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대도시 아파트값 ‘거침없는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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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기대한 국내외 자금 몰려 부채질… 잇딴 버블 경고에 ‘묻지마 투자’ 후유증

지난해 11월 21일, 뭄바이에 있는 침실 4개짜리 아파트가 영국에 사는 한 NRI(Non Resident Indian·재외 인도인)에게 81억 원에 팔렸다. 325㎡인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무려 8200만 원에 달해 당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한 글로벌자산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 뭄바이의 아파트 가격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여덟 번째로 높고, 3.3㎡당 가격도 3210만 원이나 된다.

한 해 동안 무려 50~60% 상승

인도 뭄바이 시내 중심가 시장 입구의 낡은 건물에 화려한 광고판이 걸려 있다. 경제 발전과 빈곤 심화라는 인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도 뭄바이 시내 중심가 시장 입구의 낡은 건물에 화려한 광고판이 걸려 있다. 경제 발전과 빈곤 심화라는 인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다국적 부동산서비스회사인 CB리처드엘리스(CBRE)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사무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로, 제곱피트당 241.22달러였다.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는 각각 5위(138.41달러)와 7위(116.19달러)를 차지했다. 서울은 20위(73.45달러), 뉴욕 맨해튼은 21위(69.44달러)라니, 주재원을 파견한 한국 본사의 입장에서는 뭄바이와 뉴델리 사무실 임대료가 뉴욕의 맨해튼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수긍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 정도라고 알려진 인도의 집값치고는 상식적으로 과하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률을 보더라도, 2006년(회계 기준) 뉴델리와 뭄바이 사무실 임대료 상승폭은 각각 세계 2위와 6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임대료가 폭등하자 인도 유명 뉴스 채널 방송사인 NDTV조차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치 못하고 결국 사무실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인도 부동산 가격은 왜 이렇게 오르게 되었을까? 먼저 부동산 가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금리 동향을 살펴보자. 변동금리 기준으로 주택 관련 대출금리는 2002년 9월 10.25% 수준이었으나,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따라 2004년 2월에는 7.25%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그동안 경제성장으로 소득 규모가 커진 중산층 및 상류층을 중심으로 주택구매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인도의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커쉬만앤웨이크필드사의 조사에 따르면 델리와 뭄바이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2004년 한 해 동안 약 50~60% 상승했으며,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수준의 폭등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 발생했는데, 2004년 4월 인도 정부가 국내외 기업들에 사모방식에 의한 부동산 펀드 운용을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이들 부동산 펀드는 대부분 혜택이 많은 벤처 기금(Venture Capital Fund)으로 운용됐다. 외국인들은 직접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거나, 인도 기업이 운영하는 부동산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부동산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추가로 2005년 4월에는 비록 제한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 기업에 부동산 개발에 대한 직접 투자를 허용했다.

호황 만난 부동산개발업체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금리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2004년 2월 이후 대출 금리는 다시 상승하여 2007년 4월에는 무려 11.25%까지 오른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된 기간에도 인도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 올랐으니, 금리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은 금리 인상이 아니라 인도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국내외에서 몰려든 자금의 풍부한 유동성이었다.

지난 1년, 선진국 경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한 방에 휘청하는 순간에도 인도를 향한 투자자들의 발길은 식을 줄 몰랐다. 지난해 인도에서 기업들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모은 자금 중 부동산 부문의 자금이 42.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돈으로 3조5000억 원(1459억 루피)이다. 여기에 사모펀드로 모은 돈과 은행권 대출액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대인 인도에서 부동산 가격만 끝 모르고 치솟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필연적으로 버블 경고가 뒤따랐다. 주택의 실수요를 나타내는 지표인 임대료를 비교하면 주택가격의 버블 정도는 극명해진다. 뭄바이의 주택 임대수익률은 3.3%에 불과한데, 주택가격이 가장 비싼 런던의 5.4%에 비해서도 낮다.

‘묻지마 투자’로 인한 후유증도 벌써 나타난다. 비즈니스월드(Business World) 2월 18일자 기사에 따르면 첸나이의 한 주택단지는 평방피트당 3500루피에 분양을 시작했지만 분양이 신통치 않았고, 지금은 2500루피에도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또한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은 올 들어 보합세이거나 고점에 비해 10% 정도 하락했다. 자이푸르, 보팔, 칸푸르와 같은 지방 도시에서도 상황이 심해 20~30% 정도 가격이 하락했다. 거래도 감소 추세로 현재 실거래는 연초 수준의 40%에 그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 부동산 시장이 버블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도 최대 부동산 기업인 DLF 싱 부회장은 인도가 산업화하고 도시화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붕괴되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신규 주택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버블이란 가수요가 과도하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인도에서는 실수요군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서민들 주택 없어 고통

살인적인 집값 상승으로 인해 인도 서민들은 주택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대도시 인구의 40% 정도가 슬럼가에 산다. 사진은 인도 뭄바이 도심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대형 송유관 옆에 하층민들이 살고 있는 모습.

살인적인 집값 상승으로 인해 인도 서민들은 주택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대도시 인구의 40% 정도가 슬럼가에 산다. 사진은 인도 뭄바이 도심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대형 송유관 옆에 하층민들이 살고 있는 모습.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가장 덕을 보는 기업이 바로 부동산 개발업체다. 지난해 7월에 상장된 DLF는 당시로는 인도 최대인 무려 23억 달러를 유치해 화제가 되었다. 이 기록은 올해 1월 에너지업체인 릴라이언스파워가 29억 달러를 공모하면서 깨졌지만, 이후에도 DLF의 주가는 계속 올라 올해 1월에는 상장 때보다 2배나 올랐다. ‘DLF 효과’ 덕분에 다른 부동산 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DLF가 뭄바이증권거래소(BSE)에 상장하던 날, 부동산 섹터 주식의 시가총액이 4%에 육박했다. 그 전 해인 2006년까지만 해도 1% 안팎이던 것에서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률 역시 부동산 개발업종이 가장 높다. 글로벌 HR컨설팅기관인 휴이트 어소시에이츠(Hewitt Associates)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부문의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25.2%로 13%대에 그친 IT와 아웃소싱 부문을 제쳤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인도 부동산 시장의 화려한 일면, 반대편에는 주택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인도 대도시 거리를 다니다 보면 화려한 빌딩 뒤로 슬럼이 형성되어 있거나, 도로 옆에 집 없이 텐트를 치고 사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뭄바이가 특히 심한데, 어떤 자료에서는 뭄바이 거주자의 3분의 2가 슬럼 혹은 거리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상공회의소의 하나인 ASSOCHAM의 공식 기록으로는 대도시 인구의 40% 정도가 슬럼에 산다.

지금 사는 곳이 델리 슬럼가 바로 옆인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 얼기설기 담을 쌓고 지붕을 올려 비바람을 피하는 정도에 그친 주택이 즐비하다. 이마저도 없이 도로가에 천막을 치고 사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난 도로가에서 용변을 해결하기도 한다.

지금도 돈을 벌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오는 사람은 끊이지 않는다. 1971년 20%에 머물던 도시화율은 2006년 34%로 급등했다. 인도 인구를 10억 명으로 가정한다고 해도, 3억4000만 명이 도시에 사는 셈이다. 그 중 1억4000만 명은 1971년 이후 새로 거주했거나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슬럼이나 거리에서 사는 사람이 줄지 않고 있다.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유엔이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를 짚어보면, 우선 법률이 너무 복잡하다. 부동산 관련법이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많은 법규가 100년 이상 된 것들이다. 당연히 법 집행이 느리다. 둘째, 부동산 소유권 관계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집을 사고도 명의 이전을 등기하는 과정이 분명치 않은데, 정부가 부동산 명의를 공식화하지 않아 과거 내역을 통해서만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개발업자들이 관련 인·허가를 얻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도 관공서의 행정처리 지연은 늘 외국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복잡한 법률체계와 뒤엉켜 상황은 더욱 어렵다. 마지막으로, 데이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데이터가 없다 보니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보다 구매력이 있는 계층들을 상대로 한 개발만 이루어지는 것이 인도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성장의 화려함 속에 소외된 계층이 존재하고 그 명암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어, 인도의 사회 통합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이대우<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Ldw@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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