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비전

대전 창조도시= 경제 + 과학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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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효 대전시장이 투자유치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투자유치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전시 청사에 가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두 가지를 볼 수 있다. 1층 현관엔 1500여 명의 직원 사진을 담은 대형 액자가 걸려 있다. 또 박성효 대전시장 집무실에는 보육원 원아들이 그린 그림 1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공무원 사진은 공무원의 청렴의무와 책임감을, 어린이의 그림은 소외층에 대한 섬김과 대전의 창조정신을 상징한다. 윤태희 대전시 대변인은 “어린이의 상상력과 대전시가 지향하는 ‘창조도시’는 일맥상통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세계 일류 ‘창조도시 대전 만들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경제지표로 본 현재의 대전은 사실 위기다. 대전시는 도시 경제지표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십 수년째 전국 최하위권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1만3830달러(2006년 기준)로 전국 평균 1만 8553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07년 수출 규모는 23억5100달러로 2006년보다 4400만 달러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대전에 인접한 충남도가 470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대전잠재력 무궁,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인프라 갖춰
그러나 어떤 분야에서든 위기가 기회로 바뀐 사례는 수없이 많다. 대전 역시 창조적인 시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5대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국제도시로의 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10여 년째 경기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대전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성효 시장은 “경제 활성화와 함께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창조도시’ 만들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면서 “취임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행정 혁신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경제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창조도시를 지향하는 대전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과학의 메카로 불리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국책연구기관 23곳, 연구·교육·공공기관 94곳, 민간기업 39곳, 외국 연구기관 3곳, 벤처기업 148곳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2만3558명(박사급 5000여 명)의 연구원과 연구보조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하고 있다. 대덕특구에서 창출한 매출액은 6조7000억 원이다. 또 이곳에서 지난해 얻은 해외 특허도 6586건이나 된다. 지난해 대전을 찾은 국제우주대회(IAC) 선정실사단원은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이 정도로 훌륭할 줄 미처 몰랐다”면서 “대전은 IAC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과학기술 역량의 3분의 1도 표현하지 않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활의 청신호는 이미 켜졌다. 문명의 패러다임이 굴뚝산업에서 클릭 정보사회로 급속히 변화하고 이런 변화의 물결은 과거 대전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국제행사 개최다. 대전시는 2010년까지 개최될 국제행사만 무려 27개나 유치한 상태다. 거의 다 과학과 산업 관련 국제회의다. 과학정보지식을 통해 외화벌이를 본격화한 셈이다. 박성효 시장은 “이들 각종 국제행사는 과학 연구의 실적을 상업화· 국제화하는 첫 단계”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대덕특구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과학 분야 또는 국방·행정 분야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이들 27개 행사 참가자만 무려 9900여 명에 이르며 그에 따른 직접 소비효과는 4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은 돈으로 환치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가치가 있다.

대전의 국제화 위해 청주문화 개선 박차

대덕연구단지 전경

대덕연구단지 전경

대전이 과학기술을 통해 ‘도시능력(City Capability)’을 배양한 또 다른 예가 있다. 핀란드 최고의 기술상용화 연구센터인 국립기술연구센터가 대덕연구 개발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윤태희 대전시 공보관은 이와 관련해 “대덕특구 글로벌 사업의 하나로 대덕특구 내 첨단기술의 상용화는 물론 국내 상품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캐나다 방위산업체인 ‘놀랫 인터내셔널’사와 미국 중견 제약회사인 ISIS의 바이오신약개발센터 등 대덕특구 해외 연구센터 유치 활동도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덕R&D특구 개발과 함께 컨벤션산업, 문화창조산업 등이 대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화 시대는 더 이상 국민경제의 시대가 아니다. 도시와 지역이 하나의 경제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 스스로 도시 발전 목표와 전략을 설정하고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도시능력’이다. 대전은 도시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보통신과 메가트로닉스(지능형 로봇), 바이오, 첨단부품 및 소재 등 4대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특화·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항공·우주와 국방·원자력·유비쿼터스 등 4개 신성장산업을 더해 4+4전략을 도시능력 배양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의 산업발전의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는 산업용지 부족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10월 과학기술부, 토지공사와 방현·문지·둔곡·신성·신동·용산 지구 등에 568만㎢의 산업용지를 확충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일단 숨통이 트였다. 박성효 시장은 “이들 지역에 첨담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도록 할 생각”이라면서 “연말까지 첨단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또 다른 목표는 정주문화 개선과 도시문화의 확충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실시하는 사업은 도시 녹화사업. 2020년까지 30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초등학교 꿈나무 심기, 결혼기념 나무 심기, 스승의 나무 심기 등을 추진,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나갈 예정이다. 3000만 그루를 심으면 도심권의 경우 2006년 12월 말 10.9%이던 녹지율이 2020년이 되면 15.7%로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전시 전체로는 같은 기간 61.7%에서 63.8%로 2.1% 증가한다.

상서·평촌지구 도시재정비 사업인 신탄진 프로젝트와 서남부권 개발 사업 역시 대전시의 역점사업이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신탄진은 대구의 부심으로 부상하고 서남부권은 전원형 친환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이와 함께 3대 하천 생태복원 사업 등 깨끗한 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도 이어간다. 그뿐 아니라 문화창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EXPO공원 안에 마련되는 첨단문화산업진흥지구를 중심으로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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