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 기술의 미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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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한국 과학 기술의 자존심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변화를 준비 중이다. 세계는 지식과 과학 기술 정보, 산업이 상호교류와 협력 속에서 발전하는 초경쟁, 지식 기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국가 간 산업 클러스터 허브 경쟁 속에서 그만큼 대덕특구에 거는 기대도 크다. 대덕특구는 70.4㎢(840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다. 대전 면적의 6분의 1에 해당된다. 연구 인력만 2만여 명에 달하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 두뇌가 모여 있는 곳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3년 조성되기 시작한 대덕특구는 그동안 수많은 과학 두뇌들이 젊음을 불태워 한국을 오늘날의 과학 기술 강국의 반석에 오르게 한 태생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의 10%, 박사급 연구 인력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대덕특구가 2005년 그동안 연구에만 치중해오던 대덕단지에 연구개발과 사업화, 재투자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덕연구개발특구등의육성에관한법률’이 제정, 공포되면서 변화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하는 대덕특구
세계 초일류 혁신 클러스트로 도약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연구기관의 특구 입주 유치를 위한 노력을 전 방위로 진행 중이다. 현재 기업, 연구소, 정부투자기관 등 8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는 대덕특구는 2015년까지 3000개의 벤처기업 유치와 3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해 대전시와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과기부 산하였지만 신설되는 지식경제부로 부서를 이관함)는 많은 지원책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KSLV-I 로켓의 작동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이 KSLV-I 로켓의 작동을 시험하고 있다.

국내 연구소 기업과 첨단 기술기업,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세와 지방세 등 세제 감면은 물론 전기요금, 상수도요금 감면과 함께 법정 부담금의 감면, 건폐율과 용적률을 상향조정해주고 있다. 또한 첨단기업 도약(High-Up) 프로그램, 기술 사업화 지원, 토털 디자인 지원 등 입주 기업에 대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놓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박인철 이사장은 “선진 각국은 최고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 속에서 혁신 클러스트 조성에 나서고 있다. 특구지원본부는 특히 연구기관의 시장지향적 연구 역량의 강화, 기업 혁신 활동 여건 조성, 글로벌 여건 환경 조성을 통해 대덕특구를 10년 내 세계 톱5의 혁신 클러스트로 도약할 계획이다”라며 “앞으로 특구 내 산·학·연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실질적 교류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청권 국제 과학비지니스벨트의 중핵거점으로 역할 기대
대전시는 또 특구 활성화 지원 시책으로 9대 과제를 설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현재 특구 내에는 생산 및 연구개발 시설 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덕테크노밸리의 분양에도 불구하고 3만㎡ 이상의 대규모 용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소규모 용지 및 신규 조성용지의 경우도 인근의 아산, 오창 등에 비해 고가의 토지비용 부담이 있고 세제 등 혜택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상승으로 기업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용지를 조기 공급하기 위해 관내 가용 토지를 적극 개발하고 고단위 집적시설인 첨단산업 위주의 대기업 유치와 함께 대덕특구개발사업 1, 2단계를 동시에 개발, 추진해서 용지난을 해소할 예정이다.

또한 800억 원에 달하는 ‘대덕특구 투자펀드’를 운영하고 특구 내 선도사업 육성책으로 99만㎡ 규모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외에도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대전컨벤션센터 건립과 입주 외국인 정주여건의 획기적인 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정부는 이미 ‘창조적 광역 발전’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을 수도권·충청·호남·대경(대구·경북)·동남권의 5대 광역권과 강원ㆍ제주의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나누는 ‘5+2 광역 경제권’ 설정 및 ‘광역 경제권 발전 6대 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광역 경제권 연계사업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광역경제권의 신성장동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행정·비즈니스·기초과학과 연구 개발(R&D) 및 산업인프라 등을 갖춘 지역을 선택, 새로운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융합 연구, 사업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신산업 패턴을 창출하기 위해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대덕특구에서 대전시장이 웅진코웨이와 투자협약식을 하는 모습.

대덕특구에서 대전시장이 웅진코웨이와 투자협약식을 하는 모습.

그러나 대전시는 충청광역권으로 수도권 그리고 국제시장과 경쟁해야 한다는 데는 일단 동의한다. 그러나 광역경제권 설정과정에서 대덕특구가 다시 연구 중심 도시가 되기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택구 대전시 미래산업본부장은 “과학 연구가 상업화·국제화하지 않으면 결코 광역 발전 전략이 지역 혁신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정부의 충청권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계획은 대덕특구∼오송·오창산업단지∼행복도시를 삼각 축으로 삼아 과학과 비즈니스의 핵심 권역으로 구성한다는 구상에 대한 우려다. 신정부의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상에 따라 현재 충청권 지자체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충북은 미래지향적인 바이오산업 및 IT산업을 선점한 오송·오창이 충청광역경제권에 묶여 있는 여타 지역보다 유리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대전의 입장은 다르다.

대전시 미래산업본부 대덕특구지원팀 김성철 팀장도 “대덕은 이미 타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장점이 있다. 세종시의 경우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고 오송, 오창의 경우도 연구 개발 기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라며 “대덕특구의 예로 비추어볼 때 독자적으로 R&D 시설 건립 시 3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덕특구도 1973년부터 1993년까지 매년 1조 원을 퍼부어 만들었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볼 때 대덕에서 연구·개발되고 대덕 및 오송, 오창에서 생산된 제품의 거래 및 자본조달 등 국제 비즈니스 기능을 세종시가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덕특구는 아직까지 미국의 실리콘밸리, 영국의 서레이 리서치파크,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일본의 츠쿠바 학원연구도시,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파크 등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혁신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적어도 대덕특구에 관한한 그것은 중앙정부보다는 대전시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대덕의 역사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3년 첫 삽을 뜬 대덕연구단지는 무려 20년 동안 매년 1조여 원의 거액이 투자됐다. 이는 한국 과학 발전의 기념비적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과학의 운명은 ‘대덕 교육 및 연구지구’→ ‘대덕연구단지’→‘대덕밸리’→‘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바뀐 이름의 역사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이름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곡절 많은 대덕의 운명을 담고 있다.

이 곳은 당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 계획에 따라 추진했다. 윤태희 대전시 공보관은 “수도 이전이 되지 않아 결국 대덕연구단지만 남게 된 것”이라면서 “초창기 해외에 거주하는 과학자들에게 3.3㎡당 2만 원 안팎의 헐값에 단독주택 대지를 불하하는 등 적극적 인재 유입 전략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의 조성과 동시에 이 일대는 ‘대덕연구학원도시 건설 계획’에 따라 ‘교육 및 연구지구’로 지정, 고시됐다. 이듬해 기반 시설과 연구소 건설에 들어갔다. 올해가 대덕연구단지 입안 35주년인 동시에 대덕연구단지가 실제 운영에 들어간 지 30주년이 되는 해인 셈이다.

그동안 대덕연구단지가 이뤄낸 성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별 1·2·3호, 아리랑·무궁화 호 등 국산 인공위성 제조, 초정밀 AIDS 신약 개발 등 그 업적이 눈부시다. 대덕연구단지의 가장 큰 이점은 여러 연구기관이 집적되어 있다는 점이다. 70㎢(840만여 평,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부지에 23개 국책연구기관을 비롯, 정부출연기관과 기업 부설 연구소, 외국 연구기관이 있는 대덕특구는 연구인력 2만여 명, 이들을 지원하는 인력 1만5000여 명의 과학 인력이 모여 있는 한국 과학 기술의 메카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대덕연구단지는 지역 경제와 연계되지 않았다.

이택구 대전시 미래산업본부장은 “IMF 환란직전까지 정부출연기관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지자체와 연계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국가혁신시스템(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 형식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라는 얘기. NIS는 정부가 한 지역에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착근→성장→발전을 추동하고 책임지는 형태다. 그렇다 보니 지역적 체화작업이 쉽지 않았던 것. 결국 대덕은 ‘대전의 섬’으로 남게 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 들어 불기 시작한 벤처기업의 창업 붐은 대덕연구단지의 성격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이테크의 벤처기업이 속속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하면서 연구 중심 단지에 비즈니스 개념이 가미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도 대덕연구단지를 ‘대덕밸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덕밸리 마스터플랜 선포식을 했다. ‘R&D Island’가 드디어 대전·충남과 연륙교로 연결된 셈이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았다. 벤처기업 정부 인증을 받은 기업만 500개,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 300~500개 기업이 대덕연구단지에 투자했지만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고작 3개에 불과했다. 미래산업본부장은 “기술 수준은 높았다”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기술력이 곧 사업성을 보장하지 못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했다”라고 말했다. 이 점이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을 추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윤태희 대전시 공보관도 “연구단지가 지역 발전의 핵심이 되기 위해선 연구 내용의 상업화와 국제화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다시 국제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변신을 앞두고 있는 대덕특구의 전도가 궁금하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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