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출향 인사

대전 출신 누가 있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충청도야 어디 사람이 있나유. 충청도야 늘 멍청하잖유.” 이명박 정부의 영남권에 치중한 인사에 대해 충청권 사람들은 그 허탈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 말은 삼국지에 나오는 고사의 한 토막, 차재두량(車載斗量)을 연상케 한다. 차재두량에 얽힌 일화는 이렇다. 위나라 조비가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 온 오나라 조자의 인물됨을 보고 “그대 같은 인재가 오나라에는 몇 명쯤 있소?”라고 물었다. 조자는 이에 대해 헤아릴수 없이 많다는 뜻으로 “차재두량”이라고 말했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전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인물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양반의 도시’ 대전이어서 그런지 요란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왼쪽부터)송자·선병렬·강창희

(왼쪽부터)송자·선병렬·강창희

정치인으로는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꼽을 수 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한때 ‘포스트 JP’를 꿈꾸었을 정도다. 그는 한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강삼재 자유선진당 사무총장 등과 ‘3강 벨트’를 형성하면서 3김 정치에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전 출신 정치인은 진수희 의원(비례대표).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를 맡아 새 정부의 대여·대야 그리고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관계설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통합민주당의 대표적 정치인은 김원웅·박병석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인 김원웅 의원은 조선왕실의궤 환수 운동과 뉴스메이커가 주도하고 있는 ‘간도되찾기운동’ 등 민족자족심을 세우는 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병석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의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등 반골기지를 보여줘 시민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관계 인사로는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이 새로 부상한 인물이다. 그는 부동산 투기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천신만고 끝에 청문회를 통과했다. 그는 전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나웅배 전 부총리, 이규성 전 재경부장관,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은 관록이 깊은 관료 출신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대법관을 지낸 송인준 변호사, 대법관을 지낸 신정철 변호사 등도 대전의 자랑이다.

(왼쪽부터)김효종·최원석·서봉수

(왼쪽부터)김효종·최원석·서봉수

대전 출신 중에는 가업을 일으킨 대기업 오너가 많지 않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역시 분식회계로 법정 구속되는 등 고초를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출중한 CEO는 많이 배출했다. 윤종웅 진로 대표이사는 ‘두꺼비 살린 구원투수’로 유명하다. 5년 전 상장폐지된 진로를 다시 상장시킨 것이다. 조선맥주 출신인 그는 ‘하이트맥주’에 이어 ‘참이슬’ 소주의 선풍을 일으켰던 전문경영인으로 이름이 높다. 연세대 교수와 명지대 총장을 지낸 송자 대교회장도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의사가 꿈이었으나 색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진로를 바꾼 것으로 유명하다.

CEO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이내흔 현대통신 회장, 그리고 임동일 동부건설 물류부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임 회장은 ‘감성경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전 출신 은행가 역시 쟁쟁하다.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동호 전 내무부장관, 배찬병 전 상업은행장 등이 한국 금융계의 역사를 잇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계의 두드러진 인물로는 대교회장을 맡고 있는 송자 회장이 명지대 총장을 지냈고 송석구 교수가 동덕여대 총장을 지냈다. 줄기세포 논문 위조로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대전 출신이다.

연예계에도 대전 출신들의 비중은 만만치 않다. ‘얼짱들의 고향’이라는 속설을 입증하듯 대전은 1960년대 ‘아시아 최고의 미녀’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우 김지미를 배출했다. 주연급 여배우로서 수명을 따졌을 때 김지미만큼 영화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던 히로인도 드물다. 그는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 바로 뒷세대 후배로는 탤런트 박영규가 눈에 띈다.

(왼쪽부터)박세리·권상우·후인정

(왼쪽부터)박세리·권상우·후인정

신세대 스타들 가운데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스타의 반열에 오른 미남배우 권상우가 있다. 이밖에 탤런트이자 뮤지컬 배우로 잘 알려진 박해미, ‘명랑소녀 성공기’로 잘 알려진 탤런트 한은정 등이 대전 출신 연예인이다. 중견 탤런트 김형자, 미녀 탤런트 이보영 외에 현석, 정호근, 신윤정 등도 대전 출신이다.

재치와 입담을 뽐내는 개그맨 가운데도 대전 출신이 많다. 서경석·남희석·최병서 등이 대전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뽀빠이 이상용은 서천 출신이지만 얼마 전 대전 소재 배재대학교 관광경영대학원 이벤트축제 경영학과 겸임교수 겸 홍보대사로 임용되는 등 대전과의 인연이 깊다. 개그맨 이창명, 홍기훈도 대전 출신이다.

가수 중에서는 트로트 분야의 거성인 태진아, 발라드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창력을 자랑하는 신승훈, 1990년대 미남가수로 명성이 높았던 심신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방송인 가운데는 MC 김승현이 대전 출신이다.

느리고 어눌한 듯한 말투 때문에 대전이나 충청도 출신에 대해서는 ‘무르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특수부대 등에서 대한민국 팔도 출신들을 다 접해본 고참 조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의외로 충청도 출신에 ‘독종’이 많다고 한다. 이런 체험적 진실을 간접적으로 입증해주는 것이 대전 출신 체육계 인사들이다.

1960, 70년대 세계적인 탁구 스타이자 현재 태릉국가대표선수촌장인 이에리사가 대전 출신이며, 1990년대 후반 세계 여자골프에 혜성처럼 등장해 IMF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을 드높여준 박세리도 마찬가지다. 박세리의 후배로 LPGA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장정 역시 대전 출신이다.

‘근성’을 따지자면 멘털 스포츠인 바둑을 빼놓을 수 없다. 서봉수는 국내 프로기사 가운데 가장 특이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는 100% 일본 유학파가 우세하던 국내 바둑계에 순수 국내파로 천하의 조훈현에게 한 치도 밀리지 않으며 1980년대 국내 바둑계를 양분했던 전설 속 인물이다. 서봉수의 바둑을 특징 짓는 표현이 바로 ‘잡초류’ ‘고추장 바둑’ 등이다. 그 역시 대전 출신이다.

이밖에 테니스 선수 장경미, 배구 선수인 후인정·이경수·신경수 등이 대전 출신의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유성문<편집위원> ratack@lycos.co.kr

관련기사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