹(IHF) 등 개별 단체들이 스폰서를 동원해 조달했던 액수를 뺀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260억 원이라는 돈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지만, 인도의 경제 사정을 생각하면 적은 돈도 않다. 문제는 이 돈을 체계적·집중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도 내 여론은 인도가 유망주를 상시 발굴하는 체제를 갖추지 못했고, 발굴했다 하더라도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포츠 성적이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라토르 선수만 하더라도 메달을 따기 전까지 제대로 지원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기업들도 선수가 유명해진 후에야 찾아오기 시작하니 일단 혼자 힘으로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도의 크리켓은 대표 스포츠면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다른 종목들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 올림픽 메달권에 든 한 여자 테니스 선수의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인도의 테니스 스타인 사니아 미르자는 방갈로르 오픈에 불참한다고 발표해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21세인 미르자는 인도의 떠오르는 여자 테니스 스타로 2005년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 4라운드에 진출했으며, 그 해 여자테니스협회(WTA) 순위에서 31위까지 올랐다. 2006년 그랜드슬램에서는 톱시드를 보유한 쿠즈네쵸바, 페트로바, 힝기스 등을 물리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르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메달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그녀가 자국에서 열리는 방갈로르 오픈에 불참하겠다고 한 것은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르자는 모슬렘 출신인데, 테니스 경기 때 입는 짧은 치마와 소매 없는 티셔츠가 엄격한 모슬렘 율법에 어긋나 문제가 된 것이다.

또 최근에는 경기 중간 휴식하는 과정에서 탁자 위에 놓인 국기 바로 옆에 발을 올려놓은 사진이 공개돼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단정한 여인이 역사를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라는 슬로건을 새긴 티셔츠를 입기도 해 보수적인 종교 지도자로부터 공격받기도 했다. 어린 나이인 미르자는 이런 비판을 감당하기 힘들어 한때 테니스를 그만둘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스포츠에 대한 국민 인식도 변화
그녀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는 것과 동시에 동정론 또한 커지자 모슬렘율법위원회에서는 ‘직업이 요구하면 모슬렘 복장 규정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는 결정을 내렸고, 인도테니스협회 회장인 아닐 칸나는 “제발 미르자가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가만히 내버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미르자의 처지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사회 관습과도 싸워야 하는 인도 스포츠인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스포츠 약소국인 인도에도 희망의 조짐은 보인다. 먼저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의식 또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크리켓 경기다.

영국의 EPL(English Premier League)의 인도판 크리켓 버전인 IPL(Indian Premier League)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PL의 운영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상업화 측면에서 크게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의 시대를 여는 데 촉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스포츠도 돈이 되는 산업으로 인정받으면, 인도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다.
올림픽을 후원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과에 실망했던 인도 출신 철강 재벌 락시미 미탈은 우수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비영리재단인 미탈 챔피언스 기금에 2005년부터 1000만 달러(약 95억 원)를 기부해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유망주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또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해 사격 선수인 산드후를 올림픽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후원하는 등 외국 업체의 지원도 활발하다.

이처럼 주변 여건이 변하고 있고 스포츠에 뜻 있는 사람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 희망의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언제쯤 값진 수확을 낼 수 있을까. 베이징 올림픽에서 인도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이대우<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Ldw@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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